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 ‘천문학자’ 하면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밤새워 거대한 망원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 수식이 가득한 칠판과 지저분한 책상에 파묻혀 고민하는 모습?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문학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영화나 사진처럼 여러 매체 속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추측하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천문학자가 단골로 등장하는 곳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이기 때문에 갑자기 옛 그림들 속에서 천문학자를 찾겠다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라는 직업이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기 때문일까? 몇 백년전 그림 속에서도 의외로 많은 천문학자들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캔버스 속 천문학자는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었는지 한번 미술관의 문을 열어보자!

 

천구의, 지구의, 혼천의
Johannes Vermeer, the astronomer, 1668
Johannes Vermeer, the astronomer, 1668

이 그림은 아마 천문학자를 그린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일 것이다. 화가 얀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는 자신의 그림 대부분에 제작 연도를 기입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다행이도 이 그림에는 천문학자 손 윗부분에 1668년이라고 쓰여있다. 유럽의 1600년대 무렵은 과학 혁명의 시대였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천문학자들이 이 시기에 대거 등장하였고, 그만큼 천문학에 대한 관심도 아주 뜨거웠다!

그림 속 천문학자는 창문가에 앉아 지구본처럼 생긴 구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구에 그려진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구본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이상하다. 이 천문학자가 들여다보는 이 구는 바로 ‘천구의’이다. 옛 그림에서 천문학자 옆에 매우 흔하게 등장하는 공 모양의 구형(球形) 아이템 Best 3는 다음과 같다.
1. 지구에 있는 육지와 바다, 위도 경도선 등이 그려진 지구의
2. 지구에서 보이는 별자리들을 그대로 구에 그려놓은 천구의
3. 태양과 달을 비롯해서 오행성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혼천의
마치 요즘에는 어린 꼬마들도 천문학자를 생각하면 망원경을 연상하듯이 옛날에는 ‘천문학자’하면 지구의, 천구의, 혼천의와 같은 구체 삼총사가 떠올랐나 보다.

 

컴퍼스
Riccioli, Comparing the Copernican and Tychonic Models, 1651
Riccioli, Comparing the Copernican and Tychonic Models, 1651

서양 미술사에 등장하는 여러 초상화들을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다. 중심에 초상화의 주인공이 있고, 인물 주변에는 그 사람의 직업이나 신분 등 개인 정보를 상징 할만 한 물건을 그려 넣는다. 외모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아이템들을 함께 그려 더욱 초상화 속 주인공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만일 17세기의 화가가 나타나 ‘당신의 초상화를 그려줄 테니 당신을 상징 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르시오!’ 라고 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선택 할 것인가?

자 이제 그림 속 천문학자 케플러(Kepler)의 손끝을 보자. 마치 젓가락같이 생긴 저것은 바로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 한번쯤은 써보았을 컴퍼스이다. 화가의 질문에 케플러는 컴퍼스를 선택 한 것이다.

컴퍼스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학자들에 의해 자주 쓰였던 도구로 도형을 작도하는 데에 사용된 아이템이다. 혹은 모양은 비슷하지만 막대기 한쪽에만 침이 달린 컴퍼스와 달리 양쪽 모두 침이 달려 있어 종이 위의 두 점 사이 간격을 측정하고, 일정 비율만큼 옮기는데 사용하는 디바이더일지도 모른다. 그림 속 케플러가 들고 있는 저 도구의 한쪽이 연필심인지 침인지는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어쨌거나 무언가를 작도하기 위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티코 브라헤와 케플러 시대의 천문학자들은 이 컴퍼스로 복잡한 행성의 궤도를 그리며 얼마나 깊은 고민에 빠졌을까!

 

망원경
Villa Andrea Ponti. Fresco, Galileo Galilei showing the Doge of Venice how to use the telescope, 1848
Villa Andrea Ponti. Fresco, Galileo Galilei showing the Doge of Venice how to use the telescope, 1848

망원경을 처음 발명한 사람을 갈릴레오 갈릴레이라 해야 할지 네덜란드의 안경점 주인이라고 해야 할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지만 아무튼 1600년 즈음인 것은 분명하다. 그림 속 갈릴레이는 황금빛 옷을 입고 있는 귀족에게 망원경에 대해 설명하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이 그림은 실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갈릴레이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을 베네치아 총독에게 보여주고, 군사적인 이득을 강조하며 연구비 지원을 부탁했다. 역시 그 때나 지금이나 과학의 발전에 ‘돈’은 빠질 수 없는 요인 인 듯하다. 괜스레 그림 속 갈릴레이의 표정에서 짠 한 느낌이 든다.

당시 그림 속에 표현된 망원경들을 보면 요즘 망원경들의 모습과 차이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망원경 몸체인 경통 부분이 매우 가늘고 길쭉하다. 망원경은 구경이 클수록 집광력이 커지기 때문에 어두운 별을 볼 수 있어 좋은데, 안타깝게도 그 때까지만 해도 굴절 망원경에 들어가는 렌즈를 원하는 만큼 크게 만드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림 속 갈릴레이가 자신 있게 베네치아 총독에게 선보인 망원경도 고작 8배율 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날 우드락으로 접어 간단하게 만드는 만 원짜리 어린이용 망원경과 비슷한 성능이다!)

 

사분의
Mustafa Ali, Astronomer observing the comet of 1577 above lstanbul with a wooden quadrant
Mustafa Ali, Astronomer observing the comet of 1577 above lstanbul with a wooden quadrant

시간을 조금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망원경 대신 사분의를 눈에 대고 밤하늘을 관측하는 천문학자들을 볼 수 있다. 망원경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천문학자에게는 천체의 위치를 정밀하게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간혹 티코 브라헤처럼 전설적인 관측의 대가는 맨 눈으로도 저 행성이 어제보다 몇 도나 움직였는지 알아챘다지만,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정밀한 도구가 필요했다. 사분의는 천체의 고도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이다. 측정하고자 하는 천체를 사분의로 가리키면 추가 중력에 의해 지면과 수직을 이루면서 천체의 고도에 해당하는 눈금을 알려준다.

그림 속 천문학자의 옷과 창밖의 모스크에서 알 수 있듯이 사분의로 혜성을 관측하고 있는 저 사람은 아라비아 과학자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라비아 과학자들이 서양 과학의 발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중세 시대의 유럽 사람들이 신학 발전에만 집중하여 고대 그리스의 과학을 잃어가는 동안, 아랍인들은 유명한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Ptolemy)의 저서 알마게스트(Almagest)를 비롯하여 천문학, 수학, 의학 등 모든 과학 분야의 책들을 아랍어로 번역해두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 아랍어 책들은 다시 유럽으로 전해져 16세기의 과학 혁명의 불씨가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과 천문학, 그리고 역사 이 세 분야의 교집합을 찾는 것은 참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얽혀 있기에 때로는 천문학적 지식이 미술 작품의 해석에 도움을 주고, 옛날 그림 속에서 역사의 흐름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저 세 가지 분야에 대해 전부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Would You Like[우주라이크]를 손에 들고 있는 당신은! 천문학자로 보이는 사람이 그려진 미술 작품을 만났을 때 ‘와~ 그림이다!’하는 단순한 “구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천문학을 여행 할 수 있는 돛단배의 키를 손에 들고 있는 셈!

자, 이제 다음 그림을 보자. 무엇이 보이십니까?

Jean Leon Huens, Nicolaus Copernicus, 1974
Domenico Fetti, Archimedes, 1620
Jean Leon Huens, Nicolaus Copernicus, 1974
Jean Leon Huens, Nicolaus Copernicus, 1974
Ottoman astronomers at work around Taqi al-Din at the lstanbul Observatory, 1574-1595, lstanbul University Library
Ottoman astronomers at work around Taqi al-Din at the lstanbul Observatory, 1574-1595, lstanbul University Library
Study of the moon and stars, Ottoman miniature from 17th century, lstanbul University Library
Study of the moon and stars, Ottoman miniature from 17th century, lstanbul University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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