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모쏠이다

태양은 모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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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쏠


“별에도 커플이 있다고?”

요즘, 그동안 움츠려 들었던 커플들이 점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불편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무적의 솔로부대여, 움츠리지 마라. 거대한 또 하나의 솔로가 뜨거운 분노를 불태우며 떠오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50억년 동안 모태솔로였던 태양. 아무리 주변을 살펴보아도 태양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태양은 매일 혼자서 외롭게 불타오르고 있다. 태양은 항상 혼자 떠있다. 새벽에 뜰 때부터 저녁에 질 때까지 혼자 덩그러니 빛나고 있다. 태양 주변에 함께 빛나고 있는 또 다른 별은 없다. 우리의 태양은 슬프게도 확실히 솔로이다. 밤에 보이는 모든 별들도 그렇게 보인다. 다들 조그마한 점으로 하나씩 동떨어져있다. 우리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거리가 4.37광년, 즉 빛의 속도로 달려가도 4년이 더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렇게 모든 별들은 서로 엄청난 간격으로 서로 떨어져서 하나씩 떠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주의 별들은 모두 솔로인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않다.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들은 짝을 이루어 함께 공간을 누비고 있다. 대부분 이렇게 별 두 개가 서로의 중력으로 묶인 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커플을 쌍성(雙星, binary system)이라고 부른다. 쌍성은 두 별의 무게 중심 주위를 일정한 주기로 서로를 공전하는 것을 말한다. 질량이 있는 모든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작용한다. 따라서 텅빈 우주 공간에 별 두 개가 덩그러니 떠있다면 당연히 서로의 중력으로 끌어당겨 짝을 이루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슬프게도 우주에는 커플이 매우 많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솔로와 커플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단순히 별 두 개가 쌍성을 이루는 경우 말고, 별 세 개, 네 개가 모여 한 시스템을이루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시스템은 삼중성, 사중성,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별들이 모여 있는 경우는 다중성(多重星, mulitple star)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관측된 별들에서 단일성:쌍성:삼중성:사중성의 비율은 45:46:8:1 정도가 된다. 다행히 솔로부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커플 역시 비슷한 비율로 분포하고 있다. 별들이 중력으로 묶일 때, 그 개수가 많아질수록 제대로 안정된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삼중성 이상의 다중성은 수가 비교적 적다. 중요한 것은 별은 꼭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 태양과 같은 별이 “싱글”, 그 수에 버금가는 별들은 “연애 중”이다. 일부 다중성들은 “복잡한 관계”로써 실제로 물리적으로도상당히 복잡한 관계다.

“커플을 잡아라!”

태양을 제외한 모든 별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작은 점으로 보일 뿐이다. 별 두 개가 커플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지구에서 보면 그게 커플인지 솔로인지 구별도 안 될 정도로 작게 보인다. 단순히 망원경으로 별을 보고 커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별이 쌍성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별의 운동을 관측하는 것과 별의 밝기를 관측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별의 운동을 관측하는 법을 살펴보자. 별 두 개가 쌍성으로 커플을 이루면, 서로가 서로의 중력을 느끼게 된다. 첫 번째 별은 두 번째 별의 주변을 돌게 되고, 역시 두번째 별은 첫 번째 별의 주변을 돌게 된다. 그렇게 두 별은 서로를 돌게 된다. 혼자 있는 솔로 별은 가만히 제자리에 떠있다. 반면 이렇게 서로 돌고 있는 쌍성은 가만히 있지는 않다. 별이 궤도를 돌면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다가, 다시 뒤로 멀어지는 운동을 반복한다. 별 하나가 다가올 때는 반대로 짝 별은 멀어지는 방향으로, 별 하나가 멀어질 때는 짝 별은 다가오는 방향으로 운동이 계속된다. 따라서 별을 관측했을 때 가만히 있지 않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면 그것은 커플이다.

쌍성의 두 별은 그 궤도를 따라 돌면서 지구의 관측자에게 주기적인 운동으로 관측된다. 두 별은 둘의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지구의 관측자에게는 각 별들이 반복적으로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운동이 보인다. 이런 규칙적인 운동을 확인 할 수 있는 경우, 쌍성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별의 밝기를 이용한 법을 살펴보자. 별 두 개가 쌍성을 이루어 돌면서, 별하나가 다른 별의 앞을 지나면서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한 별이 다른 별을 가리게 되면, 평소에 쌍성의 별 두 개가 다 보일 때보다 어둡게 보인다. 앞의 별이 가린 만큼 뒤의 별이 내는 빛이 가로막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쌍성은 이런 운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따라서 반복해서 별의 밝기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하게 된다. 따라서 별의 밝기를 오랫동안 관측했더니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한다면, 커플인지 의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별 두 개의 궤도가 우리 시선 방향에 나란한 경우만 가능하다. 별들이 서로를 가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잡아낼 수 있는 커플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http://minsex.blogspot.com/2010/11/binary-star-ogle-lmc-cep0227.html
http://minsex.blogspot.com/2010/11/binary-star-ogle-lmc-cep0227.html

이런 방법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별들의 솔로 여부를 알아낸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해서 알아낸다.

솔로인지 커플인지가 그 사람에 대한 상당히 중요한 정보가 된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에게도 별이 솔로인지 커플인지는 엄청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의 질량, 크기, 밝기 등 다양한 값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솔로로 혼자 지내는 별은 모든 정보를 단순히 그 별의 모습에서만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별까지의 거리는 매우 멀기 때문에 단순히 그 별 자체만 관측을 하면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커플로 지내는 별의 경우는, 그 별과 함께 짝을 이루어 운동을 하고, 밝기의 변화를 보여준다. 두 별의 상대적인 운동으로 부터 각 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계산할 수 있다. 또 서로가 서로를 가리며 만드는 밝기 변화로부터 각각의 별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밝은지도 유츄할 수 있다. 이처럼 솔로보다는 커플이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에게도 커플 쌍성들이 더 사랑받고 있다.

“우주=솔로지옥,커플천국”

오늘도 태양은 홀로 뜨고 저녁이 되어 외롭게 진다. 솔로가 내려주는 햇빛을 받으며 또 하나의 솔로는 이렇게 글을 마치려 한다. 비록 우주는 솔로지옥, 커플천국이지만 우주의 절반이 솔로라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외로운 자들이여 하늘을 보라. 50억년동안 혼자였고, 앞으로 50억년 더 솔로일 태양이 저렇게 밝게 빛나지 않는가. 그렇게 나도 울고, 태양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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