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폭탄이나 기체 덩어리가 터지면서 불이 붙는 광경이 생각날 것이다. ‘ 짜증 폭발’이나 ‘뇌가 폭발할 것 같은 기분’ 등 비유적 의미의 폭발이 아닌, 물리적인 폭발을 일상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기는 어렵다. 대신 우리는 폭발의 이미지를 뉴스나 화 등에서 종종 접해 왔다.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 폭발했다는 뉴스는 좋은 소식을 담고 있지 않다. 이를테면 ‘가스 폭발로 인해 일가족 사상’, ‘xx 지하철역 폭탄 테러 신고 접수’, ‘ 북한 또 핵 실험…남북 긴장 고조’ 따위의 제목을 달고 TV 혹은 신문에 나온다. 때로는 뉴스와 함께 가스 폭발의 잔해를 촬한 상이나 버섯구름의 자료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뉴스에서의 폭발은 물리계를 비롯하여 삶이나 평화의 안정적 상태에도 엔트로피를 부여하는 파괴력을 가진다.

http://www.wallpaperup.com/search/results/big+bounce/all_cats/all_res/at_least/quality/DESC/all_col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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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화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는 마지막 장면은 과거에 안주하려는 우유부단함을 반성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온 역사를 씻어내고자 하는 정화와 저항의 이미지를 갖기도 한다. 최근 뉴스에 보도되는 미국 미주리의 흑인 시위는 ‘화염병’과 ‘최루탄’의 대치 상황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폭발이라는 현상은 그 파괴력 안에 여러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을 때가 많다.

이러한 폭발에 대한 이미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리에 자리 잡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우주는 빅뱅(Big Bang; 우주 대폭발)으로 탄생하여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독자들이 대부분 빅뱅을 일반적인 폭발 현상처럼 상상하게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구체적으로는 우주 공간을 떠돌던 물질들이 작은 덩어리로 뭉쳐졌다가 뻥하고 급속히 터져나가거나, 적어도 그것과 비슷한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천문학도의 입장에서 보면, 위와 같은 빅뱅의 이미지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빅뱅 이후에 물질이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충돌을 일으킨다. 즉 빅뱅 이전에 뭉칠 만한 물질, 혹은 물질의 형태로 바뀔 수 있는 에너지1) 가 존재했다는 보장이 없다. 둘째, 빅뱅은 시공간 속에 물질을 존재케 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공간 또한 빅뱅과 함께 존재하기 시작했다. 빅뱅 이전에 지금과 같은 시공간이나 지금과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빅뱅이 지금의 시공간에 존재 의미, 즉 쓸모를 부여한 사건이라고는 큰 의심 없이 말할 수 있다. 셋째, 빅뱅의 소리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의 귀가 감지할 수 있는 음파의 파장은 최대 17m 정도이지만, 아주 큰 에너지의 폭발인 빅뱅으로부터 나온 충격파는 20만 광년에 달하는 파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 우주 대폭발에서는 폭발의 중심을 가정할 필요가 없다. 일반적 폭발과 빅뱅은 기하학적 성질이 다르다. 현재 우주가 팽창하는 모습을 보면 우주의 중심을 찾을 수 없다.

http://gravity.pus.edu/outreach/articles/bigbounc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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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작은 어디까지 밝혀졌나?

필자는 교양과학 서적과 과학 잡지에서 우주론에 관한 내용을 읽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맛보기 식으로 우주론에 관해 배운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우주의 시작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읽거나 들었다.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먼 과거를 연구할 때에는 멀리 떨어진 곳을 관측한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므로 관측 지점에서 먼 곳으로부터 온 빛일수록 더 오랜 과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의 시작에 가까워지려면 빛의 속도로 우주의 나이인 138억 년 동안 간 곳, 즉 지구로부터 138 억 광년 떨어진 곳을 관측하면 된다. 그러나 빅뱅 이전이나 빅뱅 직후에 대한 정보는 관측하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빅뱅 이전은 연구하기에 매우 난해하다. 만약 알지 못하는 것을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빅뱅 ‘이전’2) 은 물질뿐만 아니라 시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무(nothing)일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빅뱅 이전에 관해 다양한 추측들을 내놓고 있고, 빅뱅 이전은 완전한 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추측들 중 하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 2014년 가을 호에 실린 빅 바운스 (Big Bounce) 가설이다. 루프 양자 중력이론으로부터 추론된 이 가설은, 간단히 말해 빅뱅 이전에는 우리 우주의 ‘거울상’인 거울 우주가 있었고, 이 우주가 수축하여 빅뱅을 일으켜 우리 우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빅뱅을 일으켰을까?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 서적들은 ‘어떤 요인’이나 ‘어떤 물리학적 조건’이 중력을 척력으로 작용하도록 하여 빅뱅을 일으켰는데, 문제의 요인이나 조건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때로는 빅뱅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종교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쓰이기도 한다. 나중에 무엇으로 밝혀질지는 두고 볼 일이며, 그것이 발견된다면 인간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 아주 큰 파장이 일 것이 분명하다.

http://quantumwavepublishing.com/seeing-the-big-bang-through-sunglasses/
http://quantumwavepublishing.com/seeing-the-big-bang-through-sunglasses/

 

우주 팽창을 풍선으로 이해해 보자

‘고전적’ 빅뱅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최초에 에너지의 도가 무한대던 시공간 상의 한 점을 가정하는데, 이를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에너지의 도가 무한대인 상황에서 양자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상대성 이론만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을 일으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공간 입자의 존재를 가정하는 등 양자 중력 이론을 정립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빅뱅 ‘당시’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고 과학자들은 빅뱅 당시로부터 10-36초가 지난 후부터의 시간에 대해서만 추측하고 있다. 그때에 시공간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다.3)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며, 우주 팽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최초의 원소들은 빅뱅 후 10~20초 정도의 고에너지 상태에서 양성자나 전자 같은 소립자들이 핵융합되어 만들어졌다.

작년에 필자는 인문대 교수님께 우주 팽창에 대해 설명해 드린 적이 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말드렸더니 교수님은 그러면 우주에 중심이 있다는 것이냐고 되물으셨다. 그때 필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 했다. 독자들 중에도 이런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구에서 외부 은하들을 관측하면 멀리 있는 것일수록 빠르게 멀어져 간다. 에드윈 허블이 이를 최초로 관측하여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상상해 보면 마치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게 멀어져 가고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러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일까? 하지만 지구 중심적 우주관은 역사 속으로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사실은, 당신이 우주의 어떤 지점에 가서 관측하든 비슷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화성에 우주선을 타고 가서 관측을 하면 화성이 우주의 중심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안드로메다은하에 위치한 이름 모를 행성을 돌고 있는 위성 위에서 관측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우주는 모든 점에서 같은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이를 우주가 ‘등방성을 가지고 있다’(isotropic)고 한다. 과학자들은 3 차원 시공간 팽창을, 이해하기 쉬운 2차원 팽창으로 설명하기 위해 우주를 풍선에 비유하곤 한다. 풍선에 점을 여러 개 찍고 바람을 불면 점들이 서로 점점 멀어지는데, 풍선 표면이 시공간이라면 이 점들은 은하이다. 이런 모델에서는 팽창의 중심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4)

자, 이제 빅뱅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필자도 기사를 쓰면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빅뱅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생각해내고자 애쓰고 있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풍선 모양으로 팽창하는 식용유 필드에서 하나둘씩 익어가는 새우튀김들이다.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빅뱅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우주의 시작에 관한 고민은 본질적으로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를 바탕으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 하는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제를 밥상머리에서, 또는 친구들과 수다 떨 때의 대화 주제로 삼기란 매우 어색하다. 필자가 우주라이크 멤버들과 함께 연세대 이석 교수님을 인터뷰했을 때 교수님께서 ‘천문학자는 그런 고민들을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자취방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내 소맷부리를 붙잡는 질문들이 사실은 인류의 고민이었다고 생각하니 의도치 않게 어깨가 살짝 무거워지면서 지구의 중력이 본드처럼 신발 바닥을 지표에 부착했다.


1) 아인슈타인의 E=mc2 공식에서 알 수 있듯이,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교환이 가능하다.
2) 이런 가정 하에서는 빅뱅으로부터 시간이 존재하기 시작하므로 빅뱅 ‘이전’이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말이 안된다.
3)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시공간, 즉 우주 자체는 이 법칙에 해당되지 않는다.
4) 사실 풍선은 팽창의 중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 비유는 풍선의 ‘표면’에만 해당되는 것이므로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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