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바라보면 언제나 여러 빛들이 반짝인다. 인류는 예로부터 밤하늘에서 오는 빛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이러한 상상들은 전설, 신화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져 왔다. 하지만 이후 인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밤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더 알고자했다. 그렇게 하여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 나타나는 빛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알아내려고 하였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천문학자들은 빛이 우리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인류가 매일 밤 바라보던 하늘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넓고 광활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천문학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거리 단위 대신 새로운 단위로 표현했다. 이번 기사에선 천문학에서 쓰이는 거리 단위들에 대해 다룰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우주의 크기를 짐작해보도록 하자.

우주가 모래 위의 존재가 되어 이 지구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우주가 모래 위의 존재가 되어 이 지구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모래 한 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주는 너무나 넓은 공간이기 때문에 천문학에서는 우리가 거리를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위인 미터(m)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체 우주가 얼마나 넓기에 새로운 단위가 필요한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래 한 알을 생각해보자. 모래 한 알에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너무나 넓고 모든 것이 거대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도 이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모래 한 알이 바라보는 지구와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 무엇이 더 넓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의 우주를 지구가 모래 한 알이 되도록 축소시켜보자.(고운 모래 한 알의 경우 그 반지름은 대략 0.1nm이고 지구의 반지름은 대략 6370km에 달한다.) 지구를 모래 한 알로 축소시킨다면 지구 주위에 존재하는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까지의 거리1)는 고작 5~6m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길이는 굉장히 얇은 핸드폰의 두께 정도에 해당한다.

천문단위

그렇다면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는 어떨까? 실제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대략 1억 5천만 km에 달한다. 이 거리를 모래 한 알의 지구와 비교하면 대략 2.3~2.4m에 해당한다.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만 해도 너무나 짧았는데 태양까지의 거리를 비교해보니 갑자기 사람의 키보다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긴 거리를 미터를 이용하여 표시하는데 불편함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를 새로운 거리 단위로 삼기로 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거리 단위가 바로 ‘천문단위(Astronomical Unit, AU)’2)이다. 천문단위는 태양계와 같은, 한 별 주위에 존재하는 여러 행성이나 소행성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적합한 거리 단위이다 태양계의 크기는 약 30AU 3) 에 달하며 이는 모래 한 알이 보기에 70m, 약 25층 건물의 높이와 비슷하다.

천문단위는 천문학에서 긴 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도입되는 단위 중 하나 이며,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로 정의된다. ⓒ. 위키피디아
천문단위는 천문학에서 긴 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도입되는 단위 중 하나 이며,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로 정의된다.
ⓒ. 위키피디아
광년 그리고 파섹

하지만 지구와 천체 사이의 거리를 이야기할 때, 천문단위로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예로 태양 이외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같은 경우 27만 AU만큼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운 별만 하더라도 이 정도인데 더 멀리 있는 별을 천문단위로 표현하기에는 매우 불편할 것이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단위 중 하나가 바로 ‘광년(Light Year)’이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를 의미하며, 약 6만 3천 AU에 해당하고 이를 미터로 환산하면 약 9조 4600억 km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광년 이외에 아주 먼 거리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파섹(Parsec, pc)4)이 있다. 1 파섹은 3.26광년에 해당하는 거리로서. 아주 긴 거리를 이야기할 때 이 두 단위를 병행하여 사용한다.

광년 그리고 파섹 둘 다 너무나 긴 거리인 만큼 잘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를 앞에서 본 모래 한 알의 지구와 비교해본다면 1광년은 148km,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 정도에 해당하고 1파섹은 대략 480km의 거리,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에 해당한다.

광년과 파섹은 별까지의 거리, 더 나아가 우리 은하 바깥의 천체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데 사용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를 광년으로 표현하면 4.24광년, 파섹으로 표현하면 1.30 파섹으로, 보다 더 편리하게 표현할 수 있다.

모래 한 알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그럼 천문학자들은 우리 우주를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지구의 모래 한 알에서 달까지는 어떨까? 지구의 모래 한 알에서 달을 보는 것은 우리가 우주에서 2591광년 떨어져 있는 천체를 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거리는 지구와 우리 은하 중심까지의 거리(26000광년)보다도 훨씬 작은 거리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모래 한 알에서 태양을 바라보는 것은? 이는 100만 광년의 천체를 보는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거리도 우리 은하와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250만 광년) 보다 적다.

이 즈음되면 천문학자들이 바라보는 우주가 모래 한 알의 지구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한 천체 중 가장 멀리 있는 천체는 ‘GN-z11’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로부터 자그마치 134억 광년 떨어져있는 은하이다. 이 은하는 모래 한 알의 지구에서 보더라도 2.1광년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이다.

현재 관측된 천체 중 가장 멀리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은하 'GN-z11' 의 모습이다 ⓒ. http://hubblesite.org
현재 관측된 천체 중 가장 멀리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은하 ‘GN-z11’ 의 모습이다
ⓒ. http://hubblesite.org

이번 기사에선 천문학에서 사용되는 거리 단위들을 살펴보았고, 이런 단위들이 얼마나 긴 거리를 표현하는데 사용되는지 보았다. 천문단위, 광년, 그리고 파섹과 같은 아주 긴 거리를 표현하는데 쓰이는 단위들과 이런 단위들로도 표현하기 힘든 천체들을 보면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 보인다. 마치 모래 한 알 위에 존재 하나가 지구 전체를 이해하려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모래 한 알 위에서 지구를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우주를 이해하는 데에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이번 잡지의 주제 중 하나인 천체들의 거리를 알아내는 것도 천문학자들의 노력의 한 산물이다. 모래 한 알 위에서 바라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 알아보도록 하자.

글 윤한결 (aa7652@naver.com)


1) 실제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대략 38만 5천km이다.
2) 천문단위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태양계 현 주소’를 읽어보자.(10호)
3) 여기에서 말하는 거리는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해왕성까지의 거리를 뜻한다.
4) 파섹은 ‘연주 시차가 정확히 1초(1/3600도)가 되는 거리’로 정의되는데 연주 시차에 대하선, ‘태양계 현 주소’ 와 ‘공주님은 대체 어디에?’ 를 읽어보자!(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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