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천문학의 역사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곧 과거를 보는 것이다.’ 라는 문구는 천문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빛의 속도가 우주에 크기에 비하여 한없이 느리기 때문이지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태양까지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8.3분의 시간이 걸리고,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는 4.22년이나 걸립니다. 이처럼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우린 그만큼 먼 과거를 볼 수 있습니다. 매우 멀리 있는 은하의 경우 수십억 년 전의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천문학은 유사(有史) 이래 기록되어 온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입니다. 고대의 천문학은 시간을 측정하거나 계절의 순환 주기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를 보고 나일 강이 범람하는 시기를 미리 예측하였고, 영국에 있는 스톤헨지 역시 천문학과 연관된 중요한 유적입니다. 한국 천문학의 역사 또한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하늘의 자손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천손’은 우리민족을 뜻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늘에 대한 관심은 단군이 고조선을 개국한 이후 반만년의 역사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동양 최초의 천문관측시설인 첨성대와 천구1)의 운동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혼천의를 비롯한 여러 유물들이 이를 입증해줍니다. 특히 조선 태조 4년에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나라에서 관측 가능한 모든 별자리의 위치와 황도2), 백도, 은하수가 모두 표현되어 있을 정도로 정밀한 수준의 전천도입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천문현상을 상세하게 기록해 왔습니다. 혜성의 등장이나 오로라의 관측, 낮에 관측된 금성의 시기와 위치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태양에 있는 흑점의 개수와 변화까지 기록한 걸 보면 얼마나 우리민족이 천문현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원소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음양오행설 또한 태양과 달 그리고 5개의 행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민족은 천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우리나라 고천문학을 구성하고 있는 별자리는 매우 체계적입니다. 이번에는 황도 12궁을 중심으로 배열된 서양의 천구가 아닌 만 원 지폐 뒷면 에도 그려져 있는 3원 28수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천구에 관하여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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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지폐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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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원은 우리나라에서 관측 가능한 모든 하늘을 3개의 구역으로 나눈 3개의 큰 원을 말합니다.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가까운 부분과 그 외의 영역으로 나누는 3개의 원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원의 이름은 자미원입니다. 자미원은 우리나라 고천문학에서 하늘의 중심이 되는 별자리들이 있는 곳입니다. 대표적인 별자리로는 큰곰자리를 구성하고 있는 북두칠성이 있습니다. 자미원보다 바깥 부분에 위치한 영역을 나누는 원은 태미원입니다. 태미원은 현대 천문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천구의 적도3)와 같은 위치에 있는 원입니다. 태미원은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 황도와 만나는 유일한 원입니다. 황도와 태미원이 만나는 지점에 태양이 위치한 절기가 춘분과 추분이 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위도가 보다 작은 부분을 나누는 천시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3원의 구성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각각의 원과 원사이의 각도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나누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자미원의 위도는 가 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는 은하수 은경의 가장 높은 위도와 거의 일치한 지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천구가 구성될 때 이미 각도를 측정하는 측량기술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 국립고궁박물관
천상열차분야지도 ⓒ.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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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우리나라의 천구를 구성하는 28개의 영역인 28수에 관하여 이야기하려 합니다. 28수는 우리나라 신화에 나오는 사방신 현무, 백호, 청룡, 주작을 이루고 있는 영역에 있습니다. 각각의 영수들은 7개의 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영수들은 동, 서, 남, 북의 방위를 맡아 다스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사방신의 별자리는 방위뿐만 아니라 각각 4계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계절별 별자리가 아니라 그 계절에 태양이 위치한 별자리가 그 계절을 대표합니다. 즉, 황도 12궁에서 별자리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태어난 날짜를 구분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을 대표하는 주작의 경우 동짓날 자정 남쪽하늘에서 관측이 가능합니다. 이와 같이 현무는 겨울, 백호와 청룡은 각각 가을과 봄을 의미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태양에 의해 관측이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천구에 대한 관찰이 있었기에 태양에 가려진 위치에 있는 별자리를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28수는 3원보다 더욱 정밀한 관측과 측정에 의해 정해진 이름입니다. 사실 각각의 수의 이름은 그 수에 포함되어 있는 별자리의 이름입니다. 이 별자리는 모두 황도와 겹쳐지는 위치에 있습니다. 즉 서양의 황도 12궁보다 더욱 세분화된 각도로 태양의 위치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는 그만큼 시기별로 태양의 적위4)와 적경5) 값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수는 평균적으로 정도의 각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즉 태양이 각 수를 통과하는데 13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고, 이 날짜는 달이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측정 방식중 하나인 항성월의 절반에 해당하는 날짜 입니다. 태양이 2개의 수를 통과하는 시간과 달이 같은 적경 상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월하정인 신윤복作 ⓒ. 간송미술문화재단
월하정인 신윤복作 ⓒ. 간송미술문화재단

 

천문학에서 문화재의 중요성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 중 한명인 신윤복의 ‘월화정인’이라는 그림을 보면 달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달의 모양을 보면 초승달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초승달은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태양근처에 밝게 빛나야 하지만 그림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믐달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같은 모순에 빠지죠. 그렇다면 달이 그림과 같은 모양을 갖기 위해서는 이때 월식이 일어났어야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바로 신윤복의 생애에서 부분월식이 일어났던 1793년 8월 21일 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알고 있었다면 이를 통해 월식이 일어난 시기를 추정할 수 있었을 테지요.

우리나라 문화재인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시설이고, 혼천의와 앙부일구, 일성정시의, 간평일구와 같은 문화재는 천문현상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고, 천구를 이해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기에 기록된 천문현상은 7000건이 넘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천문현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기록하고 예측하는 기술 또한 우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에는 과거 우리 조상들의 관심과 우리나라 천문학의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천문학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남긴 관측 기록을 활용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관측 자료가 과거 반만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동한 축적된 방대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상들이 사용했던 천구의 측정방식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조상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자료들을 유물이라 치부하고 방치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방치하는 것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고천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1) 천구 : 지구에서 봤을 때 별들이 박혀있다고 생각하는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가상의 구
2) 황도 : 천구 상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길
3) 천구의 적도 : 지구의 적도를 천구로 확장한 것
4) 적위 : 천구의 적도에서 수직으로 돌아간 각도
5) 적경 : 황도와 천구의 적도가 만나는 두 점중 하나인 춘분점에서 동쪽으로 돌아간 각도


참고 자료

하늘을 품은 소년소녀들(2013).

고천문학 이야기. 라온북. pp.12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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