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에 동물원

메시에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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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북극성이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수많은 별들이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은하수가 흐르고, 카시오페이아 여왕과 작은곰이 자리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쌀쌀한 밤공기를 맞으며 까만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혈관 깊은 곳 까지 짜릿함이 밀려오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보는 별들이 실제로는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다면?

 

오읭? 이게 무슨 말일까! 하늘에 꽃게가 기어 다니고 독수리가 날고 백조가 동실동실 떠다니기라도 한단 말인가? 맞다! 진짜? 그렇다니까! 흔히들 생각하는 염소자리 처녀자리 이런 별자리 모양 말고! 하늘에는 게도 있고 나비도 있고 심지어는 말(이 남기고 간) 편자도 있다! 하늘에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살고 있다. 마치 전설에서나 보던 ‘옆집 어여쁜 처녀를 사랑하던 곰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얘기처럼. 저 우주에는 지구의 모든 동물을 다 옮겨놓은 것만큼의 동물들이 있지만, 지금은 그 중에서도 메시에(Messier)라는 사람이 키우는 동물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자, 그럼 하늘나라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만나러 가볼까? 메시에(Messier) 동물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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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에 동물원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동물은 ‘게’이다. 위 사진은 일명 ‘게성운(Crab Nebula)’이라 불리는 천체의 사진이다. 비록 집게발은 없지만 정말 게처럼 생겼다.(살아있는 게보다는 양념게장에 가까운 것 같지만.) 이 성운은 메시에가 첫 번째로 발견한 천체이다. 메시에는 자신이 발견한 천체를 순서대로 M1, M2, …이라고 명명하였다. 따라서 게성운은 M1 혹은 NGC 1952라고도 부르지만, 거복이 웨지 말고 게성운이라 하자. 이 게성운은 황소자리에 있는데, 겉보기 등급은 8.4등급 정도로 기상조건이 좋다면 쌍안경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게성운은 11세기 중국의 천문학자들의 기록에도 나와 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1054년 7월 4일, 중국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나타났다. 중국인들은 이를 ‘객성(客星)’이라고 표기했는데, 기록에 의하면 이 천체는 처음 발견되고 한 달 동안 온 하늘을 통틀어 보름달 다음으로 밝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맨 눈으로 낮에는 23일 동안, 밤에는 653일 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무려 금성보다 4배나 밝았고, 겉보기 등급은 약 -6등급에 달했다. 더 오래된 문헌에서는 보름달만큼이나 밝았다는 얘기도 있다!(이는 겉보기 등급 약 -12등급 정도에 해당한다!) 물론 이건 낮에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맞게 약간 과장한 것 같아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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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관련된 기록은 뉴멕시코의 밈브레스(Mimbres) 인디안 토기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접시에 새겨진 문양과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보아 이 유물에 나타난 별은 게성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게성운은 1초에 1100km씩 팽창하고 있다. 최초 형성이후 약 1000년 동안 그 밝기는 점점 약해졌지만 워낙 다양한 빛을 내뿜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망원경으로 촬영할 수 있다. 아래는 모두 게성운의 사진. 각기 다른 망원경으로 찍은 것이다. (각각 스피처(Spitzer)망원경으로 찍은 사진과 스피처망원경, 허블(Hubble)망원경, 찬드라(Chandra)망원경으로 찍은 것을 합성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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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한 여름, 후텁지근한 밤에는 우리 피부를 쿡쿡 찌르는 뙤약볕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전갈자리가 있다. 그런데 이런 전갈자리의 꼬리부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이 우아한 여인은 바로 ‘나비성단(Butterfly Cluster)’이다. 메시에의 6번째 천체로, M6또는 NGC 6405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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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체는 별이 모여 있는 전체적인 모양이 나비를 닮았다고 해서 ‘나비성단’이름을 얻었다. 나이가 10억년이나 된 이 성단은 대부분 젊고 푸른 별로 이루어져 있다. 겉보기 등급은 4.2등급 정도로 맨 눈으로도 충분히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맨 눈으로 보면 별들은 잘 보이지 않고, 쌍안경과 같은 간단한 도구로 볼 때 작고 희미한 푸른 별들을 더 잘 볼 수 있다.

 

나비성단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1654년이다. 그러나 어떤 학자는 1세기에 천문학자 톨레미(Ptolemy)가 맨눈으로 관찰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 나비성단은 우주에서의 거리를 재는 척도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천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다음 여름에는 쌍안경을 들고 푸른 나비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관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10억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내년에도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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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창공을 시원하게 가르는 한 마리 독수리가 있다. 바로 남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독수리 성운(Eagle Nebula)’이다! 이 독수리 성운은 여왕별 성운(Star Queen Nebula)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성운의 모습이 독수리 말고 왕관을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시에 목록에 16번째로 이름을 올린 이 성운은 ‘창조의 기둥(Pillar of Creation)’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창조의 기둥은 말 그대로 별이 창조되는 기둥이다. 동굴의 ‘석순’을 닮은 이 곳에서는 가스와 먼지가 함께 별을 형성한다. 이 기둥의 내부와 표면에는 EGG(Evaporating Gaseous Globule)이라 불리는 독수리 알(egg)이 있다. 여기서 진짜 독수리들이 태어나냐고? 설마. 이 EGG는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가스공이다. 바로 여기서 별이 태어나게 된다. 아래 두 사진은 독수리 성운의 EGG를 각기 다른 망원경으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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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피처 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보면 이 기둥은 이미 초신성 폭발에 의해 파괴되었다고 한다. 독수리 성운은 지구로부터 약 7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즉, 이 곳에서 발생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약 7000년 정도가 걸린다는 뜻이다. 초신성 폭발은 실제로 8000~9000년 전에 일어났는데, 2007년 촬영한 사진에서 기둥부분이 흐트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초신성 폭발에 의해 발생한 충격파가 기둥을 통과하기까지는 수 천 년 정도가 걸린다.(충격파는 빛 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따라서 기둥이 완전히 파괴된 모습을 볼 수 있으려면 또다른 천 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밤하늘의 아름답게 반짝이는 동물들을 알아보았다. 맨눈으로 그 형상을 알아보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쌍안경 정도만 있으면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황소자리나 전갈자리 같은 동물 모양의 별자리를 찾는 것도 재미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동물 천체들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소개한 것은 동물성운의 극히 일부이다. 우리가 평범한 별인 줄 알고 지나쳤던 것들이 실제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동물일 수 있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가 어둔 밤하늘에 꼭꼭 숨어있는 동물들과 숨바꼭질을 해보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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