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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과학은 자연 현상을 분석하고, 실험을 통한 검증을 거쳐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천문학 또한 과학의 일부다. 하지만 천문학은 연구하는 대상의 특징으로 인해 다른 과학 분야와는 크게 다른 점이 많다.

어떤 하루살이가 우연히 지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 하루살이는 광활한 이 땅이 ‘인간’이라는 한 가지 종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천재 하루살이는 인간에게 흥미를 가지고 하늘에서 그들의 도시를 내려다보며 조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하루살이의 꿈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인간이 하루살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커서 그는 인간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가 없었다. 인간들의 눈에 그는 아무리 지성을 갖추었다고 한들 평범한 하루살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저 아래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관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음을 직감했다. 인간들의 수명 역시 하루살이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길었던 것이다. 하루살이가 태어나고 생각하고 죽는 시간은 인간에게는 그저 순간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인간의 생태계를 알아내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잡은 그는 공중에서 망원경을 통해 사람들을 관찰하는 법을 터득했다. 비록 사람들에게 무언가 영향을 줄 방법은 없었지만, 관찰자로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인간을 관찰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한 인간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살이는 이 방법이 아주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다. 그가 관찰했던 아주 긴 시간 동안 표적으로 삼았던 인간이 한 일은 그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것뿐이었다. 어디를 향해서 걸어가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루살이의 눈에 그는 전혀 늙거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한 하루살이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루살이는 가능한 한 가장 인간이 많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하루살이는 인간들 하나하나를 관찰하여 각 개체의 외형적 특징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루살이가 처음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사람들의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이었다. 키가 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땅딸막한 사람도 있었고, 뚱뚱하거나 마른 사람들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머리색과 피부색도 제각각이고 입은 옷의 종류, 머리 길이 등등의 고유한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루살이가 불쌍하다고 느껴지는가? 그러나 하루살이의 상황은 오늘날 인류 전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의 스케일에 비해서 너무 작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양계는 수천억 개의 은하 하나하나를 이루고 있는 수천억 개의 또 다른 태양계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우리는 아직 태양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보더라도 적게는 수백만 년, 많게는 수십억 년에 달하는 별의 수명에 비해서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우주의 역사를 5000년으로 줄이면 인간의 역사는 그 중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천문학에서 우리가 놓인 상황은 하루살이의 상황과 비슷하다.

마치 보잘 것 없는 하루살이처럼 우리는 우주의 생태계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가 없다. 이는 천문학이 다른 학문들과 가지는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우주는 거대한 실험실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우주에서 이루어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실험을 참관하는 것뿐이다. 우주의 역사를 하나의 장대한 영화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 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단 한 순간의 정지 화면일 뿐이다.

하지만 천문학에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분류학이다.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우주 속에서 별들은 지금도 무수히 많이 태어나며, 진화하고, 죽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별들의 나이는 제각기 다르다. 이 무수히 많은 별들은 서로 각기 다른 진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별을 분류하면서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별들이 한 가지 종류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주계열성’이었고, 이렇게 많은 주계열성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별이 일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상태로 보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주계열성 이외에도 거성, 백색왜성 등의 특이한 별들이 발견되었고, 이러한 별들은 주계열성이 모종의 이유로 진화하여 만들어지는 희귀한 별들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는 우주 시공간의 아주 좁은 곳에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속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관측만으로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천문학은 유령을 쫒는 학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주장한다. 태초에 우주는 극도로 좁은 지역에 밀집되어 있었고, 대폭발을 통해 팽창을 일으켜 현재의 우주가 된 것이라고 말이다. 과학계에서는 이 빅뱅 이론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인데, 그걸 어떻게 알죠? 직접 보기라도 했나요?’

그렇다. 직접 봤다. 과거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타임머신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고, 좋은 망원경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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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ASA/Hubble, 창조의 기둥

이 사진은 뱀자리에 위치한 독수리성운의 일부분을 찍은 것으로, ‘창조의 기둥’이라 불린다.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높이 솟은 기둥처럼 보이는 검은 물체는 먼지와 가스가 두껍게 뭉쳐진 지역인데, 주변 별들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받아 은은한 빛을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이 기둥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6000년 전에 독수리성운 근방에서 초신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 초신성 폭발로 인해 강한 충격파가 발생했고, 이 충격파는 기둥을 이루는 가스와 먼지들을 밀어내 버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 성운은 우리로부터 7000광년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성운에서 오는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려면 7000년이 걸린다. 우리는 아직 기둥이 파괴되기 전의 모습, 즉 ‘7000년 전의 유령’을 보고 있는 셈이다.

빛의 속도가 유한한 덕분에 우리는 우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과거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은하의 과거가 어땠는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함으로써 우리 은하가 과거에 어땠을지 대략적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다.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천문학자들은 뜨거운 상태의 태초 우주로부터 온 빛도 검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류가 하루살이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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