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수금지화목토천해(명) + 위성 + 왜소행성1) + 소행성 + 혜성 + 기타 등등…
이들은 가장인 태양을 필두로 태양계에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는 식구들이다.
불과 수백 년 전만 하더라도 서양의 천문학자2)들은 태양계3)가 우주의 전부라 생각했고, 태양계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이 여럿 있었다.
망원경을 비롯한 장비의 발달과 함께 보다 정밀한 관측이 이루어지면서 이론과 경험 모두 태양계가 지구 중심설4)이 아닌 태양 중심설5)을 만족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태양계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은하에 널린 많고 많은 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지면서 인류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호기심 하나로 여태껏 살아온 인류는 금세 정신을 추스를 수 있었고, 태양계 밖에 무엇이 있는지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이때 가장 큰 장애가 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광활한 우주 그 자체였다. 천문학의 기본 단위인 빛이 1년 동안 달려가는 거리조차도 한참 작게 느껴질 만큼 우주가 너무 커서 다른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일이 고역인데다가, 지구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보이는 별의 모습은 아주 오래 전 과거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지금도 천문학을 연구할 때 주요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우리 선조들은 태양 중심설이 어느 정도 확립되자 바로 태양계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천문학의 주요 과제는 태양계의 주요 물리학적 상수들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가령,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태양, 지구, 달을 비롯한 태양계 내부에 있는 다른 천체들의 질량 같은 것들 말이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제 우리가 우주 어디 즈음에 있는지 그 주소를 알아야 했다.
태양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 – 1 AU (Astronomical Unit, 천문단위)
그래서 인류는 빛의 속도보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먼저 잰 모양이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1AU로 정의하고 태양계 내에서 거리를 계산할 때 기본 단위로 사용했다. 다른 행성까지의 거리는 태양을 가운데 두고 그 주변을 행성들이 타원 궤도로 도는 모양을 그려서 기하학으로 계산하면 얼마든지 천문단위로 편하게 나타낼 수 있다. 문제는 1AU가 몇 m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즉 1AU를 재려는 시도는 영국의 천문학자 Jeremiah Horrocks (제레미아 호록스, 1618년 ~ 1641년)가 1639년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그는 금성이 태양 앞으로 지나가는 금성 일면 통과 현상6)을 처음 관측한 두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다. 17세기 초 금성 일면 통과 현상에 기존의 삼각측량법7)을 적용하여 1AU가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Jeremiah Horrocks는 독일의 천문학자 Johannes Kepler (요하네스 케플러, 1571년 ~ 1630년)의 관측 기록과 계산 과정을 참고하여 금성 일면 통과 현상이 일어날 시각을 다시 계산했다. 그리고 대망의 1639년 12월 4일. 그는 자신의 친구인 William Crabtree 8) (윌리엄 크랩트리, 1610년 ~ 1644년)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금성 일면 통과를 관측하였고, 이를 토대로 마침내 1AU를 계산하는데 성공했다.

ⓒ. https://www.nasa.gov
처음 계산한 1AU의 값은 실제 값의 절반 정도로 상당히 부정확했다. 이는 세월이 흘러 더 정밀한 장비가 개발되고 후세에 여러 번 관측을 시도하면서 해결되었다. 오늘날 알려져 있는 1AU의 값은 약 1.496×108km이다.

ⓒ. 박승현 에디터
금성 일면 통과로 1AU를 측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현상을 관측한 다음 각자의 위치에서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데 걸린 시간을 비교해서 계산하는 방법이고, 둘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현상을 관측한 다음 각 지점에서 바라본 금성의 시차를 이용하여 계산하는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지면 관계상 모든 과정을 여기에 서술할 수 없다.
첫 번째 방법은 https://www.youtube.com/watch?v=GwP8wCzbFLc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영어 공부도 할 겸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 방법은 주어진 그림처럼 지구상의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현상을 관측하여 그 시차를 구해서 1AU를 계산한다. 유도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쓰면 다음과 같다
분모에 있는 숫자 365.26일과 224.7일은 각각 지구와 금성의 공전 주기이다9). 은 지구상에 있는 두 관측 지점 A1과 B1 사이의 직선거리이며 단위는 m 혹은 km이다. 는 태양 앞으로 금성이 지나간 궤적인 A2와 B2 사이의 거리이고 R◉는 태양의 반경이다. 단, 이 두 값은 금성 일면 통과를 관측하면서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안에서 픽셀로 혹은 자로 재서 비교한 비율이다. 즉, 실제 값을 모르더라도 축척만으로 비례식을 세워서 계산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직접 유도해보거나 수학을 잘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보자. 정 모르겠으면 필자에게 메일을 보내주시길.
빛에도 한계가 있다. – 광속 (c, speed of light)
우리가 처음 ‘빛’을 인지한 건 언제일까?
인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빛’에 대한 고찰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처음 시작했다. 밤에 횃불을 지피면 주변이 밝아진다는 사실로부터 빛에도 속도가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에 뜨는 별들은 우리가 눈을 뜨는 순간 바로 보이기 때문에 빛의 속도가 무한히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2000년 가까이 되풀이된 철학자들의 논쟁에 과학적인 접근이 끼어든 건 17세기 무렵이었다. René Descartes (르네 데카르트, 1596년 ~ 1650년)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내세우며 빛의 속도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는 동안, Galileo Galilei (갈릴레오 갈릴레이, 1564년 ~ 1642년)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도 각자 빛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빠른 빛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고, 모든 실험이 “빛은 너무 빨라서 속도를 측정할 수 없다.” 혹은 “빛의 속도는 무한히 크다.”라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러던 와중에 덴마크의 천문학자 Ole Christensen Rømer (올레 뢰머, 1644년 ~ 1710년)가 최초로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걸 증명하고 이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1676년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인 이오(Io)가 목성의 그림자로 숨어드는 현상10)을 이용해서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 박승현 에디터
Tyge Ottesen Brahe (티코 브라헤, 1546년 ~ 1602년)의 엄청나게 방대한 천체 관측 기록과 모든 걸 근성으로 계산하여 태양계의 행성들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세 가지 법칙을 발견한 Johannes Kepler의 연구 덕분에 태양계 내부 천체들의 운동은 매우 정확하게 알려져 있었다. 이오의 공전 주기를 알고 있었던 Rømer는 6개월이 지나서 다시 관측한 이오가 목성의 그림자에 숨는 시각이 예측보다 22분 정도 늦는다는 걸 간파했고, 그 이유가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당시 지구, 목성, 이오의 궤도를 그려서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천체의 운동에 밝았던 그는 빛이 약 2AU 정도 되는 거리를 더 달려야해서 이오의 식 현상이 22분 늦게 일어난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따라서 빛의 속도는 (2AU)/(22분)≈220,000km/s라는 결론이 나온다.
Rømer가 계산한 빛의 속도는 약 220,000km/s로 오차가 큰 편이지만, 처음으로 빛의 속도가 유한함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확한 광속은 1848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Armand Hippolyte Louis Fizeau (이폴리트 피조, 1819년 ~ 1896년)가 고안한 일명 ‘톱니바퀴 실험’으로 측정되었다. 이때 매우 정밀하게 측정된 빛의 속도는 약 300,000km/s로 오늘날 알려져 있는 값에 거의 근접했다.
그리고 1865년 영국의 물리학자 James Clerk Maxwell (제임스 맥스웰, 1831년 ~ 1879년)이 이론적으로 빛의 속도를 유도하는데 성공하면서 마침내 과학자들은 정확한 빛의 속도를 알게 되었다.
각종 실험기기와 장비의 정밀도가 극도로 향상된 현대에는 LASER를 사용하거나 간섭계를 만들어서 빛의 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현재 이론과 함께 수많은 실험을 거쳐 공식적으로 알려진 빛의 속도는 진공 상태에서 약 299,792.458km/s이다.
이후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바깥 우주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한동안 빛의 속도를 이용해 계산한 1광년(LY, light year)이라는 단위가 즐겨 쓰이게 되었다.
우주는 너무 커… 우리 스스로 단위가 되어보자! – 1 파섹 (pc, parsec)
태양계 바깥 영역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AU 대신 광년이라는 단위가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하자 빛으로 거리를 재고 표시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우리은하를 연구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더 큰 거리단위가 필요했고, 이를 측정할 방법 역시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했다. 여기서 무슨 단위를 더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은하의 직경은 약 10만 광년이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는 웬만한 은하 크기의 수 배 내지는 수십 배인데 계속 광년으로 거리를 표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1AU를 정의한 것처럼 다시 한 번 태양과 지구를 새로운 거리의 지표로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천문학자들이 1pc을 정의한 이유는 거리 측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주 시차 측정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지구는 약 1AU 정도의 반경으로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사실상 원에 가까운) 타원 궤도를 1년에 한 번씩 공전하고 있다. 그래서 6개월 정도 지나면 지구는 이전에 있던 자리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정확히 반대편에 놓이게 된다. 이때 하나의 별을 지구에서 6개월마다 관측하면 시선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야할 별11)이 하늘에서 특정 방향으로 조금씩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삼각측량법을 적용하여 ‘연주 시차12)’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지구에서 어느 별을 6개월 주기로 관측해서 얻은 시차의 절반(태양, 별, 지구를 잇는 각도)을 연주 시차라 부른다.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연주 시차도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계산을 거듭한 끝에 연주 시차가 1˝(=(1/3600)˚)인 천체와 지구 사이의 거리를 1pc으로 정의하였다. 1pc은 약 3.26광년이다.

ⓒ. http://www.wallpaperup.com/
광활한 우주 – 태양계 너머
빛의 속도로도 부족해서 태양계를 이용하여 거리단위를 만들었는데도 우주는 너무 넓다. 어찌나 넓은지 여기서 저기까지 거리를 재는 방법도 계속 고안해야 하고, 알아도 오차가 크다. 심지어 우리가 아는 방법이 틀린 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이 의문이 진실로 밝혀지는 순간 지구의 모든 천문학자가 ‘멘붕’하리라. 그도 그럴게, 우주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천체까지의 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천문학이 지구와 다른 천체 사이의 거리 측정법 개발사의 집대성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천문학계에는 거리와 연관된 웃지 못 할(정말로 웃을 수 없다. 수십, 수백 년의 연구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논쟁이 여러 번 있었다. 꽤나 정확한 거리 측정 방법으로 알고 있었던 연주 시차마저도 최근에 우리의 뒤통수를 거하게 후려쳤으니…
글 박승현 (daelikii@gamil.com)
1) 왜소행성의 개념은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 International Astronomy Union)에서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다른 천체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새로이 파생되었다. 왜소행성은 행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인 “자신의 궤도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를 만족하지 못하며, 동시에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닌 천체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는 태양계의 왜소행성은 세레스(Ceres), 명왕성(Pluto), 에리스(Eris), 마케마케(MakeMake), 하우메아(Haumea) 다섯 개지만, 아마 발견하지 못한 다른 왜소행성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 중세 유럽의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천문학 등 각 분야가 세분화되지 않았으며, 과학과 철학의 경계 또한 애매모호하던 시절이었다. 같은 시기 동양의 천문학자들은 세상의 구조에 대한 탐구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운행 원리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3) 중세에 알려진 지구 외의 태양계 소속 행성은 수금화목토 다섯이며,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현재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은 비교적 근대에 발견되었다.
4) 천동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나머지 천체가 그 주변을 돈다.
5) 지동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태양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도는 여러 행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6) 지구에서 태양을 볼 때 금성이 태양을 가리면서 지나가는 현상. 지구에서 금성까지 거리가 제법 멀기 때문에 일식처럼 태양을 전부 가리지는 않는다. 망원경으로 봐도 아주 조그만 구슬 하나가 태양 앞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7) 삼각비를 이용하여 어느 한 점의 위치와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
8) 영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동시에 상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9) NASA에서 계산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수치이다. https://pds.jpl.nasa.gov/planets/ 참조.
10) 천문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식(蝕)”이라 부른다. “일식”, “월식”의 바로 그 “식”이다.
11)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은하 안에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안 움직이는 건 아니다. 별과 별 사이도 상당히 멀어서 우리 눈에 잘 안 보일 뿐.
12) 지구가 공전한다는 결정적인 관측 증거들 중 하나이다.
참고자료
[1] 찰스 리우 (2012). 누구나 천문학 (The handy astronomy answer book). Gbrain.
[2] Dwarf Planets : Science Targets. Retrieved from http://solarsystem.nasa.gov/planets/dwarf/sats
[3] James Sheils (2012). Using The Transit Of Venus To Calculate The Astronomical Unit.
Retrieved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GwP8wCzbFLc
[4] Welcome to the Planets (2005). Retrieved from https://pds.jpl.nasa.gov/planets/
[5] Ole Roemer and the Speed of Light. Retrieved from
http://www.amnh.org/education/resources/rfl/web/essaybooks/cosmic/p_roemer.html
[6] Roger Rassool (2015). Why can’t anything travel faster than light?. Retrieved from
http://gerryporter.blogspot.kr/2015/01/why-cant-anything-travel-faster-tha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