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해 동안 많은 영화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영화로 단연 우주에서의 표류를 그린 재난영화 <그래비티>(2013)를 빼놓을 수 잆다. 영화 <그래비티>의 흥행의 정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래비티>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최초의 재난영화는 아니다. 그간의 여러 재난영화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화려한 특수효과들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런 흥행 요소로 재난영화는 매년 빠지지않고 개봉하고 있다. 재난영화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화산 폭발, 토네이도, 빙하기 등등의 아주 다양한 위기들을 겪어왔다. 그 중에서 우주에서 닥쳐오는 위험은 다른 재난들보다 그 크기나 위험의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나는 동시에, 우리에게 아직도 현실보다 공상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스크린 속의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위험들을 현실로 옮겨보자.
지구는 교통사고 다발 지역
<아마겟돈>(1998)과 <딥 임팩트>(1998)은 재난영화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이 두 영화는 천체와 지구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우주의 위험을 다룬 재난영화에선 이러한 천체와 지구의 충돌은 단골 소재중 하나이다. <아마겟돈>은 소행성, <딥 임팩트>는 혜성 충돌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 외에도 영화<멜랑콜리아>(2011)에서는 지구는 행성과 충돌하기도 한다. 이렇듯 스크린 속에서의 지구는 정말로 다양한 천체들과 충돌해왔다. 그렇다면 우리 지구도 실제로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것일까?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에서와 같은 소행성과 혜성의 지구충돌은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지구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을 지구근접천체라고 하여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구근접천체는 크기와 그 구성성분에 따라 지구근접유성체, 지구근접소행성, 지구근접혜성으로 분류가 된다. 2013년 2월 기준으로 9683개의 지구근접천체가 발견되었고 그 중 1360여개는 그 위험성이 더 크기에 지구위협천체라고 하여 따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천체 중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천체가 바로 소행성 ‘99942 아포파스’이다. 2004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처음 발견되었을 때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029년에 2.7%로 관측되어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후의 관측을 통해 2029년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운 것으로 수정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29년 지구를 근접통과 할 때 ‘중력 열쇠 구멍’1) 이라는 곳을 통과할 경우 2036년에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였기에 계쏙 과학자들은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이후 계속된 관측을 통해 ‘중력 열쇠 구멍’을 통과할 가능성도 매우 적음을 확인했다. 아포파스가 지구에 총돌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구와 충돌하는 천체를 다루는 재난 영화는 대부분이 혜성과 소행성이 주소재로 나타난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한 영화 중 하나로 <멜랑콜리아>를 들 수 있다. <멜랑콜리아>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지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탈 정도로 많이 인정받았던 영화이다. 이영화에선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가 행성과 충돌한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많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행성의 대부분은 한 별을 주위로 돌면서 공전하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멜랑콜리아’는 바로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이다. 떠돌이 행성은 별 주위를 공전하지 않고 그냥 자유롭게 우주 공간을 떠다닌다. 애초에 처음부터 별들에 묶여져 있던 적이 한 번도 잆는 떠돌이 행성이 있는가 하면 행성계가 만들어질 때 홀로 빠져나오게 된 떠돌이 행성도 있다. 최근 2013년 12월에 새로운 떠돌이 행성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현재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떠돌이 행성은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별의 약 두 배 정도이며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의 수 보다 많을 수 있다. 우리 은하에 이렇게 많은 떠돌이 행성이 존재한다면 정말로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은하의 부피와 예측되는 떠돌이 행성의 수를 이용하여 그 밀도를 구해보면 그 밀도의 값이 굉장히 작음을 알 수 있다. 떠돌이 행성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고 해도 우리 지구 주위 가까이에 떠돌이 행성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러므로 영화와 같이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세계가 멸망하는 상황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두 얼굴의 태양
지구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치는 태양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하지만 재난영화에서 태양은 지구를 멸망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한 존재 중 하나로 그려지기도 한다. 태양이 재난의 주 소재가 되는 대표적인 재난영화로 <션샤인>(2007), <노잉>(2009)이 있다.
<션샤인>은 지금으로부터 50년후를 배경으로 하며, 등장인물들은 핵폭탄을 이용해 꺼져가는 태양을 살리기 위해 우주선 ‘이카루스 2호’에 탑승하여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션샤인>은 제작당시 실제로 나사(NASA)의 과학자들에게 과학 자문을 부탁했다. 이 영화에서의 줄거리에 따르면 “큐볼(Q-ball)”이라는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입자가 태양 내부에서 점점 침식되어 태양의 에너지 원천인 핵융합 반응이 약해지며 점차 차갑게 꺼져가는 태양을 그려냈다.
이 큐볼이라는 입자는 감독이 지어낸 영화속 입자가 아니며 실제로 과학자들이 말하는 가상의 입자 중 하나이다. 암흑물질2)의 후보로도 여겨지고 있으며 만약 실제로 있다면 우주 초기에 생성되어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얘상된다. 하지만 큐볼은 가상의 입자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큐볼이 있다고 하더라도 큐볼의 침식은 태양의 수명에 걸쳐서 말도 안되게 천천히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의 수명이 약 100억년이고 현재 태양의 나이는 약 47억년이므로 아직도 53억년이나 남았다. 그러므로 태양의 엔진이 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노잉>은 우연히 발견한 종이에 쓰여진 숫자를 통해 재난을 예측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잉>에선 많은 재난이 나오지만 마지막에는 태양의 슈퍼 플레어에 읭해 인류가 모두 멸망한다. 위의 포스터가 스포일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태양의 플레어 현상이란 태양에서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슈퍼 플레어 현상은 보통 플레어의 100배에서 100만배가 되는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이며 슈퍼 플레어 현상이 일어나면 별의 밝기가 20배까지 밝아진다고 한다. 다른 별들에서의 슈퍼 플레어 현상은 여럿 관측되었으며 그 중에는 태양과 비슷한 별들도 있다. 실제로 태양에서 퓨퍼 플레어 현상이 일어날까에 관한 문제는 과학자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과거 태양에서 슈퍼 플레어가 일어났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태양에서 슈퍼 플레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주장하는 학자들은 슈퍼 플레어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의 행성이 그 별 주위에 존재해야 하는데 태양에는 그러한 행성이 없기 때문에 슈퍼 플레어가 터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에서 이러한 행성이 없어도 슈퍼 플레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관측되어 태양에서 퓨퍼 플레어 현사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만약 태양에서 슈퍼 플레어 현상이 일어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노잉>에서는 태양에서 슈퍼 플레어가 일어나자 지구가 그 열기에 의해 온 땅이 불길로 뒤덮인다. 예언에 따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죽고 세계가 멸망하게 된다.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다행히도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큰 플레어가 일어나더라도 지구에 그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지구의 두꺼운 대기 그리고 자기장에 의해 태양에서 나온 고에너지 입자가 튕겨나가기 때문이다. 아마 지구가 입을 피해는 오존층이 파괴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물론 오존츠이 파괴되는 것도 아주 심각한 피해지만 그래도 영화와 같이 인류가 한꺼번에 화염에 휩싸이는 일은 안 일어나니까 불행 중 다행이 아닐까?
예전부터 재난여화는 다양한 시나리오로 우리를 각성시켰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나리오의 재난영화들이 스크린을 채울 것이고 그 중에는 우주 재난 영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나리오는 새로운 소재 없이는 나올 수 없다. 앞으로 새로운 현상이 관측되고 새로운 것을 알아갈수록 우주 재난영화의 시나리오는 더욱더 다양해질 것이다. 먼 미래의 재난영화에선 어떠한 시나리오로 다시금 우리를 위협할지 한 번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