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대한 소문과 화성 식민지화 계획

지구 궤도 바로 바깥을 도는 지구형 태양계 행성인 화성. 이 행성의 지름은 지구의 반, 부피는 지구의 15% 정도이다. 불 타는 듯한 붉은 빛을 띠어 ‘火星’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서양에서는 로마신화 전쟁의 신 이름을 따서 ‘Mars’라고 부른다. 화성이 그처럼 붉은 이유는 화성 토양에 많이 함유된 산화철이 빨갛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 때 화성 사진을 보면 마치 둥그렇고 붉은 수제 초콜릿 덩어리의 상부와 하부에 흰 크림이 발라져 있는 것 같은데, 크림으로 보이는 극관의 주성분은 드라이아이스다. 화성에는 극관을 비롯해 협곡이나 산 등의 튀는 지형지물이 많으며, 이런 특징과 화성의 기묘한 붉은색 덕분에 사람들은 화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때문에 화성에 관한 도시 전설이나 음모론도 떠돌게 되었고, 최근에는 화성을 사람이 사는 식민지로 개척하려는 계획도 착수 단계에 이르렀다. 이 기사에서는 화성에 관한 떠도는 이야기들과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중심으로 화성에 관한 잡다하고도 재미있는 정보를 소개한다.

붉은 색을 띤 화성, 흰 극관을 확인할 수 있다. / NASA
붉은 색을 띤 화성, 흰 극관을 확인할 수 있다. / NASA

 

Å 화성, 도시 전설과 음모론

물과 화성인

몇 백 년 전 망원경으로 화성 극관이 관측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 내지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 중 생명체가 살고 있는 유일한 곳은 지구이고, 지구의 생명체는 먼 옛날 바닷물로부터 기원했다. 그러므로 어떤 행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즉 만일 화성 표면에 물이 있다면 화성의 외계 생명체 (지적 생명체라는 가정하에 조금 귀엽게 ‘화성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주장은 시간이 흐르며 불완전한 사실로 밝혀지게 되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화성에는 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물이 액체 상태가 아니라 얼음이나 수증기 형태로 아주 조금 화성 극관과 대기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과거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깃거리가 발생했고, 이로부터 농담 반 진담 반의 성격을 띤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인류 조상 화성으로부터의 이주설’이다.

인류 조상 화성으로부터의 이주설

인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이에 대답하는 주류 의견은 크게 두 갈래가 있다. 지속적으로 논쟁거리가 되어 온 ‘진화론’과 ‘창조론’이 그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진화론은 우월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자연 선택설’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창조론은 조물주가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창조했다는 이야기, 혹은 그와 유사한 신화적 바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두 의견을 절충하여 신이 진화의 체계나 물리 법칙을 창조했다는 주장 등의 ‘진화적 창조론’도 등장하였다.

그런데 이 두 이론에서 발생한 그 수많은 논쟁과 고민들을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할 만한 주장이 등장했다. (물론 이 주장에서 또 거슬러 올라가면 다시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이 나올 수 있지만.) 바로 인류가 우주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지구로 이주해 왔다는, ‘인류 조상 이주민설’이다. 이 주장은 진화론에서 인류의 조상과 인류 사이의 ‘끊어진 고리’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최초의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이주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의견 중에도 인류의 예전 주거지를 화성으로 지목하는 것이 우세한데, 이 주장은 화성에 소량 존재하는 수증기에서 그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이 주장에 완전히 이입하여 인류 이주의 전말을 각색하자면 다음과 같다.

“강과 산이 있는 평화로운 화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이유로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여러 나라에서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를 동원한 공습이 벌어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원자폭탄 같은 소규모(?) 핵무기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해 수백 명을 제외한 대다수의 화성 주민들이 찰나에 증발해버리거나, 불행한 경우 몇 달에 거쳐 고통을 받으며 죽어갔다. 보다 못한 어떤 국가의 대표는 국가 연합 긴급 회의에서 모든 고통을 한 방에 끝내 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의견은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일리가 있다고 결론이 났고, 전 세계의 통신망을 이용한 대(對)세계인 투표가 진행되었다. 개표 결과 99.9%의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 받느니 모르는 사이에 이승을 하직해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나흘 후 자동 부화되는 인간 종자를 태운 우주선이 화성 궤도 바로 안쪽에 있는 행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화성은 주민들의 뜻에 따라 끝장날 운명에 처했다. 화성 북반구에 위치한 작은 나라에서 세금 탈취를 통해 꾸역꾸역 만들어 둔 ‘너 죽고 나 죽자’용 핵폭탄이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눈 깜짝할 순간에 화성 주민들과 그들의 집, 그리고 화성의 바다까지 모든 것들이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고, 이내 화성 대기마저 막대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결국 화성은 산화철로 덮인 시뻘건 죽음의 땅이 되었다. 유유히 진공의 바다를 헤엄쳐 가는 우주선은 고향의 처참한 꼴을 알지 못했다.”

나사의 화성 탐사 결과 은폐

반면 화성에 인류의 흔적이나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밝혀진 것이 나사의 은폐 공작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러한 주장을 하는 포스팅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글을 올리는 블로거들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사전 조사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 의견들은 재미가 있다. 게다가 나름대로 나사 수뇌부에 근무했던 사람이 나사의 은폐 공작에 관해 꽤 심도 있게 조사한 후 쓴 책도 시판되고 있다. 들어 봤을지 모르겠다,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라는 제목을. 이 단락에서는, 완전히 리처드 C. 호글랜드가 쓴 이 책에 근거하여 설명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유일하게 나사에 대한 루머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이다.

"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 리처드 C. 호글랜드, 마이클 바라 저, 이재황 옮김 , AK
”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 리처드 C. 호글랜드, 마이클 바라 저, 이재황 옮김 , AK

이 책은 나사가 ‘미국의 국방기구’라는 최초 허가장 305절의 내용과 함께 시작된다. 같은 문서의 205절에는 기밀 처리된 나사의 정보가 어떤 보고서에도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있다. 저자 호글랜드가 화성 사진 등을 분석하여 밝혀낸 것들 중 충격적인 것들을 간추려 보겠다. 화성 사이도니아에서 얼굴이나 피라미드 등의 지형지물이 이루는 각도를 살펴보면 19.5도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한 꼭지점을 구체의 북극에 둔, 구체에 내접한 정사면체의 나머지 세 꼭지점의 남위와 일치한다. 목성이나 해왕성에서 대적점, 대흑점 등이 위치한 곳도 위도 19.5도라고 한다. 저자는 이 ‘정사면체 기하학’이 ‘토션 필드’라는 물리 법칙을 설명한다고 본다. 또한 나사는 화성 사진을 가지고 많은 조작을 행하였다. 화성에 버젓이(!) 있는 유리 터널이나 인공 첨탑 같은 것들을 일부러 지우거나 흐리게 한 것이다. 나사는 화성의 파란 하늘과 회색 바위들이 찍힌 사진을 온통 황적색으로 바꾸어 세간에 뿌림으로써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좀 더 0에 가깝게 조작하기도 했다. 최근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파란 하늘이 그대로 나와 있는 것이 있는데 나사 홈페이지에서는 원래 흑백인 사진을 보정을 통해 파란 하늘로 만들었다고 되어 있고, 나사 또한 화성에 수백만년간 물이 존재했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그러니 이 책의 신뢰성은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맞다면 나사는 이미 밝혀진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는 것이 된다.

보다시피 이 책은 필자와 같이 나사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있어 할 만 하다. 지금 국내에서는 절판된 상태이다.

 호글랜드가 주장하는 사이도니아 기하학, http://mars-earth.com/cydonia_eygpt/
호글랜드가 주장하는 사이도니아 기하학, http://mars-earth.com/cydonia_eygpt/

Å 화성, 식민지

이제 현실에서 화성 식민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화성 식민지화 계획

지난 2010년, 나사는 2030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낼 오리온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공학자인 바스 란스도르프의 주도로 시작된 민간출자 프로젝트인 ‘마스 원(Mars One)’도 출범하였다. 2013년에 마스 원은 화성 편도 여행자를 전세계에서 모집하여 화제가 되었고, 이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지구를 떠나기 위한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2015년 2월 14일 현재 마스 원 프로젝트에는 현재 100명의 우주인 후보가 있으며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최종적으로 24명이 화성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 2014년 ‘세계 우주 주간 (World Space Week)’ 행사에 참관하여 나사 관계자 바우만(Kirsten Baumann)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화성 ‘식민지화 (colonization)’ 계획에 대해 발표했고, 이에 필자는 “화성 ‘식민지화’라는 것이 화성을 미국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말은 아니겠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화성 식민지화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한 프로젝트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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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테라포밍

화성 식민지화 계획의 네 번째 단계인 식민지 확장을 위해서는 화성 전체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즉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것을 테라포밍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테라포밍 방법이 제안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나사 화성 팀 페이지에 나와 있는 방법만을 소개하겠다.

화성을 향한 나사의 여정 / NASA
화성을 향한 나사의 여정 / NASA

먼저 지구의 오존층을 유지시키는 염화불화탄소(clorofluorocarbon) 같은 온실가스를 화성 대기로 방출한다. 그러면 이 가스가 햇빛으로부터 열을 흡수해 화성 표면의 평균 온도를 섭씨 4도 정도로 올린다. 이를 위해서는 화성 대기와 토양으로부터 염화불화탄소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 화성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화성 기온이 올라가면 남극관의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해 이산화탄소로 바뀔 것이고, 대기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온실 효과를 배가시켜 기온이 섭씨 70도까지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화성에 얼음으로 존재하던 물이 녹고, 여기서 나온 수증기가 기압을 높여 지구의 산 정상 수준의 기압이 만들어진다. 이로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물과 공기가 확보된다. 이후 수백 년간 나무를 심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마스원 프로젝트의 화성 정착촌 상상도 // http://tech.co/mars-one-startup-humans-to-mars-2023-2012-08
마스원 프로젝트의 화성 정착촌 상상도 // http://tech.co/mars-one-startup-humans-to-mars-2023-2012-08

앞으로 화성 식민지화가 추진돼 화성에 많은 사람이 살게 되면 여러분의 눈으로 화성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전까지 화성은 지금의 신비로운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가리어 있는 대상의 베일에 물결을 일으켜 조금씩 펄럭이게 할 때 살짝살짝 드러나는 그 옆모습을 통해 진면모를 추측하는 일은 항상 흥미롭다. 먼 미래에 화성의 한 어린이가 그림책(또는 그와 유사한 미래 물건)에서 화성을 꿈꾸던 인류에 대한 전설을 읽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화성이 아니라 지구가 전설이 되는 그 날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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