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인터넷은 지구 종말에 대한 이슈로 떠들썩했다. ‘니비루’, 혹은 ‘행성 X’라는 외계의 천체가 태양계 바깥으로부터 날아와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이 주장은 그저 해프닝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 가상의 천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태양계에 미지의 천체가 있다는 시나리오는 과거에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천문학에서 진지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사람들도 놀라지 않을까?

1612년 갈릴레오가 기록한 목성의 스케치 왼쪽 위에 위치한 별이 해왕성이다. ⓒ. 갈릴레오의 기록
1612년 갈릴레오가 기록한 목성의 스케치 왼쪽 위에 위치한 별이 해왕성이다. ⓒ. 갈릴레오의 기록
-음양 7행?

사실 태양계 외곽에 행성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천문학의 발전은 새로운 행성의 발견과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일찍이 별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는 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특이한 별들에게는 ‘행성(行星)’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랜 기간 동안 신화나 점성술에서 행성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러나 1700년대까지 태양계에서 가장 바깥쪽에 있는 행성은 5번째 행성, 토성이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너무 어두워서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해왕성의 ’첫 번째 관측‘은 1612년 천체 망원경을 최초로 발명한 갈릴레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의 관측 기록에는 당시 해왕성이 있어야 할 위치에 별 하나가 기록되어 있다. 이후에도 천왕성과 해왕성은 천문학자들의 성도에 몇 번 모습을 드러내지만 아무도 이것이 새로운 행성이라는 점을 눈치 채지는 못했다.

천왕성은 1781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행성 찾기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천왕성의 움직임이 뉴턴의 중력 법칙으로 설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846년, 프랑스의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는 천왕성 바깥에 알려지지 않은 행성이 존재해서 천왕성에 중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미지의 행성의 위치를 정밀하게 예측했다. 르베리에는 이 계산 결과를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갈레에게 보냈다. 갈레는 즉시 관측을 시작하고 하룻밤 만에 르베리에의 계산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측된 위치와 거의 비슷한 곳에서 해왕성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해왕성의 발견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천왕성의 비정상적인 궤도가 해왕성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해왕성 바깥에서 중력을 행사하는 9번째 행성에는 ’행성 X’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1930년에 9번째 행성인 명왕성이 발견되었지만 정작 명왕성은 천왕성과 해왕성에 비해 너무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20세기 후반 정밀한 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퍼시벌 로웰이 말했던 ‘행성 X’에 의한 섭동 현상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공룡을 멸망시켰을 것으로 추측되는 칙술룹 크레이터(검은 원)의 모습 ⓒ. USGS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공룡을 멸망시켰을 것으로 추측되는 칙술룹 크레이터(검은 원)의 모습 ⓒ. USGS
– 2600만 년의 수수께끼

지구의 역사를 들춰 보면 여러 번의 ‘대량절멸’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지상이나 바닷속에서 번성하던 생물들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멸종되는 사건을 말한다. 6500만 년 전까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들이 소행성이나 혜성으로 추측되는 천체의 충돌로 일거에 사라진 사건인 ‘K-T 멸종’이 유명하다.

지층에 남겨진 2억5천만 년 간의 대량절멸의 역사를 추적하던 지질학자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약 2600만년의 주기를 가지고 대량절멸 사건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주기성을 설명할 해답은 지구상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실마리는 우주 저 너머에 있었다. 태양계에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천체, 혹은 ‘행성 X’가 존재해서 2600만 년의 주기로 긴 타원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태양과 적색 왜성, 갈색 왜성, 목성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
태양과 적색 왜성, 갈색 왜성, 목성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
-재앙의 별

이 천체가 심하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아 2600만 년마다 태양계에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태양계 외곽에는 ‘오르트의 구름’이라는 혜성들의 집합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 중력이 강한 천체가 들어오게 되면 혜성들의 궤도를 교란시켜 많은 혜성들이 소나기처럼 태양계로 쏟아져 내리게 되고 이중 일부가 지구와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후 일어난 급격한 기후 변화는 당시 생물종의 대량절멸을 초래하게 된다. 말 그대로 우주 바깥에서 날아오는 재앙, ‘천벌’인 셈이다. 이러한 의미에 따라 ‘네메시스’라 이름 붙여진 이 가상의 천체가 시나리오대로 혜성 소나기를 일으키려면 상당한 질량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네메시스가 목성보다도 훨씬 거대한 항성급의 천체라면 그만큼 밝게 빛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발견되지 않은 점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타협점으로 천문학자들은 네메시스가 매우 작고 어두운 별인 적색 왜성이거나, 별이 되지 못한 가스 덩어리인 갈색 왜성일 것이라는 추측을 제기했다. 적색 왜성과 갈색 왜성 모두 우리 은하에서 매우 흔한 천체지만 다른 별들에 비해 매우 어두워서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네메시스 가설이 제기된 지 약 15년이 지난 후인 1999년, 태양계 내의 또 다른 천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듯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다. 멀리 떨어진 오르트 구름으로부터 태양계로 진입하는 혜성들의 궤도가 우연히도 행성들이 도는 궤도와 비슷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인데, 태양의 자전이나 행성들의 공전만으로 이렇게 멀리 떨어진 혜성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성~갈색 왜성 정도의 크기를 가진 천체가 태양계 외곽에 있다면 근방을 지나는 혜성들의 궤도를 정렬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가상의 천체는 ‘티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태양의 우리 은하 내 운동 ⓒ. Diagram by Nature, Milky Way impression by C. Carreau-ESA
태양의 우리 은하 내 운동 ⓒ. Diagram by Nature, Milky Way impression by C. Carreau-ESA
-범인은 시커먼 녀석들?

대량절멸의 원인을 네메시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가설도 등장했다.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을 원에 가까운 궤도로 공전하고 있지만 그림 3과 같이 수직 방향으로도 진동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태양은 주기적으로 우리 은하의 원반을 수직으로 통과하게 된다. 은하면 통과 사이의 시간 간격은 약 3000만 년으로 앞의 2600만 년 주기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던 것. 하지만 대체 우리 은하 원반에 무엇이 있기에 지구 생물들을 대거 멸종시킨 것일까?

우리 은하 원반에는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질량은 가지고 있는 ‘암흑물질’들이 많이 분포해 있다. 이름에 걸맞게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의견이 분분한데, 과학자들은 암흑물질들이 별을 이루는 일반적인 물질과는 중력 외의 상호 작용을 일체 하지 않는 제 3세계의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태양이 암흑 물질로 이루어진 구름 속으로 진입하게 되면 태양계 내 중력에 이상이 생겨 오르트 구름에 위치한 혜성들의 궤도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 네메시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혜성 소나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2009년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넓은 시야의 적외선 카메라로 전 하늘의 지도를 만드는데 착수했다. 행성이나 갈색 왜성, 적색 왜성은 모두 이 적외선을 많이 발산하기 때문에 태양계 바깥의 천체를 찾는 데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WISE 위성은 태양으로부터 수십 광년 떨어진 있는 갈색 왜성, 떠돌이 행성들을 발견했지만 정작 네메시스나 티케에 해당하는 천체의 흔적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WISE 위성의 관측 결과를 통해 적색 왜성으로서의 네메시스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보다 작은 갈색 왜성으로서의 네메시스, 티케의 존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태양계 외곽에서 언젠가 태양의 쌍둥이 동생을 발견하게 될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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