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요즘 무수히 많은 별들이 아름답게 수놓은 밤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있나요? 바쁘고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혹은 손에 들린 휴대폰만을 쳐다보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인공적인 빛을 내는 휴대폰, 조명 등에 갇혀 자연적이고 광대한 빛을 내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시간과 여유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직 시골에 놀러 가 밤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별은 내 별, 저 별은 너 별’이라고 얘기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천문대들이 다양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찾아가 볼 수 있는 천문대를 몇 군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 시민 천문대의 시작, 별마로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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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로 천문대는 강원도 영월의 봉래산 정상 해발 799.8m에 위치한 천문대입니다. 별마로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으로 1년 중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쾌청일수가 192일이나 되어 시민천문대로써는 최상의 관측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천문대에는 구경이 800mm인 반사 망원경(주 망원경)과 20여 대의 보조 망원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별마로 천문대의 탄생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문대에 관심이 없던 1996년 영월군청에서 근무하던 이형수 씨가 영월에 천문대가 세워지기에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영월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천문대 설립을 제안하였습니다. 많은 건축가와 천문학자의 조언을 통해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서 설립된 별마로 천문대는 이후 우리나라 민간 천문대의 선구가 되었습니다.
천문대 내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되어있습니다. 천구의, 천구 모자, 계절 별자리 판뿐만 아니라 플라네타륨을 통해 가상의 별을 투영하여 별자리 찾는 법이나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천문대인 만큼 망원경 관측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별마로 천문대의 주 망원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으로 당일 관측 가능한 천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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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설립을 위해 노력하셨던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마음을 생각하며 별마로 천문대를 올라가 아름다운 영월의 야경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의 단면을 엿보는 것도 좋은 일상 탈출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가까운 천문대, 김해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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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천문대는 우리나라 영남지역의 유일한 시민 천문대로 김해 분성산 정상 해발 371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천문대의 위치라고 하기에는 고도가 낮은 것 같다는 느낌이 적잖이 드는데 이는 김해 천문대가 추구하는 지향점인 ‘시민에게 가까운 천문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해 천문대는 구경 200mm인 굴절망원경 1대, 구경 600mm인 반사망원경 1대 총 2대를 2개의 관측 돔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조 관측실에 있는 망원경들이 다른 곳과 달리 구경이 큰 망원경들(100mm 이상)로 구성되어있다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김해 천문대는 우리나라 천문대 중에서 연간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는 천문대입니다. 그런 만큼 알찬 프로그램들과 전시물이 존재합니다. 천문대로 올라가는 600m 정도의 산책길에는 형형색색의 다이오드로 장식된 계절별 별자리, 조선 태조 때 새긴 별자리판인 천상열차분열지도, 혼천의, 일성정시의 같은 전통 천체관측 기구 등이 전시되어있어 올라가는 동안에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천문대 내에도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전시실이 있어 천문학과 관측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는 크게 가상 별자리, 천체관측, 망원경 조작실습 3가지가 있습니다. 가상 별자리는 실내에서 반구형 돔에 투영된 별을 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기상상황과 상관없이 진행됩니다. 천체관측은 천문대 내의 많은 망원경들을 이용하여 그날에 관측 가능한 천체를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밤하늘은 날씨가 허락하는 날만 그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사전에 참여 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그리고 망원경 조작실습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천체망원경을 실제로 만져보고 조작해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전시물과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김해 천문대는 시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려고 노력하는 천문대인 김해천문대에 가족, 친구와 찾아가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은 바쁜 일상의 자그마한 쉼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순수하게 별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천문인 마을

ⓒ. http://www.astrovil.co.kr/
별빛이 흐르는 곳에 청정한 삶이 있습니다.
별빛의 낭만과 별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어 달도 별도 쉬어가는 아름다운 산하
강림면 월현리 지역을 별빛보고지구로 선포합니다.
——— 1999년 5월 1일 별빛보호지구 선포문————-
천문인 마을은 많은 강원도 횡성 치악산 해발 650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천문인 마을은 조현배 화백이 별빛을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충분히 누리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다가 정착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천문인 마을은 구경 358mm의 망원경을 주망원경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을을 찾는 관측자들의 망원경, 카메라 또 그들의 눈이 더 의미를 갖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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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트인 구릉지인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는 1999년 ‘별빛보호지구’로 지정된 후 많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에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관측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메시에 마라톤은 해가 지고 관측이 가능한 천문박명부터 해가 뜰 때까지 밤새도록 메시에 목록의 천체들을 찾는 행사입니다. 혼자서 성도를 보며 밤하늘의 별들을 따라 천체를 찾던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의 관측 장비로 메시에 목록을 찾으며 하룻밤을 꼬박 보냅니다. 자신이 찾은 천체는 그 누구의 확인도 필요 없이 스스로 기록하고 마지막에 가장 많은 천체를 관측한 사람이 1등을 차지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관측 장비가 없는 일반인들도 참여하여 관측자들이 찾은 천체를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밤하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문인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밤새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밤하늘의 별빛을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의 행복한 열정을 마음 가득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별을 좋아하고 밤하늘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주변의 가까운 천문대를 찾아가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은 힘든 삶 속에 행복한 힐링으로 작용 할 것입니다. 이번 주말은 근처의 천문대를 찾아가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김나은(skdms912@hanamil.net)
참고 자료
http://www.yao.or.kr:451/
http://ast.ghdc.or.kr/
http://www.astrovil.co.kr/space/main.php
천문대 가는 길 (글, 전용훈/ 출판사, 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