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야인시대 – 변용익 교수

夜야인시대 – 변용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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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2년 5월 29일 있었던 변용익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무엇을 연구하시나요?
저는 상당히 다양한 천문학주제를 다루었어요. 예전에는 나선 은하, 타원 은하, 퀘이사 연구를 연구했고, 최근 10년 정도는 변화하는 천문현상에 관심이 있어요. 변화하는 천문현상은 밝기의 변화, 위치의 변화 두 가지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요. 밝기의 변화 연구에서는 주로 가시광선 영역에서 밝기가 변하는 천체들을 찾고 그 특성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위치의 변화 연구에서는 주로 태양계 천체, 즉 소행성이나 카이퍼 벨트 등의 위치변화를 분석해요.

자료는 광역 시계열(time series) 탐사를통해 얻어지는데, 최근에는 더 큰 망원경과 더 큰 검출기를 이용해서 얻어지다보니 나오는 자료의 양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어요. 그래서 변화하는 현상을 찾는 시계열 관측을 하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자료를 관리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어요.

언제 천문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천문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천문학이외에는 다른 일이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천문학을 하고 싶어 했거든요. 전 춘천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때만 해도 별보기가 참 좋았어요. 아버님께서 사주신 백과사전에 있는 성좌도를 가지고 뒷산에서 맞춰보는 일이 너무 재밌었어요.

거기까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번은 조금 특별한 일이 있었어요. 자연 시험에 ‘카시오페이아는 영어의 무슨 글자와 같으냐?’는 문제가 나온 거예요. 교과서에는 W라고 나와 있지만, 나는 답을 M이라고 썼죠. 그 계절의 밤하늘은 거꾸로 누워있는 자리였거든요. 선생님은 그걸 틀렸다고 하셨죠. 그래서 밤에 별을 보면 계절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졸업 1년 전에는 중고 쌍안경을 선물 받았고, 중학교 때는 천체망원경을 가지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에 별 보러 많이 다녔죠. 천문학을 전공하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고등학교때까지는 망원경을 통해서 보는 하늘의 겉모습의 아름다움에 매료가 되었다면, 대학교 입학쯤에는 그것이 갖고 있거나 가지고 있을, 어떤 내면적인 이치의 아름다움, 그것을 찾고자 했던 것 같아요.

대학시절과, 지금까지의 연구생활은 어떠하셨나요? 연구 중 일어난 재미있는 사건은?

천문학과 합격통지서를 받자마자 일산천문대에 찾아가서 관측보조하는 일부터 했을 정도로 열성적이었죠. 그러나 막상 학기를 시작하자, 대학교 1, 2학년 동안에는 많이 실망을 했어요. 천문학을 배우기 위해 들어왔는데 천문학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거든요. 군 제대 후 복학했을 때에야 1, 2학년 때 배우는 기초과목들이 천문학에 다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달았죠. 그래서 몇 달 동안 아주 힘들게 복구를 했어요. 결국은 처음 2년은 잘 놀았고, 나머지 2년은 열심히 했죠.

연구 중 재미있는 일이라면, 과학자들한테 재밌는 일은 뭘 실패했다든가, 착각했다든가 하는 일이예요. 난 관측천문학을 전공하다보니 수백일 밤을 망원경 앞에서 샜는데, 그러다 보면 착각할 만한 일들이 일어나요. 호주에서 2.3m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고있는데 관측 CCD에 희미한 빛줄기가 보이는 거예요. 혹시 혜성 아닌가? 혜성에 이름 하나 붙이게 되나? 빛줄기의 꼬리 부분이 보이니까 망원경을 조금 움직여서 찍어보고. 찍었더니 또 조금 움직이기에 그렇게 몇 장을 찍었죠. 혜성으로 확인되면 어디에 보고를 해야 되나 찾아보며 흥미진진하게 3,40분을 보냈어요.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달빛이 망원경 내부에 반사가 되어서 하나의 빛줄기로 들어온 거예요. 원래 그런 난반사가 없도록 잘 디자인돼 있는데 공교롭게도 취약한 위치에 달이 위치하고 있었던 거예요. 결국 망원경 할당 시간을 낭비한 꼴이 된 거지요. 또 지상에서의 천체 관측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그런데 나는 관측을 신청해서 시간을 따오면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곤 했어요. 관측소에 모인 사람들은 내가 왔다 그러면 또 날씨 안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내 이름이 발음이 어려우니 용이라고 불렸
는데 별명이 클라우디 용이었어요. 망원경을 써야하는 입장에서, 결코 좋은 별명은 아니지요.

금성일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인터뷰한 기사가 떴는데.

매일 경제에 떴죠? 자청해서 한 인터뷰예요. 금성의 태양면 통과에 대해 수많은 신문기사가 나왔는데, 전하는 메시지는 딱 한 가지더라고요. ‘백 년 이상 있어야 또 발생하는 일이니까 이번에 못 보면 안 된다!’. 금성의 일면통과가 담고 있는 과학적인 의미, 그것
이 천문학에서 얼마나 역사적인 사건이냐에 대해 설명한 기사는 하나도 없는 거예요.

18세기 금성식 관측은 태양계 행성간의 절대적인 거리를 밝혀낸 대단한 사건이거든요. 케플러 이후 태양계의 상대적인 규모가 밝혀졌지만 실제 태양계 규모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어요. 다만 금성일식을 관측하면 실질적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만 있었죠. 18세기에 수십명의 과학자들이 희생되어가며 세계 곳곳으로 항해한 끝에 금성식을 관측했고, 어렵게 자료를 얻어냈어요. 우리는 그 때에야 행성간의 실제 거리를 알게 된 거예요. 목성의 위성 관측을 통해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태양의 시직경이 아닌 실제 크기를 구하는 데에도 꼭 거리가 필요하죠.

이처럼 단순한 현상의 전달이 아니라, 현상 속에 담긴 과학적 의미를 기사를 통해 얘기해 줄 필요가 있어요. 저는 과학의 대중화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천문학을 매개로 한 지금의 대중화는 문제가 상당히 많다고 봐요. 현재 대중화 사업을 통해 전해주는 과학의 수준이 아주 낮아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학 대중화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요?

과학은 천문현상이 계기가 되어서 크게 발전을 할 때가 많아요. 그런만큼 천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참 중요해요.그러나 현재 천문학을 활용한 과학문화사업은 별자리나 천체, 천문현상 등을 망원경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말지요. 별자리 자체나 천문현상 자체에는 과학이 없어요. 신기하다, 정도지요. 거기 담겨 있는 의미를 전해주어야 해요. 예컨대 일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개기일식 덕분에 검증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말해주는 거지요.

미국의 경우에는 새로운 우주 미션이 있을 때마다, K-12를 대상으로 한 교육자료를 만들어요. 학자들과 교육전문가들로 꾸려진 팀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만든 교육자료가 학교에 배포가 되니까, 최근에 무엇이 발견되었고 우주론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어린 학생들도 알게 되고 일반인들이 신문기사를 보고도 얘기를 해요.

반면 우리는 천문학하면, 첨성대나 별자리 말고는 떠오르는 게 별로 없죠. 일단 우리나라의 신문사 중 과학부서를 가지고 있는 신문사가 두 개밖에 없어요. 일반인을 위한 우리만의 컨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이 아주 부족한거죠. 과거 십년동안 세계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이 무엇을 이루었는지 대중들은 잘 몰라요. 사실 들어볼 기회도 없었죠. 이러니 천문학의 역할과 천문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더욱 깜깜하지요.

KMTNet이라고 들어보셨어요? 1.6m 광시야 탐사 망원경 3개가 한국 사람들의 노력으로 건설되고 있어요. YSTAR라고, 연세대학교에서 10년 전에 했던 프로젝트와 거의 유사한 관측을 진행해요. 또 연세대학교에서 이영욱 선생을 중심으로 해서 GALEX를 통해 이뤄낸 업적이 많아요.

대중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신 적 있으세요? 언론과 학자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우리의 업적이 대중들에게 전달되지못하고 있어요. 그러면 우리 전문가들끼리만의 잔치가 되는 거예요. 우수한 국제 저널에 논문을 내면 대중들 중 몇 사람이나 보겠어요? 그 계통에서 일하는 일부의 학자들만 보게 되는 것이고, 그러면 그 과학은 문화로 승화하지 못하는 거예요.

과학이 문화로 승화한다는 게 무슨의미인가요?

예를 들어 상대성이론은 나온지가 100년이 넘는 꽤 오래된 과학이죠.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먼 이야기예요. 400년 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뉴튼의 과학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얘기하거든요. 그러나 상대성이론은 아직 문화 속으로 녹아들지 못했어요. 이 경우 상대성이론은 문화로 승화하지 못한 거지요. 과학, 특히 첨단 천문학을 어린이나 일반인의 눈높이로 잘 설명해서 대중화할 때, 과학은 과학자들끼리의 지식이 아니라 대중 속으로 퍼져나가는 하나의 문화로 승화할 수 있다고 봐요.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인문학이나 예술의 흐름을 교양인으로서 알고 살아가는 것 처럼, 과학도 하나의 문화로써 아는 거지요. 그러면 거기에 근거한 새로운 인문학과 새로운 예술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서 인류 전체가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지식의 증진은 일부 사람들의 지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지식의 레벨이 올라간다는 뜻이에요. 그러면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창조가 나올 수도 있고 새로운 창의력의 발생할 수도 있는 거죠. 학문하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봐도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학자로서의 개인적 소망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두 가지예요. 첫째는 아까 얘기한 변화하는 현상에 대한 시계열탐사에 참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중화를 위한 교재를 만드는 것이에요.

첫째로, 시계열탐사에 대해 욕심이 좀 있어요. 현재 시계열탐사가 본격적으로 큰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우선 유럽우주국이 내년에 초고감도의 우주망원경을 발사해서 하늘 전체에 대해서 변화하는 현상을 찾을 거고요(GAIA 미션). 또 지상에서는 LSST라는 8m짜리 탐사망원경이 앞으로 10년 쯤 후에 가동되어 엄청난 양의 시계열 자료를 배출할 거예요. 또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체가 되어, 2014년부터 탐사 망원경 3개를 남반구의 3개 대륙에서 가동할 거고요(KMTNet). 나는 이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시계열탐사에서 과학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후속세대가 필요해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학생들이 약 5년에서 10년 사이에 몇 명 더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또 새로운 컴퓨터 기술도 개발해야하고요. 그런 방면에서의 국내의 역량, 특히 우리 연세대 출신들의 역량을 키우는 일을 하고 싶어요.

두 번째로, 과학 대중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등 과정에서 다루는 천문학은 범위도 작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현상을 너무 자세하게 다루는 부분이 많아요. 공교육의 교육과정은 교수 한 두 사람이 바꿀 수 없으니, 선생님들이 방과후학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를 앞으로 2~3년간 만들어서, 천문학의 새로운 발전들을 알려주고 싶어요. 우리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오지 않고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과학의 발전들을 접해보면 좋겠어요.

나는 학생들에게 논리가 포함된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거예요. 천문학의 발전단계에는 큰 논리가 숨어있거든요. 새로운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는 게 아니라, 추론을 하고 증명이 되는 거예요. 어떤 현상에 포함돼있는 논리와 그런 현상을 예측한 천문학자들의 창의력! 단순히 우주의 겉모습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진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넘어선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거죠.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논리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과학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의 사회를 바라볼 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논리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해요. 과학 대중화라는 게 사실 그런 것이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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