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근두근, 우리 사이의 거리 –

우리의 몸엔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뜨겁게 일하는 심장이 있습니다. 열심히 뛰는 심장은 우리의 삶을 더 활력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핑크빛 벚꽃 잎이 흩날리는 봄날, 우리는 자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건을 겪습니다. 새 학교에 입학하는 파릇파릇한 새내기가 가지는 두근거림, 새 학기를 고민과 함께 시작하는 재학생들의 두근거림, 벚꽃나무가 꾸며놓은 화려한 길을 걸을 때의 두근거림 등등이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듭니다.

종종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의 손을 잡거나 가슴 폭에 안겨 귀를 대곤 합니다. 손에서 손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 귓가에 들려오는 강한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기 위함입니다. 상대방에게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그 사람과 나의 거리는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속으로 굉장히 속상해하고 그 사람이 갑자기 멀게만 느껴집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상대방과 나와의 거리를 알려줄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은연 중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심장은 신체의 중요한 일부분이면서 정보원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드넓은 우주 속에도 우리 심장과 같은 천체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을까요?

심장박동그래프 ⓒ. http://archive.cnx.org/
심장박동그래프
ⓒ. http://archive.cnx.org/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변화 및 크기변화 ⓒ. https://writescience.wordpress.com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변화 및 크기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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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rt Beat, 세페이드 변광성 –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고개를 들면 별빛과 천체들이 가득한 광활한 우주를 볼 수 있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면 말로 형용하기 힘든 신비로움에 빠져 감탄을 자아냅니다. 우리의 마음은 심쿵하여 천문학으로 자연스레 입덕하게 됩니다.

밤하늘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별들은 밝기가 일정한데 몇몇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들도 있습니다. 우주덕후인 천문학자는 이렇게 구미가 당기는 것을 놓칠 리가 없습니다. 천문학자들은1)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 별들을 특징 그대로 밝기가 변하는 별, 변광성(變光星, variable)으로 불렀으며 이들을 찾아내어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변광성의 밝기 변화 폭이 어느 정도인지, 변화 주기는 몇 일정도 걸리는지 등등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봤습니다. 변광성은 크게 식(蝕, eclipse)변광성과 맥동(脈動, pulsate)변광성이 있습니다. 식변광성은 쌍을 이룬 두 별이 서로를 가리기 때문에 밝기가 변화하고 맥동변광성은 별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며 별의 밝기가 변합니다.

특히나 맥동변광성은 마치 우리만을 위한 강렬한 beat의 두근거림과 함께 “Can you feel my heart beat?” 라고 외치며 들어주기를 기다리는 짐승돌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한 예로, 1784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존 구드릭(John Goodricke, 1764~1786)은 세페우스(Cepheus)자리 델타(δ)별이 변광성임을 발견했습니다. 이 별은 세페이드(Cepheid) 변광성으로 후에 맥동변광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남성미 넘치는 세페이드 변광성은 운명적으로 자신의 외침에 귀 기울여준 한 천문학자를 만나게 됩니다.

 

– 세페이드 변광성의 매력, 새로운 거리 척도 –

‘미녀와 야수’라는 말처럼 야수 같은 세페이드 변광성을 알아봐준 건 여성 천문학자였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천문학자, 핸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 1868~1921)입니다. 리비트는 1893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 계산수로 근무했습니다. 그때 당시 천문대에선 밤하늘을 사진 촬영하여 관측했습니다. 별이 찍힌 사진건판을 보면 밝은 별이면 큰 원으로 어두운 별이면 작은 원으로 찍혀 있습니다. 계산수는 이 사진 건판을 검사하여 항성의 밝기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변광성을 찾아내고 변광성의 주기와 밝기변화정도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계산수가 사진 검판을 검사하는 모습. 계산수는 ‘천문대의 컴퓨터’라고 불린다. ⓒ. https://en.wikipedia.org/
계산수가 사진 검판을 검사하는 모습. 계산수는 ‘천문대의 컴퓨터’라고 불린다.
ⓒ. https://en.wikipedia.org/

리비트는 소마젤란성운을 촬영한 사진건판을 검사하며 사진에 나타난 수 천 개의 변광성을 검사하고 정리했습니다. 그 속에서 사진 건판에 담긴 조그마한 외침을 들었던 것일까, 1908년 그녀는 건판 속 변광성들 중 특이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세페이드 변광성이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가 길수록2) 절대밝기가 더 밝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후 그녀는 세페이드 변광성이 가진 매력을 더 자세히 알기위해 소마젤란성운에 있는 25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더 조사하였습니다.

핸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 1868~1921)의 모습 ⓒ. http://www.tatcenter.ru
핸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 1868~1921)의 모습
ⓒ. http://www.tatcenter.ru

그 당시에 천문학자들은 별의 겉보기밝기와 절대밝기를 통해서 거리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소마젤란성운 속에 있는 25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검판을 통해 검출되는 각 변광성들의 주기와 절대밝기를 통해 변광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놀랍게도 변광성들은 지구에서 거의 같은 거리에 떨어져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1912년 리비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변광 주기와 절대등급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공식화하여 세페이드 변광성이 새로운 거리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 발표는 천문학계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습니다.

– 안드로메다 성운? 안드로메다 은하! –

리비트의 발표 1년 후 덴마크의 천문학자 아이나르 헤르츠스프룽(Ejnar Hertzsprung, 1873~1967)은 우리 은하수에 위치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리비트의 발표를 토대로 똑같이 거리를 측정한 다음 리비트가 최초로 발표한 공식에서 보정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제는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보다 정밀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거리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그 당시 할로 섀플리(Harlow Shapley, 1885~1972)와 히버 커티스(Heber Doust Curtis, 1872~1942)의 대논쟁으로 불리는 성운(星雲, Nebula)의 소속을 해결해줄 열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섀플리와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우리의 은하는 우주에서 유일하므로 성운은 우리 은하 소속이라고 주장했고 커티스 측은 성운이 외계의 새로운 은하라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이 첨예한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성운과 지구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면 됩니다. 성운과 지구까지의 거리가 만약 우리 은하의 크기보다 크다면 성운이 외부의 새로운 은하이고 우리의 은하 크기보다 작다면 우리 은하 내에 위치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 끝판왕이 등장합니다. 네, 여러분들도 잘 아는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입니다. 허블은 1923년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 구경 100인치짜리 망원경을 보유한 윌슨 산 천문대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허블은 이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측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촬영한 사진 건판을 판독한 결과 세페이드 변광성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허블은 사진 건판에 찍힌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관측한 최초의 변광성으로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허블이 발견한 m31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 변화하는 모습. ⓒ. http://www.nasa.gov
허블이 발견한 m31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 변화하는 모습.
ⓒ. http://www.nasa.gov

그 결과 놀랍게도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로부터 약 90만 광년 떨어져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의 관측값인 250만 광년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 은하의 크기(=10만 광년)보다 약 9배나 더 큰 값입니다. 이로써 끝판왕 허블은 이 결과를 발표하고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안드로메다 성운의 이름은 안드로메다 은하(Galaxy)로 변경됨과 동시에 ‘외부 은하’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인간을 안내하게 됩니다.

 

– 너와 나 사이, 더 멀리 있는 우주를 향해 –

현재의 세페이드 변광성은 성단이나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자(ruler), 표준광원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지구에서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들을 통해 산출된 거리값은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이 우리를 향해 보낸 Heart beat는 나와 같이 새로운 영역으로 함께 가자는 구애의 몸짓이었나 봅니다.

우리도 살면서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상대를 만나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나 와 발전된 모습의 나도 발견하게 되고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달라보이곤 합니다. 그렇게 발전한 우리 사이는 이젠 단순히 심장의 두근거림이라는 표현하기 부족해 보입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외부은하의 영역으로까지 발전된 우리의 천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우리 은하 크기보다 더 먼 곳까지의 거리를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저처럼 몰라서 고민 중 입니까? 그럼 우리 같이 다음 장으로 넘겨봅시다.
(다음장 10호 찬란한 유산)

 

글 이상민 ( sme2937@naver.com)

 


 

1) 우주라이크 홈페이지(wouldyoulike.org)에서 ‘주목 받고 싶은 사춘기 별들의 반항’도 읽어보세요~!
2) 절대 밝기란 천체들의 밝기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값으로 별이 지구에서 10pc(~ 32.6광년)만큼 떨어져 있을 때의 겉보기 밝기를 의미합니다. (1pc = 3.26광년 = 206,265AU = 3.0857 )


참고 자료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astro.kasi.re.kr)
Michael Zeilik, Stephen A. Gregory지음,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4판, 강혜성 윤홍식 이상각 최승언 현정준 홍승수 옮김,
시그마프레스, 20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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