만약 지구에서 질량이 50kg인 어떤 물체가 있다면 공식에 의해 그 물체의 무게는 490N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 무게를 측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다음 표는 태양계의 행성별 중력을 나타낸 것이다.
행성
태양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중력
28
0.38
0.91
1
0.38
2.37
0.94
0.89
1.11
(모든 계산은 질량이 50kg인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 tnr5802.tistory.com
태양 같은 경우 지구 중력의 28배 이기 때문에 13,720N이 된다. 결론적으로 내 몸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손해인 셈이다. 수성과 화성은 지구 중력의 0.38배 이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무게의 약 1/3인 163N이 된다. 금성, 토성, 천왕성은 지구 중력과 비슷한 값을 가진다.
해왕성은 지구보다 살짝 큰 값이 나타난다.
행성은 아니지만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의 경우 지구 중력의 1/6로써 약 82N의 값을 가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문득 보이는 별들, 처음엔 하나, 둘 보이더니 점차 수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질서한 별들의 집합 속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선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다름 아닌 별자리죠. 현재 국제 천문연맹은 수많은 별자리들을 정리하여 88개의 별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많은 별자리들 중 눈에 잘 보이면서, 익숙한 별자리들을 소개할 것입니다.
가장먼저 소개할 별자리는 오리온자리입니다.
춥고 추운 어느 겨울철, 혹시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마주하셨을 것입니다. 그 중 별3개가 나란히 박혀있는 모습을 보셨나요? 아마도 사진1과 같은 모습을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바로 사진 속 별자리, 오리온자리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 APOD
오리온자리에 관련된 신화!
오리온자리. 기원은 바로 그리스 신화로부터 나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오리온은 사냥의 여신이자 아르테미스와 사랑하던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아르테미스의 오빠 아폴론은 전갈을 보내 독침으로 오리온을 죽이려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강한 반발을 했고 결국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에게 한 가지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바로 오리온이 전갈로부터 살아남는다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는 것 이였죠. 오리온은 전갈로부터 살아남았으나 후에 전갈의 독이 퍼져 죽게 되었고 이를 딱하게 여긴 아폴론이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리온자리와 관련된 진실!
삼태성 ⓒ. 위키피디아
(1) 삼태성(三台星)은 오리온자리의 허리부분의 3개의 별이다?
대부분 오리온자리의 허리부분에 있는 3개의 별들이라고 아시지만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삼태성(三台星)은 큰곰자리의 발바닥 부근에 해당하는 별로 북두칠성의 물을 담는 쪽에 길게 비스듬히 늘어선 세 쌍의 별입니다. 오리온자리의 나란한 세 쌍의 별들은 오리온의 허리띠라고 불립니다.
(2) 오리온자리는 겨울철에만 관측가능하다?
오리온자리는 대체적으로 겨울철 별자리이기에 겨울철에 주로 관측 가능한 것은 사실이나 그 외의 계절에도 관측 가능합니다. 봄철의 경우 해가 진후에 서쪽 하늘에서 관측가능하고 5월 말부터는 점점 보이지 않다가 8월정도의 시기부터 다시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리온자리에서 볼만한 것들!
1. 오리온 대 성운(M42)
오리온 대성운 ⓒ. 위키피디아
오리온 대 성운은 오리온자리의 허리띠 아래부근에 있는 발광 성운으로 겉보기등급 +4.0에 해당하는 천체입니다. 쉽게 말해 도심 속에서는 보기 힘든 천체중 하나입니다. 또한 성운 속에서 Trapezium 이라는 성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2. 오리온자리 유성우
10월 21일경에 극대기인 유성우로써 복사점1)은 쌍둥이자리와의 경계부근이며 시간당 20개정도의 유성우를 볼 수 있습니다.
3. 말머리성운 (IC 434)
오리온자리의 말머리성운 ⓒ. 위키피디아
오리온자리의 암흑 성운이며 오리온 벨트의 가장 동쪽 별 바로 아래에 위치합니다. 겉보기 등급은 +10.0 이지만 하늘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성운 중 하나에 속합니다.
글. 장태수areacmzl@gmail.com
1) 유성우의 복사점: 하늘의 한 점으로 이곳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측된다. 예로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쿨’한 척한 부끄러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삶을 살면서 누군가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기사를 누군가에게 편지 형식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을 모든 별님이에게
별님아 안녕?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오늘은 나의 고등학교 얘기를 들려주려해.
부끄러운 점도 많고, 감추고 싶은 것도 많지만
왜 이렇게 천문학을 알리고자 하는지 한 번은 들려주고 싶었어.
나는 고등학교 시절 매일매일 야자를 했어.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은 같은 듯 다른 듯했어.
하지만 분명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핸드폰 배경화면의 줄어드는 수능 디데이였지.
그 배경화면과 어제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볼 때 마다 먹먹한 기분이 들었었어.
10년이 넘게 성적표를 받아왔지만, ‘누가 일등이지?’, ‘나보다 잘 본 애는 누구누구지?’,
‘아. 공부 잘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여전했거든.
그러다 문득 ‘어? 쟤는 나보다 못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기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
쿨하게 보이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생각들로 가득 차있던 나였어.
하지만 이런 나의 스트레스로 가득 찬 머릿속을 정리해준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바로 우주공간이야!
별님아,
깜깜하고 나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공간을 상상해봐.
이 문단을 다 읽고 한 번 눈을 감고 상상해보길 바래.
눈을 감고 작은, 그것도 매우 작은 푸른 점 하나를 그려볼래?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거대한’ 지구란다.
이런! 잠깐! 그런데 고작 저 작은 푸른 점이 지구라고?
그래 맞아.
얼마나 멀리서 보면 지구가 저렇게 보일까?
아쉽게도 우리는 그리 멀리 여행 온 것도 아니란다.
단지, 태양계 끝에서 지구를 바라봤을 뿐이야.
혹시 우리의 집이 보이니?
지금 글을 읽는 너의 모습은 보이니?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보이저 우주선이 해왕성궤도 부근에서 찍은 지구. ⓒ. https://en.wikipedia.org/wiki/Pale_Blue_Dot
별님아,
나는 이런 상상을 하고나면 언제나 부끄러움을 많이 느껴.
우주의 넓은 공간에서 보면 정말 너무나도 작은 이 지구에서,
또 그 지구에서
너무나도 작은 내가 시험 하나하나에 스트레스 받고 다른 사람을 시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니.
그렇게 부끄러움을 느꼈던
나는 두 가지 결심을 했어.
첫 번째로 한 결심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자 ’
‘이 넓은 우주에서 작기만 한 내가 스스로 잘났다 여기고 남을 시기하면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 않을까?
마음에 넓은 우주를 품으니,
눈앞에 작은 것들에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었어.
두 번째는
‘나의 열정을 따르자!’
그거 알아?
우주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우리의 100년의 삶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렇게 짧은 삶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혹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거야.
이렇게 우주공간을 생각한 것만으로 고등학생의 나는 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어.
별님아,
천문학이 우리 생활과 연관이 없을까?
아니,
이제 우주공간만 상상했을 뿐인데 나는 삶이 더 행복해진거야!
앞으로 더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모두 우리의 삶과 연관이 되어있어.
내가 천문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천문학이 곧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행복한 삶을 준다고 믿기 때문인 거지.
어때?
조금은 천문학에 흥미가 생기지 않니?
앞으로 더 많은 우주의 이야기를 우리의 삶과 관련 지어서 들려줄게.
그럼 안녕~
어떤 두 물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때는 자를 이용한다. 하지만 우주에 위치하고 있는 특정한 천체까지의 거리를 자로 측정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는 전자기파만을 이용해서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이를 신체로 생각하면 시각만을 이용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만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어떠한 천체가 2배 멀어지면 밝기는 4배 떨어지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지구로부터 천체까지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몇 가지 측정방법을 알아보자.
ⓒ. www.nasa.gov
1. 거리<1AU: 전파
거리가 1AU 미만 즉, 태양과 지구사이에 있는 천체는 레이더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한다. 지구에서 레이더를 이용해 전파를 발사하고, 다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거리를 잰 대표적인 예로 달이 있다. 1950년대부터 달에 전파를 발사하여 이것이 달 표면에서 반사하여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서 달까지의 거리를 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매우 부정확했기 때문에 아폴로 우주선에 의해서 달 표면에 반사기가 설치되었다. 이 반사기를 통하여 지구에서 쏜 전파가 반사기에 반사되어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통해 1982년에는 오차 50cm이하의 정밀한 거리 측정이 가능해졌다.
2. 1AU<거리<200pc: 연주시차
1AU초과 200pc미만의 범위에서는 연주시차를 이용해서 거리를 측정한다. 지구는 이심률이 매우 작은 타원 궤도롤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즉, 이심률이 매우 작다는 것은 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때 6개월을 주기로 지구의 위치는 궤도에서 정 반대편에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어떤 천체를 바라볼 때에 각도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를 연주시차라고 부른다.
별의 연주시차 ⓒ http://yjh-phys.tistory.com/107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천체까지의 거리보다 매우 작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지구와 태양에서 천체까지의 거리는 서로 같다고 볼 수 있다. 별을 중심으로 지구와 태양을 지나는 원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호도법을 쓰게 되면 별까지의 거리와 연주시차의 곱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된다. 연주시차는 관측을 통해 알아낼 수 있고,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는 알고 있으므로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1838년에 프리드리히 베셀은 최초로 연주시차를 이용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연주시차를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단점은 가까운 별들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별들이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연주시차가 굉장히 작다. 따라서 정밀한 측정이 어렵고, 먼 별일수록 오차가 커지게 된다.
3. 200pc<거리<10000pc: 분광시차법과 주계열 맞추기
200pc 초과 10000pc 미만의 거리는 분광시차법과 주계열 맞추기를 통해서 측정할 수 있다. 분광시차법은 천체의 스펙트럼을 이용해서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별을 분광 관측을 하게 되면 흡수선이 나타내게 된다. 흡수선은 별의 대기가 별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가 관측할 때에 그 파장대의 빛이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흡수선은 항성대기의 압력차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그 압력차는 또다시 중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중력은 별의 질량과 관계가 되므로 별의 절대등급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절대등급과 관측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겉보기등급을 이용해 (m: 겉보기 등급, M: 절대 등급, r: 별까지의 거리)의 거리-지수식에 대입하면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주계열 맞추기는 우리은하와 성단의 H-R도를 비교함으로써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H-R도는 헤르츠스프룽과 러셀이 별의 등급과 스펙트럼형에 따라 별을 그래프에 나타낸 것이다. H-R도는 대부분 아래의 그림과 같이 나타난다. 우리은하의 H-R도는 이미 관측을 통해 알고 있다. 성단의 H-R도 또한 관측으로 알 수 있는데 우리은하의 H-R도와 다른 은하나 성단의 H-R도의 안시등급을 비교해보면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
별의 표면온도와 절대등급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인 H-R도 이다. ⓒ. http://orange4j.com.ne.kr/H-R.htm
4. 10000pc<거리<25Mpc
10000pc와 25Mpc사이의 거리는 세폐이드 변광성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세폐이드 변광성은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이다. 이 주기가 별의 절대등급과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측정하여 별의 절대등급을 알 수 있다. 세폐이드 변광성을 관측하여 겉보기 등급을 알게 되면 거리-지수식에 대입을 해서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거리를 알아낸 예로 허블의 안드로메다 거리측정을 들 수 있다. 1920년대 초반에는 안드로메다가 우리은하 외부에 있는 은하인지 우리은하 안에 있는 성운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이 때 허블은 안드로메다에 있는 세폐이드 변광성을 관측함으로서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가 먼 것을 알아내었고, 안드로메다가 우리은하 내부의 성운이 아닌 은하 밖에 멀리 떨어진 은하라는 것을 밝혔고,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힐 수 있었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천체의 절대등급, 천체의 크기 등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천문학자들은 거리를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먼 거리에 있는 천체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측정할 수 있는 거리는 우주의 전체 크기의 매우 일부에 불과하다. 인류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더 먼 거리에 있는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려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인식하는 모든 사물과 사건들은 ‘빛’이 전달합니다. 전등과 백열등 같은 기구들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인식되는데, 태양 같은 천체들은 빛을 직접 냅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도 다 각자 빛을 내 지구에 도달하는 것이죠. 이번엔 천체에서 방출된 그 빛이 우리의 눈까지 도달하는데 어떤 효과를 받는지 알아볼까요?
빛은 초당 약 30만 km의 일정한 속력으로 이동합니다. 빛의 속력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는데, 이 법칙으로 인해서 Look Back Time Effect가 발생합니다. Look Back은 ‘되돌아 보다’라는 의미고, Time Effect가 들어가 시간을 되돌아보는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과거를 본다는 것인데, 어떻게 지금 보이는 천체들이 과거의 것이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나요?
천체들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굉장히 멉니다. 빛의 속도로 이동해도 몇 억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눈은 빛을 인식하기에 그 빛이 눈에 도달하기 까지 기다려야 그 시절의 천체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럼 빛이 지구로 오는 그 시간 동안 천체는 뭘 할까요?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활동하며 빛을 방출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그 천체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그 몇 억 년 전부터, 관측하는 시간동안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혹시 모르죠, 얼마 뒤에 그 천체가 사그라졌을지… 그렇다면 슬프게도 몇 억년 후 지구의 사람들은 그 천체를 관측할 수 없게 되겠죠.
미국의 천문학자 중 에드윈 허블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여러 업적을 남겼는데, 허블의 법칙도 그 중 하나입니다. 허블의 법칙은 관측자와 천체 간에 거리가 멀수록 후퇴하는 속도가 정비례하며 증가함을 말해줍니다. 예를 들어 나와 거리가 10인 천체가 200의 속도로 뒷걸음질치고 있다면, 거리가 30인 천체는 600의 속도로 도망치는 셈이 되죠. ‘어? 그래서 더 빨리 도망치는 것들이 더 과거의 것을 보여주는 건가요?’라고 묻는다면 ‘우주에선 그래요’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허블의 법칙은 우주의 스케일에서 적용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천체는 가만히 있는데, 그 공간이 벌어져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 멀리 있는 천체들도 빛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천체의 과거의 모습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보는 친구의 우스운 행동은 어떨까요? 정말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것도 그 친구가 과거에 했던 행동이겠죠? 그 찰나의 차이는 ‘구글 맵’같은 전자지도를 볼 때마저 발생한답니다! 구글 맵도 인공위성이 빛의 속도로 쏘아주는 정보를 이용해 보이는 것이기에, 시간의 차이가 아주 조금, 0.1초 단위로 시간지연효과가 발생합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눈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들은 과거로부터 비롯됩니다. Look Back Time Effect를 받는 밤하늘의 과거의 천체들도 자랑스럽게 자신을 보여주는데, 우리도 자랑스러운 과거의 나로서 타인에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봐요!
기나긴 초여름 장마가 끝나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설레기 시작한다. 비로소 ‘은하수’의 계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실 은하수는 모든 계절마다 볼 수 있지만 역시 으뜸은 우리 은하의 중심을 바라보고 있어 두껍고 볼거리도 많은 여름철 은하수이다. 게다가 그냥 보아도 예쁜 여름철 은하수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어린 시절 한번쯤 들어 보았을 견우와 직녀 이야기이다. 그런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밝게 빛나는 거문고자리의 ‘직녀별’ 베가와 독수리자리의 ‘견우별’ 알타이르가 만드는 이 슬픈 이야기에 의외의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견우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독수리자리 알타이르와 다르다는 것. 그렇다면 직녀가 애타게 찾고 있는 견우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견우를 찾기에 앞서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보자. 견우는 이끌 견(牽), 소 우(牛)를 써서 소를 끄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직녀는 짤 직(織), 여자 여(女)를 써서 베 짜는 여자라는 뜻이다. 직녀는 옥황상제의 손녀였는데, 옥황상제는 손재주가 좋고 성실한 직녀를 매우 예뻐하여 목동 견우와 결혼하게 하였다. 그런데 옥황상제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으니, 견우와 직녀가 서로 너무 사랑한 나머지 베를 짜는 일과 소를 치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노한 옥황상제는 둘을 갈라놓아 일 년에 한번 칠월 칠석에만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칠석에 내리는 비를 견우와 직녀가 만나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내용이다.1)
우리 조상들은 밤하늘에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별자리로 새겨 놓았다. 이 별자리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것과 다른 ‘동양 별자리’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별자리는 말 그대로 별이 있는 자리로서 서양 천문학자들이 하늘을 88개로 나눠놓은 영역을 의미한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별자리라 하면 떠오르는 별을 이어놓은 그림은 그 영역 안에 있는 별 중 밝은 별을 이어놓은 것일 뿐이다. 이러한 서양 별자리들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며,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별자리들 중 북반구에 있는 것들은 그리스의 대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대부분 확립되었다. 그래서 오리온, 쌍둥이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많은 별자리들이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견우와 직녀가 있는 동양 별자리는 조상들이 살았던 세상을 하늘에 투영해 놓았다. 북극성 주위에는 옥황상제가,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하늘나라의 관리들과 커다란 시장이 있다. 특히 시장에 있는 대장장이, 마구간 역할을 하는 별자리와 물건 크기를 재는 도량형 별자리까지 생각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세심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러다 보니 별자리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게 되고, 실제로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진 별자리는 293개로 서양 별자리의 3배가 넘는다. 이렇게 별자리가 많이 필요하다보니 별자리가 3개 이하의 별로 구성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별자리가 바로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직녀 별자리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상에 표시된 견우, 직녀, 하고의 위치 ⓒ. http://www.ryubangtaek.org
위에서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직녀 별자리는 서양 별자리 중 거문고자리의 일부에 해당하는데, 별 3개가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을 직녀성, 혹은 직녀1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견우 별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빨간색으로 표시된 견우 별자리는 우수(牛宿)라고도 불리며 직녀 별자리와 은하수를 두고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 수(宿)란 동양 별자리 체계에서 하늘을 28개로 나눈 것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직녀 별자리는 형식상 견우 별자리 우수에 속해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견우성 알타이르는 은하수 중간에 가까웠는데 견우 별자리를 은하수에서 멀게 그린 것에 의아함을 느낀 이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알타이르 자리에 ‘견우’ 별자리 대신 ‘하고’ 별자리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고는 강 위의 북이라는 의미로, 전쟁터에서 장군이 지휘할 때 사용하던 북을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가 알타이르라 부르는, 하고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은 북을 치며 군사를 지휘하는 대장군별이다. 그렇다면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타난 견우 별자리는 무엇일까?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그려진 별의 위치를 서양 별자리와 맞춰보면 견우는 염소자리의 머리 부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인 견우성은 다비(Dabih)라고 불리는, 그렇게 밝지 않은 3등성이다. 그렇다면 알타이르와 다비, 둘 중에 어떤 것이 조상들이 생각했던 진짜 견우성일까?
2. 다비 vs 알타이르, 천문학으로 밝혀낸 견우의 행방
견우성에 대한 위와 같은 의문은 수 세기 동안 계속 제기되어왔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 견우성은 다비라 나타나 있지만, 많은 문학작품과 민속예술에서는 견우성을 알타이르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견우직녀 설화에서 견우의 이름을 ‘하고’라고 서술하고 있다. 현대에도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이어져 천문학계에서는 견우성을 다비라고 보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천문대의 관측프로그램에서는 알타이르를 견우성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혹자는 다비를 ‘견우성’으로, 그리고 알타이르를 ‘밝은 견우성’, 혹은 ‘견우대성’으로 소개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과거의 천문학자들이 다비와 알타이르 중 어떤 별을 견우성으로 보아 왔는지에 관해 현대 고천문학자들이 연구하여 논문을 내놓았다.2)
연구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수록된 ‘견우’ 관련 천문 기록들을 모아 실제로 그 현상이 어느 별에서 일어나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아내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천문 현상들이 달이나 금성이 견우를 범했다, 즉 견우 별자리에 걸치거나 접근했다는 내용인데, 달이나 금성의 운동이 하늘에서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생각해보면 조선 천문학자들은 다비를 견우성이라 불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달이나 금성은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 주위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황도 위에 있는 별자리 12개중 하나인 염소자리에 있는 다비가 행성들과 만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3)
물론 여름철 별자리 중에서도 굉장히 중요시되었던 견우성이 3등급이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와는 달리 평범한 인간이었던 견우의 신분, 그리고 다소 어두운 별임에도 하늘을 28개로 나누는 28수 중 하나를 대표하는 별로 나름대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은하수를 기준으로 직녀와 정 반대의 위치에 있었다는 세 가지 이유에서 옛날 사람들이 다비를 견우성으로 보았던 것이 타당해 보인다.
오히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은 요즘 천문대에서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소개하는 이유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 3등성인 견우성을 굵게 표현했던 것은 그 당시만 해도 3등성이 1등성이나 2등성 못지않게 밝은 별이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급격한 도시화와 대기오염 때문에 광해가 심해지면서 더 이상 도시에서, 그리고 교외에서도 3등성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특히 천문대의 경우에는 천문학을 처음 접하는 대중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기에 잘 보이지 않는 원래 견우성 다비보다는 더 잘 보이고, 역사적으로도 계속 논의가 있었던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소개함으로써 방문객들이 더욱 밤하늘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을 우선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mypi.ruliweb.daum.net
그렇게 보면 견우는 직녀와 헤어진 것도 모자라 점점 더 밝아지는 도시의 불빛을 피해 은하수로 쫓겨나고 있는 슬픈 별이 아닐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글 진선호(forestine@naver.com)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견우직녀설화] 항목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ndex?contents_id=E0002170.
2) 안상현 외, 「견우성의 이중적 의미에 대한 해석」, 천문학논총 제 25권 4호, 129-139p, 2010.
3) 위의 논문
우리는 지금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이전 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불과 약 500년 전만 해도, 우리 조상들에게는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것은 지구 주변을 돈다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 우주관은 왜,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는 금성의 위상과, 목성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목성의 4대 위성을 발견해 지동설을 뒷받침해 주었다. ⓒ. http://20minuta.hr/
Paradigm
우주관의 변화를 알아보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패러다임(Paradigm)이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 속에서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규정하는 하나의 테두리(frame)으로서의 인식 체계라 할 수 있다.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새뮤얼 쿤은 과학의 연구는 그 시대의 패러다임 하에 이루어지며, 패러다임은 과학 연구에의 모범 사례와 올바른 길을 제시해준다고 정의했다.
쿤에 따르면 하나의 패러다임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순간에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있다가 타이어가 펑크난다고 해서 우리는 자동차를 버리고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는다. 패러다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패러다임은 쉬이 바뀌지 않으며, 사람들은 문제점이 발견될 때마다 조금씩 새롭게 수정을 거듭하여 과학을 패러다임에 맞추어 연구했다는 것이다. 설령 과학적 반증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오히려 그 과학적 반증을 외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은 언제, 왜 바뀌는 것일까? 쿤에 의하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학 혁명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정의했다. 과학적 지식이 차근차근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버리고 새 차를 사는 것처럼 한번에, 급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우주관의 변화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 평평한 땅은 고정되어 있고, 그 위로 천구가 돌고 있다. ⓒ. www.themarysue.com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리 천장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평평한 땅이 있고, 그 위로 거대한 유리 반구가 뒤덮고 있으며, 그 구에 촘촘하게 해와 달과 별이 박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유리가 깨지지 않고 하늘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유리 공간 사이에 제5원소로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는 물질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우주관은 한동안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자리잡고 한동안 천문학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담이지만, 제5원소의 존재는 19세기 말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으로 반증되기 전까지 ‘에테르’라는 존재로 과학 연구에 큰 영향을 끼쳤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동그라미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A.D. 83~168)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히파르코스 등 여러 천문학자의 이론을 합쳐 새로운 천동설을 제시했다. 그의 천동설은 관측을 토대로 형성되었지만, 이것은 당시의 패러다임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에 입각한 것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행성의 밝기 변화와 천체의 역행현상1)을 설명하기 위하여 주전원 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주전원 역시 관측 결과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었기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은 중세 기독교 사회의 가치관에 부합했기 때문에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역할하며 오랜 시간 동안 신뢰받는 이론으로 존재하였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보여준다. 지구가 중심에 있고, 그 주변으로 태양과 행성들이 돌고 있으며, 모원 위에 주전원이 돌고 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피터 시스, 1997
새로운 이론, 그리고 반전
16세기, 폴란드의 한 성직자가 우주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이 새로운 이론은 기존의 천동설을 반박하며, 세상의 중심에 태양을 놓고 그 주변을 지구가 돌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곧 당대 최고의 관측 천문학자인 티코 브라헤에 의해 반증된다. 티코 브라헤는 자신의 육안 관측을 토대로, 연주시차2)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완벽하게 반박했다. 물론 관측의 결과만이 반박에 기여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티코 브라헤를 포함한 여러 천문학자들, 그리고 성직자들은 기존의 천동설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종교적 관점에 의해 하느님의 지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관념뿐만 아니라 천동설에 입각하여 이루어진 기존의 연구 역시 모두 부정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패러다임의 전환
그러나 그 이후, 현재 우리는 지동설을 확고히 믿고 있다. 오히려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소수이며, 천동설을 주장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고는 한다. 그렇다면 티코 브라헤에 의해 완벽히 반박당했던 지동설이 어떻게 해서 정설(正說)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그것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요하네스 케플러 등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동설의 증거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지지했을까? 사실 당시의 패러다임과 그간의 관측 자료에 의거하면 당연히 천동설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보여준다. 중심에 태양이 있고, 그 주변으로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피터 시스, 1997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연주시차 관측 실패라는 치명적 반증에도 불구하고 지동설을 지지한 것은 경험적 증거뿐만이 아니라 이론이 지니고 있는 잠재성, 수학적 단순성 등이 영향력을 주었다. 당시의 프톨레마이오스 천동설은 모원과 주전원의 도입, 공전 궤도의 초점 문제 등으로 상당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었다. 반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수학적으로 설명하기도 간편했으며,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이러한 이론의 단순성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주 시차는 결국 발견되었고, 지동설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 http://study.zum.com/
지금 우리는 하나의 패러다임 아래서 살고 있다. 교과서에서는 따분하기만 했던 지동설이라는 과학 이론이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우주관이 지동설이라는 패러다임으로 고정되었다 하더라도 언제 또다시 패러다임이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글 김현지(mokuki@naevr.com)
1) 지구에서 천체의 일주 운동을 관측할 때, 원래 공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
2) 지구의 공전 운동에 의해 천체를 바라보았을 때 발생하는 관측상의 방향 차이에 따라 생기는 각
참고 자료
인문사회계 학생을 위한 과학 기술의 철학적 이해, 한양대학교 과학철학교육위원회, 한양대학교 출판부, 제5판(2010)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존경하는 해적이 그에게 맡긴 밀짚모자를 쓰고 모험을 떠난다. 모자는 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그는 ‘밀짚모자 루피’ 로 불리며 대 해적시대의 슈퍼 루키로 자리잡게 된다.
만화 ‘원피스’ 에서 등장하는 밀짚모자. 주인공 루피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 모자를 놓치지 않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밀짚모자는 어떠한 이미지인가? ⓒ. 만화 원피스
우리의 우주에도 밀짚모자가 있다. ‘밀짚모자 은하’ 라고도 불리는 솜브레로1) 은하가 그것이다. 처녀자리 은하단의 남쪽에 위치하며, M104 2) 또는 NGC 3) 4594라고도 표현한다. 또한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친근한 이름과 모양과는 달리 크기는 우리은하의 반 정도로 어마어마하다.4) 지금부터 이 솜브레로 은하에 대해 알고 있었던, 알 수도 있는,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솜브레로 은하의 모습. ⓒ. http://www.nasa.gov/
1. 알고 있었던 이야기: ‘비주얼 좀 되는’ 은하
밤하늘의 수많은 은하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솜브레로 은하는 그 중에서도 아름답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밝은 중심부와 어두운 먼지 띠가 대비되면서 은은한 ‘밀짚모자’ 모양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이 은하가 아름답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은하를 찬찬히 살펴보자. 솜브레로 은하는 둥근 모양 때문에 잘 부각되지는 않지만 은하핵을 중심으로 나선팔이 휘감고 있는 정상 나선 은하이다. 이 둥근 모양은 크고 밝은 중심부와 주변을 둘러싼 헤일로5) 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솜브레로 은하의 특징으로는 우선 일반 은하에 비해 유독 큰 중심부와 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 먼지 띠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이 이루는 모양이 마치 밀짚모자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솜브레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솜브레로 은하를 표현한 모습. 은하의 이미지는 우리의 밀짚모자가 좀더 비슷한 것 같다. 솜브레로 은하를 명명한 천문학자가 밀짚모자를 알고 있었다면 아마 이름이 바뀌지 않았을까. ⓒ https://rickpdx.wordpress.com/
2. 알 수도 있는 이야기: 이래봬도 좀 무거워요
우리은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은하들이 중심부에 블랙홀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측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는 ‘질량’ 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은하는 그 핵을 중심으로 주변 천체들이 분포하고 활동하는데, 이들의 운동을 연구해 보면 그 중심부에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엄청나게 무거운 천체가 ‘중심을 딱 잡아주어야’ 은하가 유지되고, 그 안에서 별도 태어나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무거우면서 크기가 작은 천체로는 현재까지 블랙홀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솜브레로 은하도 마찬가지로, 중심부에 강력한 초거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6)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관측을 통해 솜브레로 은하 내 별의 활동들이 유지되려면, 은하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10억 배 이상의 질량(블랙홀)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초거대질량블랙홀을 중심으로 솜브레로 은하의 주변을 커다란 헤일로가 감싸고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이 헤일로의 질량이 비교적 가벼울 것으로 예측했지만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이 밝혀졌다. 밀짚모자라는 이름이 가지는 어감과는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덩치 큰 녀석인 것이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을 사용해 적외선으로 촬영한 솜브레로 은하. 가시광선(허블)으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볼 수 있다. ⓒ. http://www.jpl.nasa.gov/
3. 알지 못했던 이야기: 밀짚모자의 비밀
솜브레로 은하의 먼지 띠(고리 형태로 은하를 감싸고 있다.)가 정확히 어떤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우주의 ‘먼지’ 이기 때문에, 이 띠에서 솜브레로 은하의 별들이 가장 활발하게 형성된다고 한다. 마치 성운 안의 먼지가 밀집된 지역에서 별이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언급한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천문학자들은 이 솜브레로 은하가 일반적인 나선 은하와 달리 거대 타원 은하와 나선 은하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라고 주장했다(그들은 ‘타원 은하가 나선 은하를 삼켰다’고 표현했다). 그 동안 알려져 왔던 가시광선 이미지로만 보면 솜브레로 은하는 일반적인 나선 은하지만, 적외선 이미지로 보면 큰 타원 은하(청색과 녹색 계열)와 얇은 원반형 은하(붉은 계열)가 모두 나타나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며 아직 충분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이런 형태는 결코 흔하지 않기 때문에 꽤 흥미로운 연구 주제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렇게 솜브레로 은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이 밀짚모자가 ‘덮고 있는’ 비밀을 조금씩 더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우주 밀짚모자’ 는 여전히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들로 가득하지만, 그 세계는 오늘도 우리에게 멋진 경관을 선사하며 묵묵히 돌아가고 있다. 많은 은하들이 그러하듯이 솜브레로 은하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한 번,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향한 호기심에 두 번 설레는 천체인 것이다.
언젠가는 솜브레로 은하에 대해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솜브레로 은하의 아름다움과 우리가 가졌던 호기심은 결코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은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천문학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글 장예슬( astrojang00@gmail.com )
1) 이 솜브레로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밀짚모자와는 조금 다르다. 정확히는 멕시코인들이 주로 쓰는 테가 넓고 머리 부분이 높은 모자를 말하며, 주로 밀짚이나 나무껍질을 엮어 만든다.
2) 메시에 목록의 104번째 천체라는 의미. 메시에 목록에 관해서는 우주라이크 홈페이지의 ‘메시에 동물원’ 기사를 참고하자.
3) New General Catalog의 약자. 천문학에서 쓰이는 관측 가능한 성운, 성단, 은하 등의 천체를 정리한 목록이다.
4) 사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우리가 아는 밀짚모자 중에서는 제일 크다.
5) 성간물질과 구상성단 등으로 구성되어 은하 주변을 구름처럼 감싸고 있는 것을 말한다.
6) 질량이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수십억 배에 이르는 가장 큰 종류의 블랙홀을 말한다.
참고 자료
http://www.space.com/
http://scienceon.hani.co.kr/
http://www.nasa.gov/
https://ko.wikipedia.org/
인간이 우주를 탐구하는데 사용하는 망원경은 실제로 그의 쓰임부터 관측 파장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망원경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광학망원경, 우주에서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자외선망원경, X선망원경 등의 우주망원경, 외계인과 통신할 것처럼 생긴 전파망원경까지. 그 중에서 가장 생소한 전파망원경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파장대별로 다양한 망원경이 존재한다. ⓒ. http://elektronikhobi.net/tag/elektromanyetik-dalgalar/
#1 전파? 전파망원경? 그게 뭔데?!
일상생활에서 전파라는 말은 휴대폰 전화가 안 터질 때 “전파가 안 잡혀!!” 정도로 쓰인다. 그런데 이 전파를 우주를 이해하는 천문학에 이용한다고?
실제로 우주에 있는 전체들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빛을 내고 있다. 자외선, 적외선뿐만 아니라 X선, 전파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파장 대에서 빛을 방출한다. 그러므로 각각의 파장에 해당하는 빛을 검출하기 위해 파장별 망원경이 존재한다.
전파망원경이란 위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형태의 빛 중에서 전파 영역의 파장을 이용하여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전파란 진동수 3KHz부터 3THz까지의 전자기파를 말하는데 이는 가시광선 영역보다 장파장을 사용하기에 같은 구경일 때 상대적으로 분해능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파망원경은 광학망원경보다 훨씬 더 큰 구경의 포물면 형태를 갖는 안테나를 사용하게 되었다.
#2 우리나라의 전파망원경은?
우리나라의 전파망원경에 대해 들어본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Korean VLBI(Very-Long-Baseline Interferometry) Network(한국 우주 전파 관측망, 이하 KVN)은 데이터 추출 기술 부분에서 자부심을 가질 만큼의 기술을 자랑한다.
KVN은 지름 500km 크기의 전파망원경에 필적하는 높은 분해능을 가진 국내 최초의 VLBI 시설이며 세계 최초로 밀리미터파 전용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VLBI 및 단일경용 21m 전파망원경 3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서울 연세대학교. 울산 울산대학교, 제주 탐라대학교에 위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더 좋은 분해능을 얻기 위해 간섭계를 이용하는데, 이를 통해 3군데 전파망원경 배열의 전체 넓이와 같은 구경의 단일 망원경과 같은 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위치한 전파 망원경 K V N ⓒ. http://astro.kasi.re.kr/
또한 한국은 전 세계 최초로 동시에 4개 채널을 이용해 우주전파를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망원경에 유입된 우주전파는 반사경과 필터를 거쳐 주파수별로 분리된 후 각각 22㎓, 43㎓, 86㎓, 129㎓의 4개 수신기로 인도되는데, 이것이 바로 한국 천문 연구원 한석태 박사팀이 독자 개발한 KVN만의 독보적 4채널 동시 관측시스템이다. 이를 이용해 우리나라는 86.129GHz 대역이 관측 가능한 세계 유일의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참 늦게 천문학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궁극의 성과라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3 세계의 전파망원경은?
1) Contact 속 접시 망원경,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 Contact에 출연했던 바로 그곳! ⓒ. https://ko.wikipedia.org
영화 ‘Contact’에서 주인공은 외계신호를 찾기 위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자랑하는 관측소에서 연구를 한다.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곳은 1963년 완공된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남쪽에 위치한 전파천문대이다. 이 천문대가 보유한 305미터의 구면전파 망원경은 단일 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 크기이다. 접시 모양의 대형 반사기는 산봉우리 3개에 높은 탑을 세워 케이블로 연결해서 구면초점에 해당하는 곳에 두었다. 그리고 알루미늄 판이 반사기 안쪽 면을 덮고 있는데, 이 판은 반사기 위에 매달린 안테나로 들어오는 전파를 수신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전파망원경을 VLBI형식으로 운영하기에 앞으로도 단일 망원경으로 최대 구경이라는 타이틀을 유지 할 것 같다.
2)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 AlMA!
지상 최대의 전파 망원경 알마프로젝트 ⓒ. http://www.almaobservatory.org/
ALMA는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전파망원경의 배열이다. 밀리미터 파장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대기가 매우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고도 5000km 고원에 건설되었다. AlMA는 밀리미터와 서브 밀리미터를 관측할 수 있는 지름 12m 망원경 54기와 7m 망원경 12기로 총 66기로 이루어져있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의 협동하여 13억 규모의 지상 최대의 전파망원경을 설치, 운용한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여 협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AlMA를 통해 별과 은하의 생성원리 및 진화과정, 태양과 행성계의 생성, 우주 속 생명의 기원 등의 천문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전파 천문학에도 청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보고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글 김나은 (skdms912@hanmail.net)
참고 자료
http://www.sciencetimes.co.kr
https://ko.wikipedia.org/
http://kvn-web.ka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