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으로 깜짝 스타가 된, 블랙홀의 A to Z
2014년 겨울, 우리는 모두 ‘우주’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그 장본인! 멀고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우주’라는 주제와 놀란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인터스텔라는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행복한 우주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 속에서도 유난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블랙홀(Black Hole)’이다!

블랙홀? 친근한 듯, 생소한 듯
어렸을 적 본 SF영화나 만화에서 블랙홀은 항상 단골주제였다. 그 덕분인지 아마 당신은 ‘블랙홀’이라는 단어 자체는 지겹도록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토록 블랙홀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블랙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블랙홀은 아직 큰 수수께끼의 대상인데, 심지어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어, 얼마 전엔 블랙홀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논문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블랙홀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연구 대상이 되었다. 또한,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수많은 물리학 이론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 연구 가치는 이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검은 구멍
‘블랙홀(Black Hole)’은 영어 그대로 ‘검은 구멍’이라는 의미이다.(작명소도 울고 갈 과학자들의 작명센스를 보아라!) 사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딱히 정해진 이름이 없어서 과학자들마다 부르는 명칭이 천차만별이었으나, 1969년 미국의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가 처음으로 ‘블랙홀’이라고 정하면서 그 명칭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나도 커서 물질, 입자는 물론 심지어 빛과 에너지까지 모조리 빨아들이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검은색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여담으로, 필자는 ‘블랙홀’이라는 영어명칭보단 ‘검은 구멍’이라는 한국어명칭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검은 구멍’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그냥 ‘블랙홀’이라고 말한다.
블랙홀의 탄생기
지금 우주라이크를 읽고 있는 당신이 어느 순간 떡하니 세상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닌 것처럼, 블랙홀도 마찬가지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태양과 같은 젊은 별을 과학자들은 ‘주계열성’이라 부르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 주계열성들은 점차 부풀어 오른다. 살찐 듯 커져버린 이 별을 ‘적색거성’이라 부르며, 적색거성의 크기가 한계에 이르면 폭발 혹은 분해되어 버린다. 상대적으로 작은 질량의 별들은 분해되고, 큰 질량의 별들은 폭발하게 되는데, 이 폭발의 순간 적색거성의 일부분이 뭉쳐 순식간에 수축하면서 무지막지한 밀도의 별이 탄생한다. 이 무지막지한 별이 바로 ‘블랙홀’이다.
물론 태양은 우주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질량의 별이기 때문에 초신성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며, 당연히 블랙홀이 될 리 없으니 걱정은 접어두자.

블랙홀의 외모
그 유명한 블랙홀의 외모를 보다 디테일하게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종이와 펜을 준비해보자. 그리고 종이에 동그란 원을 그려보자. 마지막으로 그 원을 빈틈없이 색칠해보자. 그것이 블랙홀의 얼굴이다. 그토록 유명한 블랙홀도 이렇게 생겼으니 이제 당신은 기죽을 이유가 없다. 블랙홀에 비하면 당신은 배우 뺨치게 훤칠한 외모일 것이니…
이토록 단순하게 생긴 블랙홀이지만 때에 따라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스텔라’에 나온 블랙홀은 단순히 검은 원이 아니라, 검은 원 주위로 휘황찬란한 빛의 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사진참고)
실제로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블랙홀의 모습은 수많은 블랙홀 모델 중 가장 최신판이며, 상당히 그럴듯하게 묘사되어있다.
블랙홀 주위의 휘황찬란한 빛은 두 가지의 이유로 발생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중력렌즈 효과로 인한 빛의 굴절이다. 쉽게 말해, 블랙홀 뒤에 가려진 수많은 별빛들은 언뜻 생각해선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으로 별빛이 휘어지면서 우리 눈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블랙홀 주위의 물질들이 블랙홀 주위를 빠르게 공전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 에너지가 가시광선의 형태로 우리 눈에 들어오면서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의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검고 칙칙할 것이라 생각했던 블랙홀에 빛이라는 활력을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블랙홀로 시간여행을?
블랙홀에 들어가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는 인터스텔라의 내용은 영화일 뿐! 우리는 아직 블랙홀 내부에서 정확히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리 알고 싶다 하더라도, 블랙홀에 들어가면 엄청난 조석력에 의해 무엇이든 산산조각나기 일쑤이다. 하지만 블랙홀을 이용해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블랙홀의 큰 중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이는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랙홀의 중력은 상상을 초월하니, 당신이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 주위를 빙빙 돌다가 지구로 돌아간다면, 블랙홀을 도는 동안 지구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흘렀으므로 미래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와 정말 신박하다고? 아쉽지만 현실성이 없다. 블랙홀은 너무나도 멀리 있기 때문에 설령 당신이 우주선을 타고 지금 당장 지구를 떠난다 하더라도, 블랙홀의 털끝도 보지 못한 채 당신은 생을 마감할 것이다.

짝사랑
이렇듯 가깝고도 먼 블랙홀은, 우리로 하여금 언젠가 겪었던 짝사랑을 연상시키게 한다. 열렬히 좋아해도 차갑기만 한 존재. 섣부른 마음에 가까이 다가간다면 상처만 남게 되는 그런 짝사랑 말이다. 내 몸이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해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도 있겠지만,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 그 차가운 모습마저도 사랑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짝사랑을 하는 모든 이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블랙홀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도 이와 같은 마음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