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올라탄 버스.
분명히 잠깐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왜 눈앞에는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난 누구 여긴 어디?
집에 가고 싶다……

도와줘 GPS! ⓒ. http://tongblog.sdm.go.kr/
도와줘 GPS!
ⓒ. http://tongblog.sdm.go.kr/

대부분의 우주개발이 그렇듯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우리말로 위성항법장치라고 하는 이 기특한 장치 역시 처음에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수 만 km 상공에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지켜보는 존재, 심지어 쉬지도 않는다. 냉전의 찬 기운이 세계를 뒤덮고 있던 70년대에는 당연하게도 미국의 군사용으로만 GPS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민간인도 GPS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이 군용 GPS를 ‘곱게’ 놓아준 것은 아니었다. 심술궂게도 고의적인 오차(SA, Selective Availability)를 발생시켜 민간이 군대만큼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1) 다행히도 2000년에 이러한 고의적 오차를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민간용 위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오늘날의 ‘생활 밀착형’ 네비게이션 시대를 불러오게 되었다.

 

자, 요약하자면 옛날 옛적에 위치 정밀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어딘가에 붙여뒀던 ‘고의적인 오차’는 15년 전에 떨어져 나갔고, 그 덕에 지금 나는 버스에서 잠깐 졸아서 요상한 동네에 내렸더라도 GPS로 내 위치를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건데…… 얘는 내 위치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사실 GPS는 아무것도 모른다.

GPS위성은 총 30대로, 우주공간에 그물망처럼 퍼져있다. 이들 위성은 거대한 라디오와 같아서 특정 주파수의 전파 신호에 메시지를 실어 끊임없이 방송할 뿐이다. 당신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속의) GPS 수신기이다. 이 녀석이 (역시 라디오처럼) GPS위성이 보낸 메시지를 듣고 당신의 위치를 알아낸다. 아무것도 모른다던 GPS위성은 대체 어떤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걸 들으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걸까?

30개의 GPS 위성이 온 지구를 그물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GPS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 NOAA
30개의 GPS 위성이 온 지구를 그물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GPS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 NOAA

GPS위성이 보내는 메시지는 꽤 복잡하게 구성되지만 핵심 포인트는 ‘시각’. GPS위성은 우리가 아는 시계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정확한 시계를 가지고 있는데2), 이를 이용해 현재 시각을 생방송한다. 이 메시지는 워낙 먼 곳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수신기가 이 생방송을 듣게 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차에 전파의 이동 속도(광속)을 곱하면 GPS위성과 수신기 사이의 거리를 얻을 수 있는데,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이 거리를 이용해 계산된다.

1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만일 지금 GPS로 당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면 당신의 스마트폰은 최소 4개의 GPS위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그럼 계산된 거리를 이용해 각 위성을 중심으로 네 개의 구를 그릴 수 있는데, 이 네 개의 구가 만나는 하나의 점에 당신이 있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GPS위성과 수신기는 같은 시계를 사용한다는 것과 송신한 방송이 수신기로 곧장 직진한다는 것, 그리고 GPS위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네 대의 GPS위성과 거리 만 있다면 어디에 있든 알 수 있다. ⓒ (tmjbeary)
네 대의 GPS위성과 거리 만 있다면 어디에 있든 알 수 있다.
ⓒ (tmjbeary)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실제로 송신한 방송은 오는 동안 이리저리 튕기고 휘어지느라 직진하지 않고3) 수신기에는 (GPS위성에 비해)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시계가 들어가 있다. 심지어 20000km 떨어진 곳에 있는 고작 2m짜리 물체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다니! 그러나 지상의 관제소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는 GPS위성이 보낸 방송 신호가 이용되는데,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에는 GPS위성의 운용을 위한 20여 개 관제소가 분포한다.4) 이들 관제소에서는 시계오차와 전리층 및 대류권에 의한 지연효과를 보정하고 GPS위성의 위치를 최대 3cm 이하(!)로 정밀하게 결정하여5) GPS위성과 사용자에게 전달해 준다. 이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수학적 이론과 모델을 포함하지만 간단히 “예측한 관측 값과 실제 관측된 값을 비교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관측 값은 GPS위성과 관제소의 위치벡터 그리고 시계오차를 비롯한 여러 오차모델을 이용해 예측한다.(관제소의 위치벡터를 결정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GPS위성에 집중하기 위해 생략하겠다.)

 

GPS위성은 기본적으로 지구의 중력에 의해 움직이지만 태양과 달, 행성들의 중력이나 지구 대기 저항, 태양 복사압 등의 힘들 역시 위성의 움직임에 (미약하게나마) 영향을 미친다. GPS위성의 위치벡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힘들을 수학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수학적으로’라는 말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단지 F=ma일뿐이다.) 슬프게도 이런 힘들은 태양 활동의 정도, 위성의 방향이나 재질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표현하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수학적 모델에는 오차가 발생하게 되고, 예측한 위성의 움직임 역시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유혹에 약 한 GPS위성은 여 기 저기 휘둘리지 만 다행히도 지구 가 꽉 잡고 있어 서 멀리 가지는 못 한다.
유혹에 약 한 GPS위성은 여 기 저기 휘둘리지 만 다행히도 지구 가 꽉 잡고 있어 서 멀리 가지는 못 한다.

 

이러한 모델 오차를 보정해주는 것은 실제 GPS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신호이다. 신호가 들어오면 둘을 저울질하여 실제로 위성이 어디에 있을지를 적절하게 결정해 주는데, 이때도 역시 예의 그 수학적 모델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GPS위성의 위치뿐만 아니라 대기에 의한 오차나 시계오차도 결정되는데, 특히 시계오차는 작은 차이가 엄청난 오차를 유발하기 때문에 매우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6)

GPS위성의 위치결정은 관측값과 예측값의 균형 잡기와 같다. ⓒ http://study.zum.com/ book/15745
GPS위성의 위치결정은 관측값과 예측값의 균형 잡기와 같다.
ⓒ http://study.zum.com/ book/15745

 

 

GPS는 사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 GPS는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위성측위시스템) 중 하나로, 이외에도 러시아의 GLONASS, 유럽의 Galileo, 중국의 Beidou 등 다양한 위성항법시스템이 전 세계의 사용자에게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QZSS나 인도의 IRNSS 등과 같이 자국의 영역에 대해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위성항법시스템 역시 구축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한반도를 기점으로 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위성이 길 잃은 나를 집으로 안내해 줄 날도 머지않았다.7)

 

글 이은지 (lej315@naver.com)


 

1) 군사용 정밀도는 5~15m, 민간용 정밀도는 30~100m 수준이었다.
2) 십만 년 동안 고작 1초의 오차가 발생한다.
3) 전리층과 대류권에 의한 굴절 및 지연효과로 최대 30m의 오차가 발생한다.
4) 미국에 있는 총괄센터(MCS, Master Control Station)를 비롯해 GPS위성 추적을 위한 12개의 안테나와 16개의 감시센터가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전에 감시센터가 하나 있다 (ref. http://www.gps.gov/systems/gps/control/).
5) 사용 목적에 따라 덜 정밀한 것(위치오차 100cm, 시계오차 5ns 급), 정밀한 것(위치오차 5cm, 시계오차 3ns 급), 끝판대장(위치오차 2.5cm, 시계오차 75ps 급)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각각은 제공되는 주기도 다르다 (ref. http://igs.org/products).
6) GPS위성의 시계오차가 고작 13ms 발생했을 때 한 통신회사의 시스템에는 12시간의 오차가 발생했다 (http://www.bbc.com/news/technology-35491962).
7)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2013)에 따르면 2040년까지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25년만(!) 기다리면 된다.


참고 자료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관계부처 합동, 2013
Vetter, Jerome R. “PFifty Years of Orbit Determination.” Johns Hopkins APL technical digest 27.3 (2007):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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