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한 때, 방구석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천문학자의 집에 낯선 초인종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귀신 분장을 한 꼬마 친구들이 무서운 목소리로,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조그마한 해골 모양의 바구니를 내밀었습니다. 어리둥절한 천문학자는 달력을 확인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부엌 찻장에서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을 꺼내 바구니에 가득 담아 주었습니다. 오늘은 바로 10월 31일, 해괴한 분장을 하며 짓궂은 장난을 치는 ‘Halloween Day(할로윈데이)’입니다. 원래는 미국의 축제지만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는 책상으로 돌아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피식하고 웃었습니다. 아마 우리가 매일 만나는 장난꾸러기 태양이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평소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의 귀에 야릇한 바람을 ‘후~!’하며 불어넣는 장난을 칩니다. 그때마다 몸을 움츠리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태양은 이런 장난을 지구에게 종종 하고 있습니다. 지구도 지지 않으려고 보호막을 칩니다. 하지만 이런 악취미를 가진 태양은 지구의 보호막마저 뚫어버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태양은 할로윈축제에 맞춰 또 한 번 일을 저질렀습니다. 어떻게 장난을 쳤고 지구는 어떤 격한 반응을 보였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태양의 강력한 입김 –

태양은 (자석과 마찬가지로) 자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의 자기장은 우리 태양계에 속해있는 행성들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모두 채우고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자기장을 따라 바람이 부는데, 이것을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태양풍은 단순한 바람이 아닌 X-선, 전파 등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와 자기장, 고 에너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태양풍은 지구와 태양사이 거리(=1AU)1)의 100배에 이르는 곳까지 도달합니다. 이 정도 입김이면 지구에게 장난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입니다.

 

– 태양의 질풍노도 사춘기 –

태양이 항상 돌풍처럼 강력한 입김을 부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풍의 세기는 태양의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가에 따라 달라는데, 이 활동성은 태양표면에 나타나는 흑점의 수로 알 수 있습니다. 사춘기 시절, 우리 몸 속의 호르몬이 왕성할 때 얼굴에 여드름이 생기는 것과 똑같습니다. 흑점의 수를 세어 그 변화를 살펴보면 태양은 약 9~11.5년을 주기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활동이 왕성해진 기간을 극대기라하고 쇠퇴한 기간을 극소기라고 합니다. 2013년 태양은 극대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활동이 잠잠해져 태양풍의 세기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 무시무시한 폭발, 코로나 질량 방출 –

태양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흑점 부근에서는 종종 폭발이 일어나 태양풍을 더욱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코로나 질량 방출(CME, Coronal Mass Ejection)입니다. 태양 활동이 극대기에 있을 땐 흑점의 수가 많아지며 그 크기 또한 큰 경우가 많습니다. 흑점은 표면에 비해 온도가 낮아 까맣게 보이지만 강한 자기장을 띠고 있습니다. 흑점에 갇혀있던 자기장이 외부의 압력을 받으면 폭발을 일으켜 고에너지입자들을 방출시킵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 태양도 자기 얼굴에 있는 흑점이 보기 싫어서 여드름 짜듯이 눌러 없애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질량 방출이 발생하면 폭탄이 터지듯 ‘펑~!’하고 뿜어져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태양풍은 지구의 자기권을 움츠리게 만들만큼 아주 강력한 입김이 되어 우리가 사는 지구로 날아옵니다.

태양풍과 지구 자기권의 모습 ⓒ. 스페이스닷컴
태양풍과 지구 자기권의 모습 ⓒ. 스페이스닷컴
– 우리의 방패, 지구 자기장 –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북극이 S극, 남극이 N극을 띠고 있는 자석입니다. 따라서 지구는 그 주변을 따라 남극에서부터 북극으로 흐르는 자기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자기장이 차지하는 공간을 지자기권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자기장이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주는 방패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돌풍처럼 강력한 태양의 입김이 불면, 우리가 돌풍 때문에 몸을 웅크리듯 지구의 자기권은 한없이 약해지고 맙니다. 이때 고 궤도에 위치한 정지위성은 작아지는 방패 앞으로 밀려나와 바람 앞에 등불이 되고 맙니다. 이때 정지위성은 회피기동을 하여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하지만 지구는 태양의 입김 속 고에너지입자들을 피하지 못합니다. 이때 우리가 받게 될 피해는 상상만으로도 무섭습니다.

 

– 오로라가 보인다면 비상!? –

2003년 10월 30일 할로윈축제가 한창이던 때 장난꾸러기 태양이 지구를 향해 강력한 입김을 불어 우리의 보호막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고에너지입자가 지구 자기권 내로 진입하면 유도 전류가 생성되어 송전선을 타고 흐르면서 원래 흘러야할 전류를 방해합니다. 이 경우 대규모 정전과 전력 시스템 파괴를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또 날아오는 전자파에 의한 전파방해로 무선통신 장애가 발생했고 아리랑 1호와 과학기술위성 1호의 임무중단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정말 우리를 으스스하게 만든 사건도 발생했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오로라가 축제 분위기에 맞춰 미국 전역과 유럽,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측되었습니다.(한반도에출현한 오로라 Wouldyoulike.org 참조)

2003년 10월 30일 새벽 2~4시 사이에 경북 영천에 위치한 보현한 천문대에서 관측한 오로라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03년 10월 30일 새벽 2~4시 사이에 경북 영천에 위치한 보현한 천문대에서 관측한 오로라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할로윈 축제에선 호박의 속을 파내서 ‘잭-오-랜턴(Jack-o’-lantern)’을 만듭니다. 잭-오-랜턴은 옛날 잭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유래되었는데, 그는 항상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성격으로 심지어 악마에게도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잭은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하고 현세에 방황하게 되었는데, 이때 잭이 추워서 만든 것이 바로 이 잭-오-랜턴입니다. 어쩌면 이후 잭은 따뜻한 태양으로 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태양에 살고 있는 잭이 지구를 향해 매번 입김을 불며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1)AU(=Astronomical Unit) :  태양과 지구간의 평균거리 약1.496×10^8km = 1AU


참고 자료

안병호 (2009). 태양-지구계 우주환경, 시그마프레스

국가기상위성센터(nmsc.kma.go.kr)

한국해양과학기술원(www.kiost.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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