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야인시대 – 최변각 교수

夜야인시대 – 최변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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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지구과학교육과  최 변 각  교수

최변각 교수님

우주는 가깝고도 멀다. 매일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별들도 다가가려하면 이내 도망가 버리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굳이 다가가려 하지 않아도 가끔씩 우리에게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바로 우주의 돌 ‘운석’이다. 이번 6호에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운석학자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최변각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운석이란 무엇이고, 운석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나요? 다 같은 돌인데 운석이라고 뭐 그리 특별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구의 돌과 우주의 ‘돌’인 운석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운석이란 지구의 대기권 밖에서 유래한 암석이 지구에 떨어진 것을 말해요. 지구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활발한 행성이라 암석들이 계속 해서 변해서 아주 예전의 흔적들을 찾기 힘든 반면에 우주에 떠다 니는 운석은 풍화,침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요. 그렇기 때문에 예전 태양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운석을 통해 알아낸 대표적인 사실은 태양계의 정확한 나이에요. 또, 가끔 맨틀이 날라간 소행성의 핵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통해 지구의 핵에 대한 연구도 간접적으로 할 수 있어요. 지구의 경우 내부로 갈수록 압력이 매우 강해지기 때문에 현대 과학기술로는 핵에 직접 접근하여 탐사할 수 없지만 이러한 운석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는 연구할 수 있죠. 저는 운석 내 산소 동위원소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어요. 다른 원소들은 동위원소비가 거의 균일한 반면 유일하게 산소만 동위원소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초기 태양계 생성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운석을 연구하시는 분이 매우 드문데, 어떠한 계기로 운석에 대해 연구하게 되셨나요?

저도 처음부터 운석을 전공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직업을 정해놓고 본인의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넓은 관심분야 안에서 자신의 전공을 선 택하고 진학을 하죠. 소위 성적 맞춰 대학을 가는 거죠. 어렸을 때는 다른 남학생들처럼 로봇도 좋아하고 이것 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했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지질학자 보웬1)에 끌려 지질학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 어 지질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지질학을 공부할 때에도 운석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원 석사과정 시절, 지도교수님이 안식년을 맞이하셔 미국 UCLA의 운석학 연구실에 1년 동안 방문하셨고 훗날 저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 되신 왓슨 교수님 부부를 한국으로 초청하셨어요. 한국에 와서 관광 을 시켜드릴 때 운전기사를 담당했었는데, 이를 계기로 인연이 닿아 UCLA 우주과학과로 유학을 가게 되었죠. 처음에 교수님도 제 가 운석을 공부하고자 했던 학생이 아니었던 것을 아셨기 때문에 1년 동안 본인 연구실에 있다가 적성에 안 맞으면 얼마든지 다른 교수님의 연구실로 옮겨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학부생때 배운 천문학 지식도 있는데다가 또 하다 보니 재미가 있어 계속 운석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렇게해서 지금까지도 운석을 연구하고 있어요. 저는 모든 인생은 연속한 우연이 만든 필연이라 생각해요.

 

천문학에서 다루는 운석과 지질학에서 다루는 운석은 무엇이 다른가요?

지질학적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운석의 광물,성분들을 연구하고 천문학적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운석이 어떤 궤도를 그리 며 지구로 떨어졌는지, 처음 탄생할 때 태양계의 환경이 어떤 조건 이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죠. 그렇지만 모든 학문의 경계를 무 가르듯이 가를 수는 없어요. 저 같은 경우는 천문학과 지질학의 경계에 서 있다고 봐야죠. 실제로 운석 학회에는 지질학,천문학,화학,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요. 생물학을 하는 사람들은 운석을 통해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 하죠.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외계 생명체는 없지만 1996년도 화성 생명체 흔적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었어요. 훗날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운석을 연구하실 때 운석은 어디서 가져오시나요?

해외 운석 거래상을 통해 운석을 사는 경우도 있고 남극에 가서 직접 운석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요. 남극의 빙하는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낮은 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데, 만약 산맥에 가로 막힌다면 더 이상 내려갈 수는 없게 되죠. 그런데 뒤에서는 계속 빙하가 밀고 있으니 그 힘에 의해 산맥에 가로 막힌 앞부분의 빙하는 위로 상승하게 돼요. 이때 위로 올라오는 빙하에는 오랜 세월 남극에 떨어져 내린 운석들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눈이 녹으면 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의 대부분은(80% 이상) 남극에서 발견된 것들이에요. 한반도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은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정도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올해 봤으니(진주 운석) 앞으로 죽을 때까지 운석이 한 반도에 볼 일은 아마 없겠죠?(웃음)그러니 넋 놓고 운석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릴 수 없으니 직접 찾으러 가야죠.

 

남극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남극의 기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전용기를 타고 남극으로 들어가지만 1차 탐사를 갔을 때만 하여도 세종 기지2)가 없었어요. 그래서 관광객을 태워다 주는 회사의 비행기를 타고 극 지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남극으로 들어갔죠. 3주 일정으로 갔는데 처음 간 탐사여서 운석을 찾기란 쉽지 않았어요. 다들 노하우가 없 었고 처음 이었으니깐요. 마지막 날 까지 운석을 찾지 못하고 이제 돌아가야하나 싶었는데 출발 5시간전에 운석 5개를 다행히 찾을 수 있었어요.
– 그래도 운이 좋으셨네요! (기자)
– 안그랬음 큰일날 뻔 했지 (웃음)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었 기 때문에 아마 1차 탐사가 실패했었더라면 이후 2차,3차 탐사를 진행하기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6차까지 진행하였고 300개 가 넘는 운석을 찾았어요.

 

이번에 한반도에 떨어진 진주운석에 대해 많은 사람 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운석의 금전적인 가치에 대한 관심이었는데요. 원인이 무엇인가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2월 15일에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러시아 첼라빈스크 운석이 떨어진 1주년을 기념하여 운석이 박혀있는 금메달을 줬었어요. 그런데 한국의 한 기자가 외국 기사에서 운석 가격이 순위 별로 매겨진 표를 보고 가장 비싼 운석의 가격으로 금메달의 값을 매겨 기사를 썼어요. 러시아 첼라빈스크 운석은 석 질운석으로 비교적 흔한 편에 속하지만 한 기자가 값비싼 화성이나 달 기원의 운석의 가격으로 기사를 쓰는 바람에 가격이 심하게 과 장되었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에도 운석이 떨어졌고, 금메달의 운석 가격을 본 또 다른 기자가 또 다시 운석의 가치를 매 우 부풀려 기사를 썼어요. 그게 바로 가격 논란의 시작이 되었죠. 사람들에게 알려진 바와 달리 진주 운석은 1g당 5000~10000원정 도 하는 평범한 운석이에요. 다만 우리나라서 발견된 몇 안되는 운 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진주 운석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나요? 운석을 사는 사람 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나요?

4개의 운석이 발견되었는데 1번,2번 운석은 극지 연구소에서 보관했었고 3번,4번 운석은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보관했었어요. 1,2,4번 운석은 소유주가 찾아갔고 3번 운석은 곧 반환 될 예정입니다. 운석 감정을 의뢰할 때 감정 조건으로 연구에 필요한 소량의 시료를 기증 받기 때문에 제가 연구를 하기에 충분한 시료는 있지 만 후학들을 위해 구입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발견 초기의 잘못 된 보도로 인해서 가격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아직까지 보류 상태에 있어요. 외국에는 운석 거래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운석 시장이 없기 때문에 운석을 갖고 싶어하는 누군가 수집 목적으로 운석을 사는 것이 아니라면 운석을 사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교수님에게 운석이란 무엇인가요?

밥벌이, 애인? 개인적인 생활을 제외한 모든 것이죠.  과학이 누군가에겐 밥벌이가 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왜 고등학교 때까지 과학을 배워야하는지 의 문을 갖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요즘 강조되는 인문학 이나 과학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과학은 인간이 가 진 본질적인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도구죠. 우주 공간의 초신성,거성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생 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 가 초신성, 거성에서 왔음을 생각하면 사람이 곧 우주에 요. 나의 본질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것을 왜 하냐고 하 는 것은 어찌 보면 황당한 질문이죠. 얼마나 깊이 있게 하느냐는 다르겠지만 자연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며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1) 캐나다출신의 암석학자. 보웬의 반응계열이라 불리는 마그마로부터 화성암이 생성될 때의 조암광물(암석을 이루는 광물)의 정출에 관한 반응 계열을 수립한 저명한 학자이다.

2) 남극대륙 북쪽, 사우스쉐틀랜드제도의 킹조지섬 바턴반도에 있는 한국 최초의 남극과 학기지. 하지만 남극본토에 위치하지않아 운석탐사를 위해 이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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