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화, ‘인터스텔라’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이에 부응하는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이 화에서 우주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지 못 할 경이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화 후반부에 볼 수 있었던 거대한 인공위성 기억하는가? 사람을 다른 행성으로 옮기기 위한 인공위성, ‘쿠퍼 정거장(Cooper station)’ 말이다. 보통 인공위성을 상상하면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진 로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화에서 나온 인공위성은 조금 달랐다. 이 ‘쿠퍼 정거장’에는 거대한 원기둥의 안 쪽 면에 마을이 그대로 옮겨져 붙어 있었고, 그 곳에서 야구 경기를 하다 공이 너무 멀리 날아가 위에 있던 집의 창문을 깨던 것이 꽤 인상 깊었다.

사실 이런 원기둥 모양의 인공위성은 인터스텔라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서도 이와 비슷한 거대한 우주 범선이 등장한다. 높이가 32 킬로미터, 직경이 5백 미터나 되는 거대한 원기둥과 1백만 제곱킬로미터의 돛을 가진 ‘배’라고 할 수 있다. 이 우주 범선에 사람을 가득 태우고 출발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이러한 원기둥형 위성은 소설 ‘파피용’ 뿐만 아니라 만화 ‘건담’ 등에서 볼 수 있는 아이디어로 ‘Space Colony’, 직역하면 ‘우주 식민지 또는 우주섬’으로 불린다. 이렇게 지구 밖에서, 즉 우주 식민지에서 사람이 산다는 아이디어는 1896년, 에드워드 에버렛 헤일의 소설, ‘The Brick Moon(벽돌 달)’을 시작으로 현재 까지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 식민지는 왜 만들어 졌을까? 단순히 ‘지구 밖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아이디어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상되어 현재 우주 식민지는 두 가지의 목적이 존재한다. 먼저 제 2의 지구에 도착하기 위해 움직이는 우주 식민지가 있다. 마치 화 ‘인터스텔라’와 소설 ‘ 파피용’과 같이 말이다. 또는 도착지 없이 어느 곳에 정착해 있는 우주 식민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행성이든, 항성이든 질량을 가진 물체 가까이 있으면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여 결국 그 물체와 충돌하게 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위치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우주의 아무 공간에서 표류하기는 힘들며, 라그랑주 지점1)과 같이 인력이 상쇄된 공간에 위치하여야 한다.
어떤 일이든 간에, 우주 식민지가 공통적으로 추구 할 것은 우주 식민지의 환경이 지금 살아가는 지구 환경과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와 같은 온도와, 대기, 그리고 중력까지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지구와 비슷한 자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 식민지의 크기는 굉장히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굉장히 큰 크기의 우주 식민지를 조종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도 중요할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점점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디자인이 생기면서, 1970년대에는 NASA AMES 에서 우주 식민지 그림을 소개하기도 하다.



그림을 보면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Cylindrical Colonies(원기둥형 식민지), Bernal Spheres(버널 구), Toroidal Colonies(도넛형 식민지) 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각각 원기둥, 구, 그리고 도넛 모양의 인공위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버널 구형은 내부 위치에 따라 원심력이 다르게 작용하여 지구와 비슷한 중력을 가지는 지역은 한계가 있으며, 도넛형은 규모가 매우 크지만 공간 활용도는 매우 낮다. 지구와 비슷한 중력, 낮과 밤의 주기, 자연 태양,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태양광 효율성 등을 따지면 가장 효과적인 우주 식민지의 모형은 원기둥형이 된다. 그렇기에 원기둥형 식민지는 화, 소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된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면 원기둥 내부에 어떻게 사람이 붙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2)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원기둥을 회전하면서 생기는 원심력이 중력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아직도, 어렸을 적 비오는 날에 우산을 빙빙 돌리면서 친구들에게 물장난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산을 돌리면 우산에 떨어진 물방울들이 바깥쪽으로 려나가 친구들에게 발사 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런 경험이 없다면 지금 당장 잡지를 내려놓고 팔을 아주 힘차게 돌려보자. 팔이 잡아 당겨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원심력이다. 물체가 회전하면 물체의 회전 중심의 반대쪽으로 힘을 받게 된다. 이 힘을 원심력이라 하며, 적당한 각속도로 돌린다면 원심력은 중력과 같게 맞춰 줄 수 있다.3)

이러한 우주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더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거대한 프로젝트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저 SF 소설이나 화에서나 등장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지구는 그럭저럭 살아갈 만하며 우주 식민지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우주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뛰어난 과학 기술을 갖게 된 먼 미래의 일이거나, 지구에서 사람이 살지 못할 때 최후의 수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집이 아니라 지구를 나간다면 얼마나 고생하게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과학 기술이 굉장히 발전하여 쉽게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라면 상관없겠다. 하지만 지구의 환경오염이 너무 심해져서 사람이 살지 못할 때까지 방치하다가 우주 식민지를 만든다? 차라리 지구 환경을 되살리는 방법을 어떻게든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 매우 적합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기 때문이다.
1) 태양과 지구에 의한 인력들이 서로 상쇄되어 아무 힘도 받지 않는 지점
2) 다른 궁금증이 먼저 떠오를 수 있겠지만 너무 어려운 내용이므로 넘어가자.
3) 보다 수학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면 성균관대학교 2014 학년도 과학인재 전형의 기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자. 해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