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스 역설 밤하늘은 왜 깜깜할까?

올버스 역설 밤하늘은 왜 깜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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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거리는 빛나는 가로등과 간판에 의지해 어둠을 견디고 있습니다. 인류가 처음 불을 발견하고 현대식 조명 장치로 멋진 야경을 만들게 된 모든 원인은 바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 때문입니다. 햇님이 사라져서 햇님을 사랑하는 달님의 슬픈 마음이 하늘을 깜깜하게 만드는 걸까요? 이 암흑 속에서 치안, 전기 에너지 등 어두운 밤을 버티기 위해 인류는 매일 막대한 비용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밤이 어둡지 않았다면 인류는 훨씬 더 윤택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왜 밤은 어두울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밤하늘1

해가 지고 나면 찾아오는 깜깜한 밤하늘을 비추는 것은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점광원의 별들뿐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흐릿한 별들 모두 태양처럼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태양은 별들의 세계에서는 비교적 작고 어두운 편입니다. 태양보다 몇 만 배나 더 큰 별들이 우주 전역에 퍼진 체 훨씬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약 4광년, 빛의 속도로 가도 4년은 지나야 도착하는 거리에 있습니다. 이렇게 넓은 우주에 별은 고르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명한 물리학자 뉴턴 (Isaac Newton, 1642~1727) 거쳐 오랫동안 인류는 우주를 그저 무한하고 정적인 곳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밤하늘에 수없이 고르게 별이 분포한다면, 하늘의 어디를 보더라도 우리 시선에는 별이 놓이게 됩니다. 마치 나무가 무성한 숲 한가운데에서 어디를 봐도 빈틈없이 빽빽한 나무가 보이는 것처럼, 별 사이 사이의 공간들이 또 다른 별들로 채워져 별로 가득차게 됩니다. 결국 밤 낮 할 것 없이 무조건 하늘은 빛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이 궁금증에 대해 1820년대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버스(Heinrich Olbers, 1758~1840)는 생각했습니다.

밤하늘은 왜 깜깜할까?

뉴턴의 우주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어둠을 우린 ‘올버스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어두운 밤의 문제점을 제기한 올버스는 이후 지구와 별 사이의 우주 고간을 부유하는 먼지와 가스 구름들이 별빛을 흡수하여 가리기 때문에 모든 별빛들이 지구에 도달할 수 없다는 ‘가스층 흡수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마치 숲 속에 퍼진 안개에 가려 멀리 있는 나무는 다 보이지 않는 새벽 숲과 같은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빽빽한 별 숲 사이에 가스가 공간을 메우고 있다하더라도, 결국 오랜 시간동안 빛에 노출된 가스는1) 발광성운의 형태로 구름 자체가 별처럼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 역설의 해답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물리학계에 빛의 정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빛은 일정한 속도로 내달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이지만, 어쨌든 빛도 유한하고 일정한 속도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빛에도 특정 속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빛을 과거를 들여다보는 타임머신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별에서 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흔히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찾아보라고 하는 북극성을 예로 들어봅시다. 북쪽하늘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북극성의 빛은 지구에 오기까지 약 800년이 걸립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북극성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던 바로 그 때 출발했던 빛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훨씬 먼 우주를 보게 된다면 그건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우주가 아닌 그만큼 더 과거의 우주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가 만들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별과 은하가 체 존재하기 전의 과거 우주를 본다면 당연히 별빛을 볼 수 없습니다.이런 옛날의 우주는 그저 암흑일 뿐입니다.

현대 우주론으로 넘어와 1930년대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의 대발견이 더해지면서 올버스의 비밀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그는 멀리 있는 은하들이 한결같이 모두 우리로부터 먼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게다가 더 멀리 있는 은하일 수록 더 빠르게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즉 은하 사이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있으며, 더 먼 우주일 수록 그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우주는 영겁의 시간동안 한결같이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시작과 끝이 있는 매우 역동적인 우주입니다. 또 그 공간은 우주가 시작된 이래 계속 팽창하며 그 크기를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간이 팽창하는 동안 그 공간을 날아오는 빛 역시 변형을 받게 됩니다.

어릴 적 실수로 카세트 테이프를 엉키게하여 잡아 늘어졌던 경험을 떠올려봅시다. 테이프가 늘어지면서 그 안에 담겨있던 정보의 형태 역시 늘어지면서, 더 중저음의 느릿한 소리가 들리게 됩니다. 이처럼 공간이 팽창하는 동안 빛도 더 붉고 어두운 쪽으로 파장이 늘어지게 됩니다. 소리도 주파수에 따라 인간은 듣지 못하지만 특정 동물들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는 것처럼, 빛도 그 파장에 따라 우리가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빛부터 볼 수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팽창하는 우주 공간과 함께 빛의 파장이 늘어지면서 모든 별 빛은 원래보다 더 붉고 어둡게 보여집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늘어진 정도가 과해지면,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의 파장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즉 별빛이 우리 눈에 도달했을지라도 우리 뇌가 읽을 수 없는 빛이기 때문에 그냥 어둡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현대 우주론을 거치면서 마냥 조용한 줄만 알았던 우주는 리모델링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별들이 고르게 분포는 하고 있지만 우주에도 시작과 끝이 있으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우주는 유한하다. 또한 매우 역동적으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

결국 먼 우주일 수록 과거 별이 있기도 전의 우주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동시에, 우주 팽창에 의해 우리 눈으로 읽을 수 없는 파장대로 빛이 변형되면서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는 좁아집니다. 실제로 사람 눈보다 더 어둡고 붉은 적외선, 전파에 민감한 망원경으로 하늘을 훑으면 훨씬 밝은 밤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빛까지 모든 종류의 빛을 다 고려한다면 우주는 사실 빛으로 가득합니다. 다만 우리는 ‘가시광선’이란 좁은 범위의 빛만 볼 수 있어 우리의 우주는 어두운 것입니다.

우리 태양 정도의 온도를 갖고 있는 별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시광선’의 범위에서 내고 있습니다. 그 태양 빛 아래에 적응하며 진화한 우리 인류의 눈은 ‘가시광선’에 가장 민감하게 성장하였고, 덕분에 해가 지면 적당히 아름다운 어두움을 즐길 수 있게되었습니다. 남산에서 바라보는 야경, 시골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들 모두 우리 눈이 조금이라도 더 민감하게 진화했다면 즐길 수 없었을 소중한 선물입니다. 올버스가 고민했던 깜깜한 우주의 비밀은 우리의 눈에 숨어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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