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함”, “한결같음”, “불멸”

이 단어들과 어울리는 대상은 뭐가 있을까? 금, 은, 보석 등등…..
그중에서도 보는데 돈도 들지 않는 별이 하늘 높게 떠 있다. 사람들이 말 하길 별은 항상 같다. 인간이 처음 나무에서 내려와 먹을 것을 구하던 저 옛날부터 유인우주탐사를 진행할 미래까지 밤하늘을 변함없이 밝게 장식할 것이다. 항상 같은 모습을 가지는 별들은 많은 문학작품에서 영원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항상 같기 때문에 별을 ‘항성(恒星)’이라고 이름붙이지 않았는가!

어디나 꼭 튀는 사람이 있듯이,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별들 중에서도 반항아가 있어야 제 맛이다. 이 별들의 밝기는 일정하지 않고 변한다. 심지어 눈에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별들도 있다. 짧게는 10시간에서 길게는 수십일 이상의 주기를 가지고 변하기도 한다. 남들과 튀는 별 세상의 반항아들을 살펴보자.

http://www.es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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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지금 숨바꼭질 중

잘못 사귄 친구로 인해 방항아로 전락한 식 변광성(eclipsing variable)은 두 별이 서로 숨바꼭질을 하며 밝기가 달라진다. ‘식(蝕, eclipse)’이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하지만 일식, 월식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지구에서 차단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리는 일이 먼 우주에서도 펼쳐지며,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다. 우선 두 별이 커플이 되어 서로를 돌고 있어야 한다. 하늘에서 보이는 별들 중에 절반 이상이 커플, 쌍성(binary)이다. 이 두 별이 서로를 가리면서 돌 때 식 변광성이 된다.

식 변광성은 왜 밝기가 변할까?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두 별이 서로의 앞을 지나며 가리는 숨바꼭질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두 별이 서로를 가리지 않고 모두 보일 때 가장 밝고, 별 하나가 다른 별 하나를 가리면 어둡다. 식 변광성의 두 별은 서로 가깝고 우리에게 너무 멀어서 두 별의 숨바꼭질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힘들다. 두별의 합쳐진 밝기가 변하는 것만 볼 뿐이다.

숨바꼭질 중에 어두운 별이 밝은 별을 가리면 가장 어두워지고 우리는 이를 주극소(primary eclipse)라고 부른다. 반대로 밝은 별이 어두운 별을 가리면, 밝기가 앞선 주극소보다는 조금 어두운 부극소(secondary eclips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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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식 변광성, 페르세우스자리의 ‘알골(Algol)’은 밝기가 2.2등급에서 3.5등급까지 변한다. 알골의 밝은 별과 어두운 별이 서로를 돌며 가리는 숨바꼭질의 주기는 약 2.9일 정도이다. 알골과 같이 눈에 보일 정도로 밝기가 크게 변하는 별은 변광성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대부분 밝기 변화가 미세하기 때문에 눈으로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망원경과 검출기를 이용하여 시간에 따른 별의 밝기 변화를 그래프로 그리고 그 별이 반항아인지 알아보게 된다.

단지 두 개의 별이 짝을 이루어 서로 돌고 있을 수 있지만 세 개, 네 개의 별이 삼각관계, 사각관계를 이루어 함께 돌 수도 있다. 앞서 얘기한 알골의 경우도 또 다른 세번째 별이 약 1.87년을 주기로 함께 돌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숨바꼭질 중인 두 별이 너무 가까워서 아예 붙어버린 경우도 있다. 마치 땅콩처럼 생긴 이 별은 특이한 구조로 인해 주극소와 부극소를 구분하기 어렵다. 천문학계에서 한창 뜨거운 감자인 외계행성 역시 식 변광성과 비슷한 모습을 갖는다. 다만 쌍성의 구성원 중 하나가 별이 아닌 행성일 뿐이다. 행성은 별에 비해 매우 작고 어둡기 때문에 행성이 별을 가릴 때는 그 밝기 변화가 아주 미세하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미세한 광도의 변화를 찾아내어 외계행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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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Bounce Bounce

맥동 변광성은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 변광성이다. 별 스스로 자신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면서 밝기가 변한다. 1598년 8월 독일의 천문학자 ‘데이빗 파브리치우스(David Fabricius, 1564 ~ 1617)’는 고래자리의 별 하나를 관측하였는데 밝기가 밝은 2등급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바뀌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 별에 경리롭다는 뜻을 가진 ‘미라(Mira; 기적 miracle의 어원)’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제 미라는 밝기가 2등급에서 10등급까지 약 1600배나 변한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런 변광성들이 어두운 면과 밝은 면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별이 회전하면서 밝기가 변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별이 심장처럼 박동하기 때문에 밝기가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데, 이런 별을 맥동 변광성(pulsuating variable)이라고 한다. 사춘기는 별에게도 매우 두근두근거리는 혼란의 시기이다.

학창시절 때 자주 다뤘던 용수철 실험, 용수철을 세로로 매달아 놓고 어느 정도 당겼다가 놓으면 출렁거린다. 만약 마찰과 공기 저항 등 외부의 방해가 없다면 용수철은 영원히 같은 폭을 유지하며 진도을 무한 반복하게 된다. 맥동 변광성이 두근거리는 원리는 이 용수철과 같다. 변은 어느 정도 진화하면 내부가 불안정해지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한다. 거대한 물질이 중심으로 누르는 중력과 뜨거운 내부가 바깥으로 밀어내는 압력과 질긴 경쟁이 시작된다.

이 사춘기에 접어든 별은 불안저한 내면 때문에 계속 팽창과 압축을 반복하게 된다. 별이 압축되면 밀도가높아져 불투명해지고, 팽창하면 밀도가 낮아져 투명해진다. 불투명해지면 내부의 에너지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중심 온도가 올라가고 내부의 압력도 커진다. 결국 다시 바깥으로 밀려나가 팽창하게 된다. 하지만 팽창한 별은 다시 투명해지면서 내부의 에너지를 바깥으로 쉽게 내보내고 온도가 식어 내부 압력이 줄어든다. 다시 도로 수축하게 된다. 이러한 투명과 불투명 상태의 반복을 겪으며 별의 밝기도 계속 변한다.

실제 안드로메다 은하에 위치하는 맥동 변광성의 모습. 날짜가 지나면서 별의 밝기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실제 안드로메다 은하에 위치하는 맥동 변광성의 모습. 날짜가 지나면서 별의 밝기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반항아로 가득한 곳이다. 더 이상 별을 보며 영원함, 한결같음을 노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인에게는 실망스러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별들의 반항은 천문학자에게는 우주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별 두개가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얼마나 오래 별을 가리는지를 측정하면, 각 별의 크기와 질량을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특히 맥동 변광성은 천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역활을 한다. 내부 물리적 상황에 의해 밝기가 변하기 때문에 밝기 변화의 주기가 곧 그 별의 내면 상태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맥동 변광성이 얼마동안 밝아졌다 어두워지는지만 관측하면 그 별의 진짜 얼마나 밝은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별이 실제로 얼마나 먼 곳에서 빛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천문학자들이 사춘기 별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중2병 진단을 내리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KTX를 타고 간다고 해도 1500만년 이상 걸린다. 그리고 이 보다 수십, 수백, 수천배 떨어져 있는 별들이 밤하늘을 밝힌다. 그 사이에 변광성도 열심히 밝기를 바꾸며 빛나고 있다. 이제 밤하늘을 볼 때 그들도 가끔씩 신경써주자. 그 먼 거리에서 어떻게든 주목받고 싶어 온갖 술수를 쓰는 사춘기 별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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