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도시 프라하, 구시청사 천문시계

 

체코 공화국의 수도 프라하는 일 년 내내 전 세계의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울퉁불퉁한 돌바닥과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구시가지 골목길에서 지도는 잠시 내려놓고 무작정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자.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구시청사 광장에 도달하게 된다. 이곳에서 ‘프라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천문시계(Prague Astronomical Clock)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라하 구시청사 천문시계
프라하 구시청사 천문시계

매 시 정각이면 구시청사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천문시계에서는 인형들의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오른쪽의 해골이 정각을 알리는 종을 울리기 시작하면 함께 있는 다른 인형들은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시계 위쪽 창문으로 예수와 12명의 제자 인형이 빠르게 지나간다. 모든 제자들이 지나간 후 천문시계 가장 꼭대기에 있는 황금 수탉이 울면 1분도 채 안 되는 프라하 천문시계만의 정각 퍼포먼스가 끝난다. ‘인간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그것에 좌절하지 말고 매순간을 살아가야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 짧은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구시청사 앞으로 모여들었다가 이내 다시 길을 떠나곤 한다. 사실 이 퍼포먼스 하나를 위해 천문시계 앞에 선 사람이라면 적잖이 실망 할 수 있다. 워낙 인형들이 높은 곳에 달려있어 잘 보이지도 않고,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탈한 마음이 생기기 전에, 천문시계 그 자체를 살펴보자. 분명 우리가 아는, 시침 분침이 있는 시계와는 전혀 다르다. 딱 봐서는 대체 어떻게 시각을 읽으라는 건지, 왜 저렇게 복잡하게 생긴 건지 알 수가 없다.

혹시 당신이 막연하게라도 프라하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부터 꼼꼼히 읽어보시길! 천문시계 앞에 서있는 여행객의 대부분을 모르고 지나칠 ‘시계 읽는 법’을 아는 것만으로도 몇 배, 몇 십 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www.wijzerweb.be/prague.html
http://www.wijzerweb.be/prague.html

중앙 유럽 표준시 : 오후 220

시곗바늘 역할을 하는 황금색 손이 가리키는 로마숫자는 현재의 중앙 유럽 표준시(Central European Time)을 나타낸다. 표준시란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손목시계를 맞추고, 9시 뉴스를 시작하고, 핸드폰 액정에 뜨는 시각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경 135° 선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처럼 체코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나라에서는 15°선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하고, 이것을 중앙 유럽 표준시라고 한다.

일출일몰 기준시 : 9

태양 모형은 황금 손과 함께 시계 위를 돌아가며 낮 동안에는 시계 판 위쪽의 푸른 영역에, 밤에는 검은 영역에 머문다. 또 푸른 시계 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금색 곡선으로 나뉜 12개 구간을 볼 수 있다. 이 때 태양 모형이 12개 구간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보면 일출-일몰 기준시각을 알 수 있다. 그날그날 달라지는 낮의 길이를 12등분 한 시각체계이기 때문에 해가 긴 여름에는 큰 원을 그리면서 한 영역을 지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해가 짧은 겨울에는 중심 쪽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시간 간격이 짧아진다.

태양의 위치 :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 사이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상에 있는 우리 관점에서 보면 태양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배경별들 위를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이 천구상에서 태양이 지나가는 길이 황도이고, 황도를 따라 늘어서있는 별자리 황도12궁은 다들 별자리운세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황소자리 양자리 쌍둥이자리 등등…이다. 천문시계에서도 태양 모형이 황도12궁 기호가 그려진 고리 둘레를 따라 1년에 한 바퀴씩 돌아가며 현재 태양이 놓여있는 별자리를 알린다. 마치 동양문화권의 24절기 달력과 비슷한 개념이다.

 

항성시 : 오후 12시 30분

황도 12궁 기호가 그려진 고리에 붙어있는 작은 별 모형은 춘분점을 나타내며 항성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 역할을 한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처럼 춘분점도 하나의 가상의 천체로 생각할 수 있어 항성시의 기준이 된다.

 

체코 전통시간체계 : 22시

천문시계의 황금 손이 가리키는 가장 바깥쪽 눈금은 중세시대 프라하가 속했던 보헤미아 왕국에서 사용하던 시각체계를 나타낸다. 그날그날의 일몰 시각을 24시로 정의하여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은 23시, 해가 진 후 한 시간 후는 1시로 본다. 이 시각체계를 사용 했을 때에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일몰 시간에 맞춰 시계 판의 눈금을 바꿔줘야 해서,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동지→하지 사이에서는 바깥쪽 눈금이 매일 조금씩 시계방향으로 돌아가서 시간이 늦춰지고 하지→동지에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 당겨진다.

 

황도12궁 고리

시계의 중심에서 벗어난 작은 고리 위의 기호들은 각각 황도12궁을 의미한다.
123양자리와 물고기자리의 경계에는 춘분점을 의미하는 별 모형이 고리에 고정되어 있다. 태양은 황도를 따라 매일 천구 상에서의 위치가 변하지만 춘분점의 위치는 양자리와 물고기자리 사이에서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황도12궁 고리와 함께 천문시계 위를 회전한다.

 

태양 모형

시곗바늘 역할을 하는 태양모형은 황금색 손이 달린 막대 선상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실제 태양과 표준시를 결정하는 평균태양이 같은 위치에 있다고 가정한 것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중앙유럽 표준시와 일출-일몰기준시각(지방시 개념) 사이에 다음과 같은 오차가 생긴다.

① 중앙유럽표준시 기준(경도 : 15°) 과 프라하(경도 : 14° 25′ E)의 경도 차이에 의한 오차

② 균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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