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5월 17일 오늘의 예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태양 활동이 활발해져서 코로나 물질 방출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흑점 예보를 보시면, 태양 남쪽에 커다란 흑점군이 보이고 있는데요,
이 지역에서 24시간 이내에 M등급 플레어가 발생할 확률은 57%로 예측되었습니다.
플레어가 발생했을 때 대기권 밖의 인공위성은 모두 지구 뒤편의 정지궤도로 대피하여 주시고
우주정거장 안의 모든 인원 역시 각 우주정거장에 설치된 대피소로 이동하여서
예보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지자기 폭풍 지수는 안정권에 있으나,
위에서 말씀드린 플레어로 인해 48시간 내 갑작스런 통신 두절과 GPS 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예보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극 항로를 지날 예정인 항공기는 위험할 수 있으니
지자기 폭풍 발생 시 우회 항로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 TV를 보는데 이런 방송을 듣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것 같은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자는 사이에 미래로 시간여행을 한건 아닌지 의심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은 실제로 현재 우주기상예보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미 우주기상은 우리 생활에 적지 않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주 기상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 기상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우리가 우주 기상을 알아야 할까?
우주의 날씨가 왜 중요할까?

ⓒ. http://www.nasa.gov/
우주 기상, 쉽게 말해 우주의 날씨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우주 시스템의 사용과 인류의 우주 활동 시 영향을 미치는 태양 활동에 의한 전리층과 지구 자기권의 전자 밀도, 지자기 강도, 플라스마 밀도 변화 등 우주 공간의 물리적 상태.
비가 오거나 해가 비치는 것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양성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태양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역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를 우주의 날씨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태양이 우주 날씨를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할까?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할 뿐만 아니라 태양의 자기적 활동에 의해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오로라가 있다. 오로라는 태양으로부터 튀어나온 하전입자 덩어리인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을 벗겨내면서 흘러 들어와 지구의 대기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오로라는 라틴어로 ‘새벽’ 이라는 뜻의 단어 ‘아우로라’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의 라틴어식 이름이기도 하다. 고대의 사람들은 오로라를 아침을 여는 여신으로 빗대어 표현했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음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태양과 지구 사이의 상호작용은 오로라처럼 마냥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게 되었다. 특히 인류가 전기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될수록 전 지구에 전자기적 이상을 불러오는 태양 활동은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준 것이 흔히 ‘퀘벡 정전 사태’로 잘 알려진 1989년 3월에 있었던 거대한 태양 폭풍이었다.

ⓒ. http://www.nasa.gov/
1989년 3월 12일 자정 무렵, 태양에서 발사된 하전입자들이 지구를 강타하였다. 오로라는 대개 극지방에서 발생하는데 태양의 활동이 매우 거센 시기였기 때문에 평소보다도 오로라가 일어나는 지역이 훨씬 확장되어서 미국 남부의 플로리다나 그 아래 위치한 쿠바에서도 오로라가 보였다.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하전입자들은 지구의 대기와 상호작용하는 것도 모자라 변압기에 강한 전류를 유도하면서 결국 다음날 2시 44분 변압기를 녹이기에 이르고 캐나다 동부의 퀘벡 지방에 공급되던 수력 발전소의 전기를 끊어버림으로서 거대한 정전 사태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6백만 명에 이르는 퀘벡 사람들은 9시간 동안 어둠과 추위 아래서 떨어야 했고 학교와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몬트리올 지하철 역시 움직일 수 없어 출근길이 혼란에 빠졌고 공항 역시 제 기능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사태에서 발생한 퀘벡 사람들의 경제적 손해는 수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대규모 태풍이나 지진에 필적하는 손해 규모이다.
위 사건은 인간의 삶에 태양 활동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이다. 더 나아가서, 우주 날씨는 인공위성의 운영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1994년 1월 릴레함메르 올림픽 당시에 일본 통신위성이 태양풍에 영향을 받아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고, 그 이후로도 강한 태양 폭풍이 올 때마다 인공위성의 주요 전력 공급원인 태양전지가 손상되어 효율이 급감하고 내부의 정밀회로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혀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인공위성 하나를 쏘아 올리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우주 기상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초래되는 경제적 손실은 엄청남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요즘은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서도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한 GPS를 정말 많이 활용하기에 태양 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 규모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국가 주도로 우주기상 예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태양은 어떤 별이기에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변덕쟁이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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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보는 태양은 항상 동에서 뜨고 서에서 지는 거의 일정하게 밝고 둥근 천체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태양은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을 태우며 태양계 바깥으로 물질을 마구 내뿜고 있다. 태양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흑점이다. 흑점이란, 태양의 표면에 보이는 검은 점으로 태양필터를 낀 망원경으로 쉽게 관측할 수 있다. 흑점은 태양 표면에서 주위의 온도보다 온도가 낮은 지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태양의 내부 자기장이 베베 꼬이면서 태양 밖으로 빠져나올 때 주위의 물질을 밀어내기 때문에 생긴다. 태양은 중심에서 핵융합이 일어나는 복사층과 외부로 그 열을 전달하는 대류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류층은 물질들의 대류를 통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자기장에 의해 물질이 밀려나게 되면 대류가 일어나지 않게 되면서 태양 표면에서 열을 방출하기만 할 뿐 새로운 열이 공급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주위보다 온도가 낮은 지점이 생기고 그것이 우리 눈에 검게 보이는 것이 바로 흑점이 되는 것이다.

ⓒ. http://apod.nasa.gov/
즉, 흑점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태양의 자기장이 그만큼 많이 베베 꼬여있다, 즉 그만큼 바쁘게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장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자기장을 타고 물질이 많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우리는 코로나 질량 방출(CME)라고 한다. 코로나 질량 방출이 일어나면 수많은 하전입자들과 플라스마들이 강력한 자기장을 따라 우주공간으로 발사되고 이것이 지구에 들어오게 주게 되면 오로라를 일으키고 정전사태나 통신 두절을 일으킬 수 있다.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는 태양 활동으로 플레어가 있는데, 플레어란 태양 대기에서 발생하는 폭발 현상으로 그 세기가 수소폭탄 수천만 개에 달한다. 태양의 자기장이 꼬여서 밖으로 드러나면 인접한 자기장들이 만나 새로운 자기장을 만드는데 이를 ‘자기 재연결’ 이라고 한다. 자기 재연결에 의해 잃어버린 에너지는 인근의 전자와 양성자의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를 통해 전자와 양성자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되고 발생한 지 짧게는 15분, 길게는 2시간 안에 지구까지 도달하게 되므로 강한 플레어의 경우에는 예보가 되지 않는다면 손 쓸 새도 없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위성을 띄워 태양을 수시로 관측하며 흑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렇게 태양 활동을 잘 보여주는 지표인 흑점 수는 11년을 주기로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태양의 자기장이 발달하는 메커니즘 때문인데, 11년이 지나고 나면 자기장이 뒤집혀서 정확히는 22년 주기로 태양의 자기장이 변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퀘벡 정전사태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지속된 22번째 태양 주기의 극대기에 발생한 플레어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태양의 한쪽 면밖에 관측할 수 없고 태양이 자전하기 때문에 태양 전체의 흑점을 우리가 전부 파악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항상 극대기에만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 질량 방출이 일어나지는 않게 된다. 게다가 태양의 자기장을 만드는 메커니즘도 실제로는 대류 구조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가 완벽히 태양 활동의 극대와 극소를 이해할 수도 없다. 실제로 역사적인 태양 폭풍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개는 태양 활동의 극대기를 전후에서 일어나지만 길게는 3년을 전후로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 질량 방출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현재 어떤 방식으로 우주 날씨를 예측하고 있는 것일지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
내일은 어떤 태양이 뜰까?
낙담하고 있는 친구에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말해본 경험이 있는가? 하지만 이 말은 태양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우주 기상 예보관들에게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점점 태양 활동에 깊이 관련될수록 태양 활동을 예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지면서 내일의 태양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 태양 활동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리학과 통계학을 통해 우주 기상 예보 모델을 개발해서 관측 결과를 통해 앞으로의 태양 활동을 예측하고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우주 기상 관측과 예보가 국가적인 관심 하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CCMC(Comunity Coordinated Modeling Center)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어 주목할 만 하다. 이 단체는 우주 기상 모델링이 복잡하여 개인이 따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주도로 모델을 개발하고 의뢰를 받아 모델을 사용해서 결과를 무료로 보내주고 일부 모델의 경우 소스 코드를 공개하여 우주 기상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부터 기상청에서 우주기상 예보, 특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주기상 실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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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다. 현재의 기상 예보 모델로는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물리적 상호작용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이것을 완전히 이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적인 자료를 모아 만든 모델을 사용하게 된다. 경험적인 모델의 예를 들자면 어떤 흑점이 관측되었을 때 24시간 안에 어떤 수준의 플레어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였는지 통계를 낸 결과를 모아 플레어 예측 모델로서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한 태양 활동일수록 발생 빈도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통계적인 모델로서는 강한 태양 활동이 일어날 확률을 지나치게 낮게 추정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델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대부분 인공위성에서 측정된 양성자 개수나 X선의 세기 등인데 이러한 인공위성 역시 정밀 기계를 사용하므로 태양 활동에 굉장히 취약하여 거대 태양 폭풍을 전후하여 발생하는 활발한 태양 활동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서, 우주 기상이라는 것이 태양, 태양과 지구 사이의 공간, 지구 자기권, 이온권, 지구 상층 대기가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너무 변수가 많아 모델링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우주 날씨를 이해하는 것은 과거 농경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비를 예측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인류는 과거의 선조들이 날씨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노력을 했듯 지혜를 모아 이 복잡한 세계를 한 꺼풀씩 열어 젖혀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다 보면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는 당신이 눈을 떴을 때 우주 날씨 예보를 듣는 것이 일상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글 진선호 (jsh8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