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래 전부터 계급사회를 이루어 왔다. 쉽게 말해 잘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는 반대로 쭈구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보통 잘나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해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한다. 따라서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는 예로부터 귀족계급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행성들 사이에도 이런 계급이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태양계 행성들 중에서도 일부 행성들은 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고리의 개수도, 형태도 모두 다르다. 행성이라고 다 같은 행성이 아닌 것이다!

 

목성의 고리 / NASA
목성의 고리 / NASA

[목성: 고리 거지]

목성이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것만 보았을 땐, 목성의 고리도 가장 크고 웅장해야할 것만 같다. 그러나 실상은 매우 다르다. 목성의 고리를 한 구절로 표현하자면 ‘얇고 길게, 희박하게’이다. 목성의 고리는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장 안쪽의 뿌연 무리 형태의 고리, 셋 중 가장 뚜렷한 주고리, 마지막으로 가장 바깥의 얇고 희미한 고리이다. 사실 이들 중 정말 ‘고리’라고 할 만한 것은 주고리 뿐이고 나머지는 거의 얇은 종잇장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으아니 고리면 고리지 종잇장같은 고리라니! 그나마도 이 얇은 고리부분은 소천체들이 주변의 위성과 충돌한 후 발생한 먼지들을 주워 만든 것이다. 덩치는 산만해서 종잇장만한 고리라니. 우리 목성, 분발 좀 더 해야겠다.

 

천왕성 고리 / NASA / JPL / University of arizona/Texas A&M University
천왕성 고리 / NASA / JPL / University of arizona/Texas A&M University

[천왕성: 고리 평민]

천왕성은 고리거지보다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은 고리 평민정도 되는 행성이다. 천왕성은 총 13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천왕성이 공전을 하면서 다른 별의 앞쪽을 지날 때, 자연스럽게 그 별빛을 가리게 되는데 이 현상에서 특이한 점은 행성이 별을 가릴 때에 별빛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천왕성이 가지고 있는 13개의 고리들이 행성과 마찬가지로 별빛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리 없이 행성만 있었더라면 한번 어두워졌다 밝아져야 하는데, 고리가 존재하므로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것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천왕성이 고리를 가진 행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왕성의 고리는 매우 얇은데 특이하게도 대부분이 먼지로 되어있고 몇 개의 고리는 댕기머리처럼 꼬여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해왕성 고리 / NASA
해왕성 고리 / NASA

[해왕성: 고리계의 패셔니스타]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 해왕성. 해왕성의 고리는 여느 고리들과는 다르게 발견되기 전 한 수학자에 의해 그 존재가 예측되었다. 실제 발견된 것은 천왕성의 것과 같은 방법―행성과 행성의 고리가 별빛을 가려 여러번 반짝이게 되는 것―을 통해서 였고, 이후 보이저2호에 의해 그 모습이 면밀히 관찰되었다. 이 때 알게 된 바에 의하면 해왕성은 총 6개의 고리를 가지는데 몇 개의 고리는 폭이 매우 좁고, 또 반대로 몇 개의 고리는 아주 작은 먼지가 얇게 퍼져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2개의 고리가 매우 뚜렷하고 밝은데, 가장 바깥 고리인 아담스 고리에는 유난히 물질이 집중되어 있는 부분이 다섯 개 정도 존재해서 줄줄이 소세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고리계의 패셔니 스타라 할 만 하다.

토성 고리 / NASA
토성 고리 / NASA

[토성: 고리의 제왕]

그에 비해 토성은 단연 고리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다. 딱 봐도 다른 클라스. 이 어마무시하게 휘황찬란한 고리들을 보아라. 덕분에 17세기 갈릴레오는 고리를 가지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엔 토성의 양 옆으로 튀어나온 고리가 또 다른 별인 줄 알았다고 하니 이 정도면 말 다했다. 대체 토성의 고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 대부분의 행성고리들은 작은 조각과 파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이 중 어떤 것은 바위라 불릴 정도로 크지만, 티끌만한 우주먼지들도 있고, 눈으로 볼 수조차 없이 작은 입자들도 있다. 그러나 토성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다. 토성의 고리는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먼지들이 그 내부와 표면을 조금씩 덮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집에 있는 가구에 먼지가 쌓이고, 뿌옇게 보이는 것처럼 우주의 고리들도 먼지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어둡게 보이고, 오래된 것이라 추정된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토성의 고리는 유별나게 밝게 빛난다. 따라서 위 관점에서 보면, 토성의 고리는 4개 행성을 통틀어 가장 최근에 생성된 것이다! 신상 얼음 고리라니! 너무나도 멋지지 않은가? 역시 고리의 제왕답다.

토성고리 / NASA
토성고리 / NASA

 

흔히 인간은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라는 말을 한다. 보통 이 말은 우주의 극히 작은 일부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나는 먼지가 우리가 속한 세상의 어느 곳으로부터 비롯된 아주 작은 물질이듯이, 인간 또한 우주로부터 시작된 우주의 모습을 띤 채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행성은 인간보다 수 백 배, 수 천 배나 크지만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것을 보면 우주는 참 신비하고 경이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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