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잊으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사진출처: http://www.imbc.com/broad/tv/drama/sunNmoon
사진출처: http://www.imbc.com/broad/tv/drama/sunNmoon

전국을 중학생의 카리스마와 초등학생의 미모에 반하게 하고, 김수현을 김수훤으로 불리게 만든 드라마. 시청률 50%에 육박하며 2012년을 화려하게 열었던 드라마 이 종영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갈수록 짙어져
간~”하는 멜로디를 들으면 둘의 애잔한 모습이 짠하게 떠오른다.

처음에 예쁜 어린이 둘이 만나 알콩달콩 만날 때만 해도 제목처럼 곧 ‘달’이 ‘해’를 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만사가 누구에게나 다 그렇듯, 이들에게도 폭풍 같은 시련과 고난이 들이닥친다. 서로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어긋나다가 겨우겨우 다시 만났지만 시기와 질투로 끊임없이 힘든 나날을 보낸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끝나긴 했지만 그 시간이 참 힘들었다.

작가님, 그냥 쉽게 좀 만나게 해주시지, 왜 이렇게 ‘해’와 ‘달’이 만나는 길을 험난하게 만드셨나요?

흑주술

달이 해를 품는 것, 즉 태양이 달 뒤에 숨어버리는 현상을 일식이라고 한다. 이 일식은 태양과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지구, 그리고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 일직선상에 놓였을 때 발생한다. 알다시피 달은 지구 주위를 한 달에 한 바퀴 돈다. 그러니까 달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매 달 끼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일식은 1년에 두 세 번, 많아야 다섯 번 정도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태양이 달 뒤에 완전히 가리워지는 개기일식은 더 드물게, 평균적으로 18개월에 한 번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마치 드라마에서처럼 해와 달이 만나는 일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매 달 돌아오는 달은 대체 해를 품지 않고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누군가 흑주술을 걸어 달을 사라지게 한 것일까?

해의 길, 달의 길

태양계에서 태양은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정지해 있고, 지구라는 작은 행성은 그 주위를 365일에 한 바퀴 회전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구인이니까, 지구를 기준으로 보면 태양이 지구를 365일에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인다.이렇게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이는 길을 황도라고 한다. 또, 달은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실제 달이 움직이는 길이 있는데, 이것은 백도라고 한다.

바로 여기가 흑주술의 시작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대부분의 물체들은 평면적으로 움직인다. 도로 위의 자동차, 걸어가는 사람들,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떼마저도. 그래서 우리는 머리 속에서 해의 길과 달의 길도 하나의 평면 위에 놓아버린다. 그러나 공중 묘기를 부리는 비행기를 떠올려보자. 지상의 물체들과 달리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 떠서 동서남북,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와 같이 우주공간 역시 3차원 공간이고, 따라서 모두가 함께 다닐 도로를 놓을 절대적인 ‘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행성들과 위성, 소행성들은 자신들만의 땅 위를 움직이는 것이다.

황도와 백도는 약 5°정도 어긋나있다. 이 때문에 해와 달은 종종 서로를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다. 황도와 백도 사이의 5°가 바로 흑주술이었던 것이다.

2010년 중국의 금환일식 (사진출처 : 정저우 로이터=뉴시스)
2010년 중국의 금환일식
(사진출처 : 정저우 로이터=뉴시스)

로맨티스트

둘의 만남을 방해하는 훼방꾼은 이 뿐만이 아니다. 황도와 백도는 원형에 가깝지만, 엄밀히 말하면 타원이다. 즉, 태양-지구의 거리와 지구-달의 거리가 일정하지 않다. 특히 달과 지구사이의 거리는 약 36만 3300km에서 40만 5500km범위에서 변하는데, 이것은 약 10%에 해당하는 상당한 양이다. 따라서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인다 하더라도 그 사이 거리에 따라 지구에서 보이는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우선, 지구와 달의 간격이 가까운 경우, 즉 상대적으로 달과 태양이 멀리 위치한 경우에는 태양이 달 뒤에 완전하게 가리워지는 “개기일식”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구와 달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먼 경우에는 지구에서 보는 달의 크기가 태양을 가리기에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양의 중심부만 가려지고 바깥쪽은 반지모양으로 보이는 “금환식”이 발생한다. 하필이면 반지모양을 보이다니, 참 해와 달은 끝까지 로맨틱하다.

사진출처: http://www.astrobio.net/exclusive/4430/wanted-habitable-moons
사진출처: http://www.astrobio.net/exclusive/4430/wanted-habitable-moons

다음이시간에

멀어지고, 어긋나도 해와 달은 결국 만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둘이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에 늘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위37°, 동경 127°에 위치한 이 작은 대한민국에서 그 순간을 보기는 참으로 어렵다. 지난 2009년에 한반도에 개기일식이 있었고, 한반도의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북한지방과 강원도 고성군 일부 지역에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을 놓친 당신, 이제 일식을 보려면 2035년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한반도에서 볼 수는 없겠지만 혹시 해외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곳을 참고하시라. 전 세계의 일식 정보를 알려주는 ‘한국어’사이트니까.

2035년 한반도 개기일식의 진행 방향  사진출처:http://user.chol.com/~nlmok/xe/newmechanics/10995
2035년 한반도 개기일식의 진행 방향
사진출처 : http://user.chol.com/~nlmok/xe/newmechanics/10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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